[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 2018.11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인터뷰]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 이한수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학생과 여러 노동자로 북적이는 낮의 학교. 하지만 어둠이 내린 학교를 홀로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이다. 밤의 학교를 지키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 가리워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이한수(가명) 님을 지난 10월 25일 만났다.
 
과로 권장하는 근로기준법
 
학교 야간 당직 경비 노동자들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노동시간, 휴게 및 휴일 등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다. 이한수 님은 오후 3시 30분에 집을 나서 일터인 학교로 향한다. 오후 4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행정실로 향한다. 당직 근무 일지를 받기 위해서다. 오후 5시가 되면 학교 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전히 문을 다 잠그는 때는 밤 9시 30분 정도다. 학교 체육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기 때문에 배드민턴을 치고 가는 사람들이 다 나가는 시간에 맞출 수밖에 없다. 최종 문을 닫는 시간은 밤 10시다. 문을 닫고 들어와 한 번 더 점검한다. 일을 마치고 밤 10시 40분 쯤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잠을 깊게 자기 어렵다. 간혹 비상벨이 울리기도 하고, 문이 1cm만 열려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세콤 때문에 몇 번씩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새벽 5시 30분이다. 씻는 일은 뒷순위다. 우선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문을 다 열고 나면 겨우 씻을 수 있다. 문단속만 하지만은 않는다. 보이는 데를 쓸고 청소한다. 교감, 교사분들이 학교가 깨끗해졌다며 인사도 건넨다. 오전 8시가 되면 집으로 향한다. 여름, 겨울방학 때도 학교는 개방하기 때문에 독같이 근무한다. 이렇게 평일엔 꼬박 16시간을 교대 근무 없이 혼자 일한다. 주말은 이틀 내내 48시간 혼자 학교에 있다. 용역 소속 당시 2일 중 하루는 유급 휴무였지만 올해 9월 1일부터 교육감에게 직고용되고 나서 모든 휴일이 무급제로 전환됐다. 겨우 2일 가족,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이젠 없다.
 
"무급으로 쉴 수는 있죠. 그런데 열악한 처우에서 이틀을 무급으로 쉬면 임금을 더 못 받아요. 그러니깐 다들 쉬지 못해요. 이번 달 기준으로 평일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이고 22일 일한거로 하면 총 132시간이에요. 주말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9시간으로 되어있고 8일 계산하면 총 72시간이죠. 한 달 총 204시간 일 한 것으로 돼서 사대보험 제하면 월 140여만 원 을 받아요. 대체 근무자를 세워서 쉬려고 해도 이 분들 일당이 6만 원, 이틀로하면 총 12만 원이죠. 이 돈이 지금 임금에서 빠지게 되면 임금이 확 줄어요. 용역소속일 때보다 더 나빠진 거죠."
 
누구를 위한 정규직화죠?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용역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고용하라고 했다. 인천교육청 역시 이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하지만 무늬만 직고용일 뿐 이한수 님이 체감하는 긍정적 변화는 적었다. 오히려 악화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
 
"올해 추석 연휴가 길었잖아요. 용역 소속일 땐 명절 때 학교에 너무 오래 있으니깐 하루 쉴 수 있게 대체 근무자를 보내줬어요. 그런데 올해 직고용으로 바뀌고 나선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학교에 있었어요. 직고용되고 나서 부풀었던 마음을 꺼트린 거죠. 전과 같든지 아니면 더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평일 16시간, 주말 24시간을 학교에 있고 일을 하는데 인정해주는 시간은 평일 6시간, 주말 9시간이에요. 나머지 10시간, 15시간 인정 못 받고 있어요. 전부 인정해달라고도 안 해요. 최소한 절반이라도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한수 님이 없는 학교는 상상을 못 한다. 소소하게는 학생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부터 다쳐서 밴드를 찾는 학생들에게 밴드를 붙여주는 것까지 여러 가지다. 밴드도 일부러 보건실에 가서 부탁해 받아오기까지했다.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로 지키고 싶은 자부심 
 
노동시간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로서 자부심은 단단하다.
 
"제가 경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정도 됐어요. 맨 처음 교육받고 나간 곳이 아파트예요. 학교보다 아파트 경비 일이 돈을 더 벌어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요. 잠을 3시간밖에 못 자요. 돈을 더 주긴 하지만 아주 사람을 잡아요.

학교는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큰 건물에 나 혼자밖에 없어요. 그런 책임감이 있죠. 어떤 사람은 무섭지 않냐고도 물어요. 나는 무섭지 않다, 자신 있다고 대답하긴 하는데 실제 근무를 해보니깐 무섭긴 해요. 밤에 아무것도 없고, 큰 건물에 혼자 있으니 말이죠. 헤드라이트 들고 학교 한 바퀴 돌 때 내가 이 큰 건물을 다 지킨다는 생각, 뿌듯함이 있어요. 또 그런 마음이 없으면 학교에서 근무 못 하겠더라고요."
 
자부심을 꺾는 노동환경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자부심을 꺾는 일이 있어 속상하다.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 못 받는 게 정말 속상합니다. 그리고 본래 맡은 업무 외의 것을 자꾸 요구할 때도 그렇고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자는 공간도 문제다. 당직실이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좋지 않다. 여름엔 모기가 너무 많아서 괴롭다.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정도다. 에어컨이 있지만, 작동이 잘 안되서 얘기를 하니 그때서야 리모컨을 줬다. 처음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다. 이불이 너무 지저분하고, 새까매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싶어 얘기하니 세탁을 해줬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이불이라 더는 쓸 수 없어서 바꿔 달라고 하니 그때 새 이불을 학교에서 사줬다. 지금은 바꾼이불을 덮고 지내고 있다. 모든 게 얘기를 해야 그제야 겨우 들어주는 식이다.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거나 미리 물어봐 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한수 님은 밥 먹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나가서 사 먹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통 도시락을 싸 오거나, 급식소에서 조그만 통에다 먹을 걸 담아서 줘요. 아니면 김치만 갖다 놓고 간단히 해 먹는 정도죠. 탕비실도 없어요. 화장실에서 겨우 쌀 씻어서 제가 집에서 밥솥 하나 가져왔는데 거기다 해먹고 그래요.
 
교육감 직고용이 되면서 식대로 13만 원이 나와요. 용역 소속일 땐 식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와서 좋지가 않아요. 식대가 나온다는 이유로 1끼당 3,100원~3,500원을 식대에서 빼요. 학교 행정실에서 급식실에서 밥을 받아먹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깐 식대를 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종교 활동도 못하는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의 고충 
 
이한수 님은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일을 하게 되면서 주말에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인 교대근무제, 무급 휴일로 인해 종교 생활도 하지 못하고, 가족,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전부 끊겨 버려 속상하다고 했다.
 
"원래 교회를 다녔어요. 그런데 학교 일 시작하고선 주일을 못 지키고 있죠. 너무 마음이 쓰여요. 종교 생활도 못 하게 돼서 안타깝죠. 그리고 원래 친목회가 몇 군데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다 끝났죠. 못해요. 겨우 같은 일 하는 사람들끼리 친목회 만들자고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크죠. 아내하고도 쉬는 날엔 근교로 놀러 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무급 휴일이 되고 나선 그것도 못 하고 있어요. 많이 아쉬워하죠."
 
일하다 다치면 건강이 아니라 해고 걱정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또,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 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어야죠."
 
명절때라도 쉬면 안될까요?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60~70세의 고령 노동자들에게 실업은 곧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한국을 포함 호주 35.5%, 일본 19.4%, 그리스 15.8%,
미국 14.6% 등 5개 국가만이 OECD 평균을 웃도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가계의 노후 준비는 미흡하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9.3%에 머물고, 사적연금 가입률은 24%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에 힘든 일이어도 꾹 참고 버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한수 님 역시 꼭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모두 똑같이 고생하는데 뭐라고 제가 얘기하겠어요. 그나마 용역 소속일 때보다 고용이 안정화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정부와 교육청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음 놓고 건강하게 이틀만이라도 유급으로 제대로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소한 명절 때라도 하루, 이틀 정도라도 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 잠 못 자는 고통에 대해서 (매일노동뉴스)

잠 못 자는 고통에 대해서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선웅
  • 승인 2018.11.08 08:00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장의 33.4%(2013년 한국노동연구원)가 야간작업이 포한된 교대작업을 하고 있다. 교대작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장애일 것이다. 일례로 2012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대상 설문에서 80.6%가 수면장애 증상이 있고, 10%가량이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는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923

[공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연속간담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연장 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연속 간담회를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 바랍니다. 


1.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19시

- 발제: 공공운수노조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2. 유통업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19시

- 발제: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 토론: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 하인주 (로레알코리아노조 위원장) 


3. 사무직 

- 일시: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간담회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사전 신청을 해주세요

02-324-8633, laborr@jinbo.net 



[언론보도]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오마이뉴스)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②] 우편업

18.11.07 09:58l최종 업데이트 18.11.07 10:13l




집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집배 노동자들과 여러 시민사회의 요구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만들어졌다. 10월 22일, 이들은 1년여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0년간 166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심혈관계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사고에 의한 부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http://omn.kr/1chtv

<일터> 통권 176호 / 2018.1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76호, 2018년 10월호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1.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실태

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지금 지역에서는] 

사망사고 반복하는 삼성을 뜯어고쳐 보자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프랑스의 시도

[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안전과 건강 칼럼]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사진으로 보는 세상]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노동자 건강상식]

독감예방접종 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똑바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

[발칙 건강한 책방]

'오빠'가 읽은 '오빠는 필요없다'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이러쿵 저러쿵]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2018.10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마포구 청소위탁업체 노동자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에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18년 1월25일)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친다.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포구청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된다.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 건강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다.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어 두는 게 많아요."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안전해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마포구청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죽여가면서요."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험한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이 일이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분들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언론보도]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국민일보)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 2018-10-06 05:00

김모(57)씨의 남편은 지난해 1월 사망했다. 그는 한 주에 70시간 넘게 일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날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 쓰러졌다. 김씨는 5일 “진작 일 좀 덜 했으면, 아휴…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시행 100일을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회한이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37755&code=61121111&cp=nv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 2018.08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활자, 그 너머에서 배우다 

윤상일 보건의료학생 매듭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89


스스로를 '노동'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어가 주는 불온하고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애써 '일', '일하는 사람'이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수많은 강의록에 허우적대며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노동과 더 멀어졌다.

그러다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한 책 덕분이었다. 그 책의 저자는 우리네 사회는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있으며, 때로는 일터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반올림, 원진레이온 등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학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이후 학내 동아리에서 같이 책과 뉴스 기사를 읽으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여름방학에 건강현장활동¹⁾ (이하건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밖에 없는 방학 중에 6일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포스터에 적힌 '학교와 병원에만 있으면 알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에 설득되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

건활은 글이 차마 담아내지 못한 현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은 글을 통해 접한 것보다더 열악했다. 지난 6월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남동공단에서 노동자 119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단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수는 없어, 모든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와 숨 막히듯 더운 공기는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는 듯했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쓰레기통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 불과 1달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쓰레기통 하나만으로도 인천남동공단이 위험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이든 기사든 필자가 현장에 오기 전 접한 글들은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공한 결과물이었다. 웹툰 『송곳』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세미나를 통해 노동조합과 그들의 현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글보다 더 열악하고 복잡다단했다. 수북이 쌓인 정체를 모르는 먼지들, 노동시간 52시간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겠다며 공항 공사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12조 8교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어떻게든 임금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는 공항 공사의 지능적인 꼼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불건강에 기여하고 있었다.

현장의 이 모든 열악한 환경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 찾아가기 전 사전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고는 태움이라는 기이한 일터 문화와 간호사 인력 부족이, ST유니타스 웹디자이너자살 사고는 과로를 조장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문제였다.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하청업체에 가해지는 낮은 단가의 압박, 부족한 위험 물질 관리 및 규제 제도와 원청 처벌의 부재가 문제였다.


한번은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노동자가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뻔했다. 생명보다 돈과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나눴다. 덤으로 '4차 산업혁명이 노동 구조를 바꾸면 노동자들이 더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말들이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는 말은 한편으로 공허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은 막막하다. 2년여 전 파견직 노동자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했을 때도, 노무사 선생님들은 원청을 처벌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UN 인권이사회에 가서 원청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한다는 발언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심지어 같은 공단에서 시안화수소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명해 보이는 대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외침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문제에 대해 경제 · 사회 · 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한다고 한다.²⁾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노동권 교육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을 수업시간에 듣기도 힘들다. 대학교에 오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대개 보건의료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교가 시키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지켜가며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애초에 이런 학생들이 노동권에 관심이 별로 없고, 혹시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내과 강의시간에 대사성 산증이 다뤄진 적이 있다. 그 시간에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기전, 표준 치료 등에 대해 배웠다. 교수님은 "메탄올에 의해 대사성 산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몰라도 된다"며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병원 안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 밖, 피해자분들께는 틀린 말이다. 2년 전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1달 전 시안화수소 중독 사고 피해자분들 모두 대사성 산증으로 아파해야만 했다.

대사성 산증 강의 삽화에서 알 수 있듯, 의학 교육은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과학적 측면에서만 이뤄진다. 의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사회 의학도 엄연히 의학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지만, 과학적 의학만을 진정한 의학이라 생각하며 교육하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사회 의학은 잊혀 버린 옛 이론일 뿐이다. 필자는 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지금까지 발전한 데에는 과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학적 의학만이 의학의 전부가 아니며 의과대학에서 사회 의학도 과학적 의학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 보건의료학생에게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병리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Karl Virchow, 1821-1902)가 했다고 말해주면 믿을까? 1848년 초, 상부 실레지아 지역의 직조공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에 당시 유능한 의사였던 루돌프 피르호는 현장으로 가서 머물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하며,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몫에 돌아가는 돈이 적은 현실을 비판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온다. 훗날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입증되면서 당시의 전염병이 Rickettsia prowazekii라는 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임이 밝혀졌지만, 루돌프 피르호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결국은 교육이다. 교육이 바뀌고 보건의료학생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부한 대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고 아픈 노동자의 곁에 선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이 과학 교과서 너머, 활자 너머의 현장과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 각주
1) 건강현장활동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이 기획하는 활동으로, 건강할 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5박 6일 간 산업 재해, 의료민영화, 여성 건강권, 노동 건강권 등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올해 건강현장활동에서 노동,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사망사고, 반올림, 인천공항 교대제다. 현장활동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먼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 다음, 현장에 찾아가서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2) 김소연, 『"한국 노동교육 전무…독일 초등학생은 단체교섭 배워"』 한겨레, 2012년 11월 18일



현장에 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병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이 존재한다.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현장은 방문하지 않으면서 그에 관련한 뉴스만 들으면서, 학업 때문에 바쁘거나 해서 지칠 땐, 잠시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 이런 이슈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희는 이번 건강현장활동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와 ST 유니타스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 반올림, 인천남동공단, 인천공항,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과 연대하였고 먼저 아산병원에 찾아가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은 으리으리하였고 그에 맞게 수많은 환자가 붐볐습니다. 병원이 크니깐, 게다가 아산병원이니깐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지만 정작 의료진들이 인력 부족에 의해 그에 따른 "태움"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리플렛을 나눠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면서 매우 놀란 시민분도 있었고, 같이 아산병원을 욕하면서 공감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저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알 턱이 없었고, 알기만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위선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한다거나 우울증이 있었다는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의 수련기간도 부족하고 수련을 담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게 된다면, 감정적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받는 사람과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통스럽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은 본인의 일에 익숙지 않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되게 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신규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의료인으로서 효능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범인은 병원입니다. 추모의 의미로 보라색 리본을 육교에 묶으면서 보이는 병원이 과연 생명을 살리기만 하는 곳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력 부족과 직장 내 괴롭힘, 과로의 구조에 갇혀 사는 의료인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사실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당연히 없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휴가 반납하기도 하면서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도 다 버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에 갇혀 살진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 구조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돼서 굳건히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1023일의 긴 농성이 끝난 현장이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많은 연대 단위들이 같이 발언하고 반올림 분들과 같이 지난 농성했던 순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날에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그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해온 현장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현장 역시 알고 있었는데, 왜 난 바쁘다는 이유로, 과제가 많단 이유로 같이 농성장 지킴이를 많이 하지 못하였고,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였는가.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문화제에 다녀온 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와 아직 세상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언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것, 생명 없는 이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이 알까요.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하여 선전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선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른 채 자신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공단 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의 공장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 봐도 안전관리가 부실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었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파견근로 하는 노동자들로 자신의 안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작업환경 측정하는 기업조차도 관련 사업장들과 관련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파견업체, 하청업체, 원청업체, 정부 그 무엇도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고 방기했습니다. 파견업체나 원청은 작업장 탓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 장비나 화학약품 등을 갖추지 않고,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못하였고 하청업체들이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게 하도록 만든 환경 역시 방치하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자본이 낳은 파견과 하청의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추구에 힘쓰도록 만든 것이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사업장 자체의 잘못도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인천공항에 방문하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전전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며 선언했었기에 저는 잘 되겠거니 하고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실상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행 상황은 더디고,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진행하며, 아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차별은 심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제와 같은 비인간적인 교대제에 처해있고, 대부분 4조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교대제는 없듯, 야간근무를 하여도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두 겨우겨우 일하며 24시간 공항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교대제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되 인력은 충원하지 않아 훨씬 더 고된 강도의 노동환경에 처할 위기입니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공항에 가면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어 싱숭생숭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은 생각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왜 우리가 공항을 갈 때마다 깨끗한지, 수화물이 처리되는데 착오가 없는지, 승강기나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 고장이 없고 고장이 나도 빠르게 고쳐지는지,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공항 내 위험 상황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덥거나 춥지 않고 탑승 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이착륙 시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활주로가 정리되어 있는지 등 우리가 지나쳤던 모든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가 누리는 시설에서, 제품에서 지나쳐왔던 노동들이 있겠죠.

이런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노동해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당하고 교대제에 의해 불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잘 몰랐습니다. 알아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였고, 저의 일로 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현장에 와 봐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비정규직이라는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이 치환되고,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 안전관리 역시 미흡해 수하물 관리하다가 벌레에 쏘여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분진에 의해 폐암이 생기고, 노동 강도도 높아 골병이 드는 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로서 타 기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인간적인 교대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자 착취에 모범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 때문에 다치고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아프게 한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자본이 치밀하게 일터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짜왔는지, 이런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병원의 규모나 병상수에 따라 필수 의료 인력을 정해두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기업보다는 힘없는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산재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나 기업이 하도록 해야하며, 영업기밀이라며 공장이 작업환경을 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업장을 찾아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들을 돕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주거나, 하청업체끼리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원청의 하청 후려치기를 막는 규제를 두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작업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원청에도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 역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부족한 인력 역시 충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결국 더 아파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얼마나 자본주의가 사회에 요구하는 이윤 중심, 효율 중심의 사고에 갇혀왔는지 반
성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우선 시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강한 삶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일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일과 일 이외의 삶이 공존하는 삶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은 일할 때도 자신이 어디서 무슨 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면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어느정도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것을 넘어 일 이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몸을 버리고 죽어라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에 효능감을 느끼며, 건강권을 보장받고,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닌 주체적인 노동자 말입니다. 이렇게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과 일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다녀온 후 전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음에 반성하였고,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그 날까지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ST 유니타스 간담회를 다녀와서

이지연 보건의료학생 매듭

이번 2018 건강현장 활동에서는 주로 여성 건강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루었고, 몇 개의 현장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대하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ST 유니타스 간담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ST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인해 자살한 웹 디자이너 故 장민순 씨는 회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과로로, 일주일에 연장 근로했던 시간이 법으로 정해진 기준인 12시간이 넘는 주가 ST 유니타스에서 근무한 총 129주 중의 46주가 되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거의 완치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었다. 우울증 악화로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회사는 총 4명분의 일을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거나, 수당도 주지않는 업무 참여 여부를 인사 고과 등에 반영하는 등, 직장에서의 갑질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상황 뒤에는 특정 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시킬 수 있는 탄력 근무제로 인해 노동자는 연장 근로와 야근을 매우 압축적으로 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고인의 경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비중이 18%가 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연봉 근로계약서에는 이미 주당 16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이 자체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이러한 포괄 임금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직원에 대해 회사는 과로 자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은 이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것을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치부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을 지양하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18.08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안지완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청년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많은 사업장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의 2013년 2월 28일 '점주와 알바를 착취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규탄' 알바5적 기자회견 모습. (출처: 알바노조)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꼭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편의점. 간단한 간식류부터 도시락, 생필품, 비상약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으로 기능한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올해 3월 4만 개를 넘어섰다. 그 수많은 편의점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있다. 계산할 때 말고 그들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으로 다시 주목받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지완(23)씨를 지난 7월 29일에 만났다.

"대학생이고 다음 학기 휴학 예정입니다.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어요. 학교 다니면 부모님이 생활비로 30만 원씩 주셨는데, 지금은 휴학 중이라 안주시거든요. 그래서 집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이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 좀 넘었네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일하는데 물건 진열하고, 물류가 들어오면 정리하고 상품을 채워놔요.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확인해서 폐기하고, 청소하죠. 요즘엔 편의점에서 닭도 튀겨요. 그거 청소도 하고, 기름도 갈고. 도대체 누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태만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안지완씨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해봤냐고 물으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경험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바로 시작했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사이에요. 휴학, 방학, 재학 중 가리지 않고 했어요. 전에 다른 편의점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그전엔 파리바게뜨 4개월, 이자카야 술집 3개월, 단기 호텔 아르바이트, 인천공항 물류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물류 일은 10시간 일하고 더 하면 1.5배 시급을 더 쳐준다고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거부했어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다들 등록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더라도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다. 연애는 꿈도 못 꾼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모두 '돈'이다. 지금까지 해본 아르바이트 중 어떤 일이 제일 힘들었는지 궁금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공항 물류 아르바이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자카야 술집이 제일 힘들었어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켜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이유로 소위 '술집 여자'가 돼요. 손님들이 '아가씨 이리 와봐요', '술 좀 따라줄래요' 이래요. 거기에 대처 못 하는 사장이 있고, 2차 가해 하는 사장도 있었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죠.

파리바게뜨도 힘들기로 유명해요. 빵 이름을 다 외워야 해요. 음료도 만들고 여름엔 빙수도 만들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만 해달라는 게 2~3주가 넘었어요. 근로계약서를 봐도 강제노동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래서 안 나갔죠. 13만 원을 못 받은 상황이었는데 굳이 사장이 직접 와서 받아가라는 거예요. 아마 뭐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죠. 문자로 계좌 알려주고 보내 달랬더니 직접 오라고 하더라고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죠. 그리고 13만 원을 받았어요. 그 13만 원이 뭐라고요."


시간외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지난 5월 4일 '아르바이트생 1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결과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1위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57.1%)였고,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2%), 감정노동 강요(40.7%), 폭언(28.6%) 등이 뒤를 이었다.

높은 갑질·폭력 경험에 비해 대응 방식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57.2%로 가장 높았고 '지인에게 심정을 털어놓는다'가 18.8%, '관련 단체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관련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 인권 침해는 더욱 공고해진다.

안지완씨는 용기를 내어 노동부에 신고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장이 출퇴근 기록부를 조작하지 않을까, 본인이 가진 유일한 증거는 문자밖에 없는데 이걸로 증명될까 걱정도 되고 겁도 났다. 그런 어려움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휴수당, 야간수당 못 받아요. 수습 3개월 일 하는 거로 계약했거든요. 이미 6개월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또 수습인 거죠. 지금 6700원 받아요. 편의점주가 그러더라고요. 정부가 임금 올리는 건 맞지만, 귀족 노동자를 탓해야지 우리같이 힘든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저에게 미안하지만, 수습으로 3개월 일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바로 집 근처라 교통비 아끼는 셈 치고 하는 거예요."

주 15시간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편의점주는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야간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시간외근로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편의점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져보면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5인이 넘을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소용없다. 명백히 야간근무를 하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항상 느껴요. 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은 거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해요. 하다못해 등록금이라도 내야 해요. 그러니 사장 협박이 잘 먹히죠. 좋은 사장이 있을 수없다는 걸 아르바이트 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성추행, 성차별적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제기하기가 힘들어요. 제기해도 반응이 '좀 참지 그러냐'거든요.

사실 제기해본 적도 있어요. 너무 화가 났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네가 술 취한 사람한테 가면 안 됐다, 오라고 해도 무시했어야지' 그러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이랍시고 '네가 섹시해서 그렇다'고 한 적도 있어요."


외모 평가, 성적 발언, 신체접촉 등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흔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2명이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비율이 9:1 정도로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성폭력 문제에서도 고용주, 정부는 전혀 힘이 되지 못한다. 혹시 안전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문제는 본사에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었으면 

"얼마 전에 점장이 발주를 잘못해서 제 담당 시간에 상자 30개가 들어왔어요. 물류 노동자분이 저한테 오늘이 마지막이냐, 사장한테 밉보인 게 있냐고 할 정도로 말도안 되는 상황이었죠. 진열대에 있는 상품말고도 창고에 물건을 옮겨요. 라면은 천장 문을 열어 넣어야 해요. 사다리 타고요. 맨 처음엔 밤에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눈 초점이 흐려지고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 상태로 올라가니 떨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휘청하면 끝장나겠다는 느낌이요. 잠을 잘 못 자니까 자꾸 어디 앉으면 나도 모르게 중력이 빨아들이듯 자요. 눈 뜨면 내가 잠을 잔 건지 모르게 피곤해요. 잔다고 해도 몰아서 자요. 눈도 되게 아프고요. 24시간 눈을 뜨고 있으니깐요. 현실감각도 없어지고 멍해져요.

폭력도 비일비재하죠. 일 시작하기 전에 사장에게 비상벨이나 전화기를 30초 이상 놓으면 경찰 호출 되는 게 잘 되냐고 물었는데, 사장이 그런 일 없을 거라는 거에요. 고장 난 지 한참 됐다고요. 다른데도 비슷할 거에요. 혹시나 통화가 돼도 위급한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경찰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대요.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한국 사회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해, 임시직, 젊은 층이 한때 하는 일, 생활비가 아니라 용돈 벌이, 고생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자는 모두 '노동자'임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안지완씨에게 우리 사회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체감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생활비라고 전혀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나이 또래 청년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요. 아르바이트 노동 역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사회적으로 해내는 거죠. 그런데 이걸 왜 쉬운 일로 생각하는 걸까요? 사회를 직시하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제를 기업이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알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는 청년 세대의 대표적 문제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도 이미 나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그 문제를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잘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제 주변 대부분이 150~180만 원 사이를 벌겠지 생각해요. 200만 원 이상 벌어야 하는 조건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거예요. 내 삶을 150~180만 원 사이에 맞출 생각을 하죠. 식비를 이만큼 쓰고, 외식을 몇 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금부터해요."

마지막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편의점 노동자는 가게가 아무 일 없이 24시간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업무를 해요. 손님들이 그 이상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그리고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대 보험도 안 되고, 산재 처리도 어렵잖아요. 모든 노동자가 4대 보험 적용이 될 수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해요. 4대 보험 들면 임금 줄어든다고 노동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데 그런 문제가 안 생기게 해야죠. 모두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아르바이트 노동자든 다치지 않게 하는 건 당장 이뤄져야 해요. 위험요소는 어느 직업에나 있는 거잖아요."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성명] 서울아산병원의 갑질과 횡포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와 유족, 전국의 간호학생과 간호사들에게 사과하라


고 박선욱 간호사를 태움과 장시간 과로 노동 등으로 숨지게 한 서울아산병원이 또다시 유족과 전국의 간호사들 마음에 상처를 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 신입 간호사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면접에 참여하는 예비 간호사들에게 몹시 부적절하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면접에 참여했다는 예비 간호사들은 서울아산병원이 ‘올 초 병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힘든 신규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이냐’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또, 한 예비 간호사에게는 ‘학교 선배가 자살한 병원인데 왜 지원했느냐’, ‘주위에서 여기에 지원하는 걸 말리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예비 간호사들은 면접 과정에서 큰 굴욕감을 느꼈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으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병원 탓이 아니라 개인 탓이고, 고 박선욱 간호사의 후배는 믿지 못하겠으니 죽지 않을 것을 각오하라고 강요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면접관 개인의 부적절한 질문이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 취지였지만, 부적절한 질문인 것은 맞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15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단 한 번도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병원 노동자들에게 고 박선욱 간호사가 예민한 성격이었고, 죄책감에 스스로 자살한 거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최근에는 고 박선욱 공대위가 요구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김앤장을 선임하고 언론 플레이를 할 시간에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을 만났어야 했다. 또 이번 면접 과정에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질문을 받았던 예비 간호사, 이 일로 함께 상처받았을 전국의 간호사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면접에 참여한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을 가하거나 보복 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고인과 유족에게 다시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서울아산병원은 유족에게도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만일 서울아산병원이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거나 예비 간호사들에게 불이익 조치를 취한다면 고 박선욱 공대위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을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시민들의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 박선욱 공대위는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뿐만 아니라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2018년 7월 31일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 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야기일 것입니다.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간호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간호사 침묵을 깨다 / 2018.06

간호사 침묵을 깨다

[현장의 목소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박고은님 인터뷰

재현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지난 2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로 약 6개월간 일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유가족과 전·현직 간호사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가 서울아산병원의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 문화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은 묵묵부답이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 기억에서도 점점 잊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터>는 현직 간호사로서 "나도 너였다"며 제2, 3의 박선욱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박고은님을 지난 523일에 만났다.


박고은과 고 박선욱, 다르지 않았던 간호사의 삶 

"저는 2010년에 간호학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는데요. 직장을 구하자마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일을 연속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8~9년 차 경력이 있는데 저는 어느 병원을 가나 박선욱 간호사처럼 신규였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일에 마음이 더 쓰이고 공감 됐어요. 저는 심지어 박선욱 간호사보다 더 오랜 시간 신규 생활을 했으니까요." 

박고은님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태움과 각종 부조리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대학병원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정규직으로 채용이 돼도 자리가 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거든요. 그때 병원이 prn(pro re nata: "필요하면"라는 뜻)이라고 정규직 간호사들이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려고 했어요. 간호부 관리자들이 신규 간호사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어차피 자리 나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에 놀다가 입사하면 동료들에게 뒤처지니까 알바 한다 생각하고 와서 일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그럴싸하게 말하면서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강요하는 거라 너무 황당했어요." 

박고은님과 다른 간호사들은 이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prn 신청서를 작성하고 일을 시작했다. 이때를 다시 기억하면 처음 직장에 갔는데 학교 실습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마주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예상치 않게 임신했어요. 그리고 설 연휴 동안 무리하게 일하다가 조기 진통이 와서 일주일 병가를 받았죠. 그렇게 쉬고도 회복이 안돼서 복귀 전날 부서장님을 찾아뵙고 조금 더 쉬면 안되냐고 했더니 막 뭐라 그러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가 임신해서 병가로 쉬고, 나이트도 빠지고 일 시키기도 불편하다고 불만들이 많은데 대체 나한테 뭘 어떡하라는 거냐고 짜증을 내는 거죠." 

결국 부서장은 박고은님에게 '너에게 더 줄 수 있는 휴가는 없으니 계속 출근하든지 일을 그만두든지 결정'하라면서 사실상 퇴사를 종용했다.

"그때는 아무리 여기가 좋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제 컨디션이 더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직서를 쓰고 나왔죠." 

박고은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간호사로서 경력이 끊어진다는 불안함과 부담감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센터 내시경실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아이 문제로 결국 일을 그만둬야 했고 국내 로컬 병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제가 그전에는 대학병원이거나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검진센터에서 일했거든요. 병원들이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대학병원 체계가 굉장히 익숙했어요. 그런데 국내 로컬 병원에서 일 해보니까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일회용품을 재사용하거나 재소독 하고, 간호사들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더라고요. 의사들은 환자들 감염관리나 안전문제에 관심이 없고 간호사들한테 일을 다 떠넘기고요. 이런 데서는 도저히 양심적으로 환자를 못 보겠다, 생각해서 병상 규모가 큰 로컬을 가봤는데 역시 똑같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2일 다니다 그만두고 몇 번은 더 이직했어요." 


'못난 사람, 못난 간호사'로 만드는 인력부족과 태움문화 

박고은님은 여러 경력 중 학생 때부터 가고 싶었던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도 일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도 같은 중환자실에서 일했던지라 감정이입이 더 된다고했다. 

"제가 중환자실 경력이 없었는데 병원 쪽에서 관계 없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합격했어요. 그런데 첫날 출근해서 수간호사랑 면담하는데 제가 무경력자인지 몰랐더라고요. 병원이랑 중환자실이랑 소통이 잘 안된 거죠. 중환자실 선생님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경력자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신규가 와서 자기 일도 하고 저도 가르쳐야 할 판이니 화가 났겠죠. 그래서 매일 혼나고 몇 간호사들이 제 프리셉터 없을 때 윽박 지르고, 눈칫밥 먹고 살았어요. 근데 사실 이런 거 때문에 힘든 건 두 번째였고요, 뭐가 가장 힘든 줄 아세요?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여기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요. 나는 중환자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도움이 못 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런 싫은 소리 들어도 마땅하다고 스스로 이런 생각이들 때가 사실 제일 힘들었어요." 

박고은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하다 계속 쓰러졌고, 결국 병원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그만둔 거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박선욱 간호사도 많은 순간 도망치고 싶었겠죠. 게다가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국내에서 가장 위급하고 위중한 사람들이 오는 병원인데 다들 일도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사람을 태웠는데 어떻게 일을 잘할 수가 있겠어요." 

박고은님은 본인이야 살면서 여러 풍파를 겪고 이제야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막 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박선욱 간호사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개인의 탓이 아닌 무책임한 병원 문제에 집중해야 

"언론이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서울아산병원이 문제라기보다 박선욱 간호사를 괴롭힌 프리셉터나 같은 병동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저번 집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그 병원이나 부서 분위기가 어떤지, 구조는 어떤지를 파악하고 시스템에 관해서 이야기 해야지 개인을 먼저 손가락질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 한편에서는 박선욱 간호사가 일을 진짜 못해서 선배들이 참다, 참다 그런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저는 박선욱 간호사가 아무리 일을 못 했다고 해도 '그럼 일 못 하는 사람은 꼭 죽어야 하냐'고 되묻고 싶어요. 아니, 일을 못 하면 트레이닝을 해주라고 선배들이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가 학교 성적도 좋고 긍정적인 성격이니까 일 잘할 것 같다고 채용했으면 잘하든 못하든 병원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일한 지 겨우 몇 달 된 신규 간호사가 일을 못 하면 또 얼마나 못했겠어요.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자기 스스로를 탓했던 게 박선욱 간호사예요." 

이런 이야기가 도는 건 바로 이 사건 때문이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동료 3~4 명과 함께 해야 하는 환자 체위변경을 간호조무사와 단 둘이 하던 중 중환자의 담즙을 배액 하는 관을 빠지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런 경우 환자는 재시술 해야 해서 책임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박고은님은 박선욱 간호사는 이 일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하는 내내 태움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환자에게 실수까지 했으니 낭떠러지로 몰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 일은 환자한테 폐를 끼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죽었다고 하는데, 이 실수가 본인이 죽음으로 갚아야 할 만큼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만약에 저라도 제가 일을 잘못해서 환자가 죽었다면, 내가 죽어서라도 죄를 갚아야 하는거 아닐까 고민했을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사실 박선욱 간호사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어요. 

보통은 중환자실 환자는 많은 장비를 달고 있고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명 정도가 같이 환자 체위변경을 하는 게 맞아요. 아무리 적어도 3명이 같이 환자 자세 바꾸고, 처치하고, 장비 고정하고 이런걸 해요. 그런데 병원에서 박선욱 간호사한테 2명만 가서 그 일 하고 오라고 시키면서 사고가 생겼죠. 그 일이 있고 나서 박선욱 간호사는 너무 괴롭고 외로웠을 거예요. 병원은 자기한테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도와는 사람은 없고 나 힘들다고,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겠죠. 

정말이지 만일 이때 단 한 사람이라도 다음부터는 안그러면 되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그리고 2명만 환자 체위변경하게 한 병원도 잘못이 있다고 박선욱 간호사의 책임을 덜어줬다면 어땠을까요."

 

병원을 바꿔야 간호사의 삶도 바뀌어 

"우리 사회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몇 개인의 문제로만 이야기하면서, 다른 문제들은 묵인하거나 방관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전국에 있는 간호사들이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신규 간호사 교육 과정이 잘못됐다고 목소리 내고 있잖아요. 서울아산병원같이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다른 소규모 병원은 얼마나 더 심각하겠어요. 그러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아서 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아산병원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말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박선욱 간호사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게 자기 직장에서 일하다 죽은 거잖아요. 그러면 사과해야죠. 산재를 인정받도록 도와줘야죠."

 박고은님은 마지막으로 자신도 매일 태움을 당하면서도 이 문제를 방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통계, 연구 보고서들 보면 학대받은 아동이 학대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잖아요. 저는 간호사도 비슷한 거 같아요. 간호사들은 이미 학생 때 실습하면서 선배들한테 혼나고, 또 혼나는 걸 보거든요. 그러니까 직장 구하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생각이 든 게 어떨 때 아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소리 지르고 매를 들 때가 있잖아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방법인데 아이한테 소리 지르고 눈 한번 부릅뜨고 매를 들면 아이가 눈치를 보거든요. 그건 에너지도 별로 안 들고 당장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어서 편해요. 그런데 이런 폭력적인 방식은 결국 인간의 영혼을 훼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쉽지 않은 게 아이를 존중 하면서 행동을 바꾸게 하려면 하나를 만 번 설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성인은 만 번까지는 아니겠지만 신규 간호사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선배가 만 번 가까이 이야기할 만큼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생각해보세요. 병원 인력은 늘 부족한데 선배가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가르치게 되겠어요. 화내고 눈 부릅 뜨는 게 편하고 빠르겠죠. 저는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호사들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조금 더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려는 노력도 해야겠지만요." 

현재 박고은님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와 개별 간호사,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에 함께하고 있다. 공대위는 앞으로도 서울아산병원의 사과, 산재인정, 재방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특집3.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 1973년생 금속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 2018.06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973년생 금속 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나래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1973년생 15살 문송면. 그는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2개월 만에 수은중독에 걸려 숨졌다. 가난했기 때문에 그 시절엔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모두가 서울로 몰려들었다. 문송면도 그런 사연을 안고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혼자 서울까지 올라왔다. 

문송면은 병원을 전전한 지 한 달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은중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서울대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맹독성 물질인 수은에 관한 설명, 교육도 하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15세 청년 노동자를 밤낮으로 일만 시켰다. 이 사건은 많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장례식 때는 영등포 로터리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노제를 치렀다. 노동자, 활동가, 의료인, 시민들이 일터를 안전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쳤다. 그의 죽음은 원진레이온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알리고, 직업병 문제가 이슈화되는데 큰 발화점이 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견뎌왔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구의역 청년 노동자, 청년 드라마 PD, 메탄올 실명 사건,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등 1973년과 2018년을 교차하는 노동자들의 아픔, 죽음 그리고 희망을 2018년의 문송면과 만나고 싶었다. 지난 525일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자동차 엔진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현호 님을 만나 30년 전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현호 님은 1973년 문송면 님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신한발브에 다니며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고향도 충남 서산이라고 했다. 만약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본인도 충남에 살면서 우연이라도, 어쩌면 문송면을 만나지 않았을까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문송면 님이 서울에 올라와 수은공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수은중독에 걸릴 회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까요? 제가 일한 곳도 구로였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신한발브에 입사해서 노동조합운동 할 때까지 살아계셨으면 벗으로, 동지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30년 전 문송면 님이 일했던 온도계 공장은 액체 수은이 깔렸고, 수은증기가 가득했다.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직접 수은을 온도계에 주입했다. 결국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조금 지나 이상 증후가 나타났고 불면증, 발열, 두통 등에 시달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떨까? 

"제가 다니는 신한발브라는 곳은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원재료를 절단해서 열로 가열하고, 프레스로 성형해서 성형된 원재료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는 소음입니다. 소재 운반, 포장, 기계 장착할 때 중량물 취급도 많아요.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오일미스트, 분진이 많이 날려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해요. 설비가 비좁게 들어서 있어서 노동자들이 많이 부딪혀 찰과상, 좌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모든 재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죠." 

18년 동안 일 한 본인 역시 작년에 어깨에 염좌가 생겨 치료를 받았다. 주변에 요양 중인 동료들도 있고, 요양까진 아니더라도 파스로, 물리치료로 버티는 이들이 많다. 2017년에만 현장에서 드러난 재해가 50건인데, 드러나지 않은 재해는 더욱 많다. 2014년도에는 경기도에서 재해율 2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했다.

[출처: 김현호]


김현호 님은 공장의 유해화학물질과 중량물 취급, 소음, 비좁은 공간 등도 문제지만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도 본인을 비롯 동료들을 신체적·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장은 주간·야간 맞교대로 돌아갑니다. 주간근무는 오전750분에 시작해서 오후53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2시간 잔업이 있는 날은 저녁730분까지, 4시간 잔업은 저녁930분에 끝나요. 야간근무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6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잔업이 있으면 오전 8시까지 일 하죠. 보통은 잔업이 있어요. 제가 알고 있기론 71년에 신한발브가 창립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근무시간표예요."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단축에 대한 노동운동의 요구와 싸움이 있었기에일궈낸 결과였다. 하지만 완성차 1차 하청업체인 신한발브에 바로 적용되진 못했다. 만성피로, 소화불량이 일상인 조합원들에게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철폐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1969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필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돼 왔습니다." 전태일도, 1988년 문송면도, 2018년 김현호도, 장시간·심야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인간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대체로 맞겠지만, 절대 틀린 게 바로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적응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입니다. 제가 주야 맞교대를 18년 동안 일을 했지만 절대 적응할 수 없는,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게 바로 심야노동이고 교대근무입니다." 

일터에서 다친 동료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그에게도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제가 2000년에 입사하고 얼마 안돼서 아내가 아이를 낳았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샤워하고 방바닥에 잠깐 누웠다 일어났는데, 제가 일어났던 자리에서 아이가 쭉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딪 혔어요. 제 몸 자체가 오일미스트에 쌓여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동료들이나 저 역시도 중량물 취급 작업 하면서 재해를 입게 되고, 이 재해를 산재로 받지 못하고 공상조차도 쉽지 않았죠. 동료들이 그렇게 다치는데도 회사의 반응은 '너가 잘못해서 다쳤잖아, 너가 다친걸 우린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아이의 넘어짐으로 김현호 님은 세상을 다르게, 좀 더 곧게 바라보게 됐다. 그런 그에게 1973년 동갑내기 문송면 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문송면 님이 돌아가시고 10년 후쯤 제가 27~28세에 신한발브에 입사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문송면, 원진레이온 등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송면 님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노동자의 안전, 사회 전체 안전에 대한 내용들을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인식을 확장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윤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 안전이 먼저 고민되고 우선시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죠. 이 문제는 결코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자본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터에서 일하고, 아프고, 다치는 노동자가 직접,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몸으로,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진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 그런 인사를 문송면 님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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