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2018.07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ILO 167호 건설안전보건 협약 검토

김세은,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 협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제167호 건설안전보건협약¹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988년에 제정된 이 협약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상의 위험요인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원칙과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비준하지 않는 상태이다.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조

이 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한 가지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문제에 대한 책임이 원 계약자, 즉 원청, 또는 ‘현장의 일차적인 책임·통제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건설업은 사고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사망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고 사망자의 50% 이상이 건설노동자였다.² 일반적으로도 하청노동자가 안전에 취약한 데다, 여러 도급, 하도급 업체들이 발주사와의 계약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사망자 중 다수가 하청노동자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 나아가 건설 현장을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바꾸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현실화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원칙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고,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지난 2월 입법 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는 원청의 책임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개정안이 가진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으나, 최소한 이러한 방향성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동자가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권리

또한, 167호 협약에서는,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안전한 작업여건이 보장되도록 하는 데 참여하고, 안전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절차에 대해 견해를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과 관련해 적절한 작업 조건과 방식을 조성하는데 노동자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고, 사고 발생시 직접적 당사자가 되는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이다. 더구나 원청의 갑질이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계에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하는 것은 건설업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서 역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의 다른 협약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당연한 권리로 여겨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노동자 참여에 대한 내용이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³ 하지만 이것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 · 운영해야 하는 기준이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공사금액이 120억 원 이상인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위원장이 ‘분기’마다 정기위원회를 소집하게 되어있지만, 상시로 운영되는 사업장과 달리 특정 기간 동안 다양한 도급 업체가 시기를 달리해 작업하면서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업에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에서 원칙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되도록 기준을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업종별 특성에 맞게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통계상 산재 사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건설업의 사고사망자 수는 오히려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다. 건설업의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정부의 목표는 이뤄질 수 없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반짝 내놓는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특집 1. 계속되는 추락 사망 재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 2017.8

계속되는 추락 사망 재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숙견 상임활동가


지난 6, 양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 중 추 락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초반에는 고인의 죽음이 매번 발생하 는 산재 사망 중 하나로 노동부 통계자료에서 나 확인할 수 있는 사건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사망의 원인이 어 떠한 가해자에 의한 죽음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삶과 가족에 관한 많은 이 야기가 회자했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고인 에 대한 애도와 남은 유족에 대한 연민으로 무 려 2,552명이라는 국/내외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134,490,662원의 조의금이 전달했 다.(620웅상이야기카페 발췌) 지금도 시민들의 온정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721일 울산지검은 가해자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데 말입니다.”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소식과 마땅히 죗값 을 치르게 된 가해자의 기소 사실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이 사건의 핵심적인 근본 원인을 언 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 모 두 사건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가해자 씨에게 지우게 했다. 사망 사 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만 약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쩌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1 새벽 일찍 일을 구하러 갔지만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 S 씨는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새벽부터 일감을 구하기 위해서 인력 사무소를 찾아갔지만, 허탕만 치고 온 터라, 짜증이 났다. 그런데 베란다 너머로 음악 소리가 들려서 잠 을 방해 받았다. 밖을 내다보며 시끄럽다.”고 고함 을 질러봤지만 음악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홧김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지만, 옥상엔 외벽 도장작업 중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작업자가 외부인을 통제하 고 있었고, 씨는 작업자에게 음악을 꺼달라는 요 청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양산지역 추락 사망 사고에서 우선 직시 했어야 할 사실은 제 3자의 살인행위보다 사업 주가 안전보건조치 이행의무를 다했는가 여부 다. 그 다음으로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통 계 자료를 보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499명이었고, 그중 추락 사망자 가 절반을 웃도는 281(56%)이라고 한다. 이 통계치는 매일 1.5명의 건설노동자가 작업 현장 에서 사망하고, 그중 0.76명의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 분의 산재 사망 사고의 원인이 사업주의 안전 보건조치 불이행으로 사실상 노동자의 살인을 내버려뒀다고 볼 수 있다.

비단 건설업뿐만 아니라 에어컨 설치/수리, 통신 케이블 노동자의 사망 사고도 심각하다. 20144, 20155, 20166(2016. 9. 7. 기준) 3년간 총 15명의 노동자가 에어컨, 통신 케이블 설치/수리 작업을 하던 중에 열악 한 노동조건, 죽음을 부르는 처참한 노동강도, 불안전하지만 작업중지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결국 일터에서 죽었다.

지난 731일 노동부는 “8월부터 2개월간 건 설현장 추락재해예방에 집중하겠다는 보도자 료를 발표하였다. 8월 한 달 동안 추락재해 예 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9월 한 달은 추락 재해 취약사업장 1,000곳을 불시에 집중 감독 을 할 계획이란다. 노동부의 이러한 활동이 제 발 추락 사망 사고를 멈추기를 희망한다. 하지 만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해결 없 이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점검 활동으로 노동자 의 죽음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올해도 폭염이 길어지면서 에어컨 설치 노동자 의 하루는 늘 바쁘다. 하지만 사업주와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어 도 아래와 같은 노동조건을 기본적으로 보장해 야 한다.

# 2 폭염이 장기화하고 있는 여름, 에어컨 설치의 계 절이 왔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여름은 노동자의 안 전을 위해서 노사가 공동으로 지침을 만들었다. 이 제는 고객으로부터 에어컨 설치 주문이 폭주하더라 도 하루에 설치하는 대수를 2~3대로 한정하기로 했 다. 그리고 재촉하는 고객에겐 노동자가 아닌 회사 에서 양해를 구하고, 노동자와 협의해서 일하는 시 간 조율을 하고 있다. 설치 노동을 할 때는 각종 안전 사고 조치를 마무리하고 21조로 작업을 한다.

[A-Z 노동이야기] ‘기술자’라고 쓰고 ‘노가다’로 막 불린다 30대 건설노동자 진혁 씨(가명) 이야기 /2016.2

 ‘기술자’라고 쓰고 ‘노가다’로 막 불린다 30대 건설노동자 진혁 씨(가명) 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흔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노가다라는 일본어로 표현하곤 한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거나,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막일)을 한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래서인지, 작업 공간이나 도구의 특성상 몸을 많이 쓰고 거친 노동이 많은 건설현장의 일을 노가다라고 자주 표현한다. 그러나 건설업 노가다가 정말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막 일하는 그런 노동일까?


우여곡절 끝에 발을 들인 건설현장

공사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30대 젊은이인 오진혁(가명) . 그는 요즘, 모처럼 큰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감이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예사지만, 최근 몇개월은 대형 건설사가 짓고 있는 고층건물 현장에 투입되어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다. 현장 일을 하는 대다수가 40~50대라서 그는 아주 젊은 축에 속한다. 진혁 씨 연령의 사람들은 단기간 돈을 벌러 잠깐 알바하러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이미 현장에서 일련의 기술을 가지고 일하는 기공이 되었다.

저희 팀이 하는 일은 건물 내부 벽, 그러니까 벽체와 천장을 만드는 일이에요. 제가 젊은축이지요. 제 나이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저도 뭐... 처음에 이 일 시작할 때는 우여곡절 끝에 돈이 필요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게 장래희망()인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어쨌든, 이 일한 지 6년 쯤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용역부터 시작했죠. , 인력 사무소 있잖아요. 거기서 일 받아서 청소도 하고, ‘곰방이라고 부르는 등짐 지는 일도 하고 요. 빠루(굵고 큰 못을 뽑을 때 쓰는 연장) 들고 철거하는 일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15명 정도가 현장에 함께 움직이는 에 속해 일해요. 공사현장에 가서 벽체 인테리어, 천장만 딱 담당하는 그런 팀이죠. 건물 외벽 말고 내부에 있는 벽들은 다 만드는 거예요.”

 

초짜는 데모도, 숙련노동자는 기공

자주 바뀌기는 하지만 거의 10~15명 정도로 유지되는 이 팀 안에서 진혁 씨는 설계도면을 읽을 줄 아는 기술자이다. 물론 벽을 세우는 그 자체의 노동도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설계도면을 볼 줄 알고 도면대로 벽을 세울 위치를 알고 일할 수 있는 기술을 더 숙련된 노동으로 쳐준다. 기공은 바로 이런 숙련기술을 갖고 있는 노동자로서,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며 배우려고 하면 1~2년 정도 후 준기공시절을 거쳐 될 수 있다. 현장 경험이별로 없고 이 숙련기술이 없는 이는 소위 초짜, ‘데모도(조공)’라고 하는데, 10년차가 되어도 데모도로 남을 수도 있다

기공이냐 데모도냐, 경력에 따라 당연히 임금도 차이가 나요. 기공은 요즘 능력에 따라 12~15만 원 사이를 받고요, 준기공은 평균 10만 원 정도. 데모도는 제가 일 시작할 때만 해도 65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좀 올라서 85천 원 부터 받을 겁니다. 이 노임은 하루치 일당(‘이라고 부름)으로 쳐주기도 하지만, 물량 당 정하기도 해요. 헤베당 얼마, 이렇게요, 헤베는 평방미터()를 일본식으로 부른 거예요. ‘데모도’, ‘오야지’, ‘데나오시’, ‘야리끼리현장에서 이런 일본어를 자주 쓰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죠? 저도 처음엔 못 알아들었어요.”

진혁 씨가 이쪽 판에 들어와 했던 용역으로 시작했던 곰방이나 철거 일 같은 경우, 특별한 기술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팀에 소속되어서 벽 세우는 일을 배우고, 데모도에서 기공이 된 것이다. 설계도면을 보는 일은 딱히 누가 앉혀놓고 가르쳐 준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동료 형님들에게 배운 것이다.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웬만해선 기술을 안 가르쳐 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힘들게 일하면서 배운 기술이고 이게 자신의 밥그릇이니 남에게 쉽게 주고 싶지않은 심리가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그는 말했다.


오야지에서 오야지로 연결된 구조, 임금사고 잦아

품당이든, 헤베 물량 당이든, 계약된 노임 안에 우리 공구비, 식대, 숙박비용, 차량비가 다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실수령액은 그 부대비용을 제하고 오야지(하청을 준 사업자) 수수료 떼고 받게 되는 겁니다. 한 오야지가 여러 팀을 데리고 한 현장에 들어가요. 근데 오야지 밑에 한 팀 중에서 또 물량 대비 사람이 딸리면 또 다른 소수의 팀을 데리고 머릿수를 채워서 계약을 하기도 하지요. 이때 한 오야지 밑에서 같은 노임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가 또 작은 오야지가 되어서, 데리고 온 팀에게 일정 수수료를 떼고 노임을 전달하는 수도 있죠. 우리는 이렇게 하청에 하청으로 내려가면서 오야지가 수수료를 떼는 걸 똥 떼먹기라고 부릅니다.”

노임에 대해 묻다가 건설산업의 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진혁 씨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여러 번 설명해 주었지만 이해가 쉽지가 않을 정도로 복잡했다. 건물 하나를 만들 때 내장, 설비, 전기, 외장으로 크게 영역을 구분할 수 있고 각 부문 마다 또 미장, 목공, 도배 등등 여러 가지 전문영역으로 나뉜다. 이를 채우는 노동자들이 나뭇가지 갈라지듯 오야지에서 오야지로 갈려 엮어져 있는 셈이다.

보통 아침 7, 동절기엔 7시 반 출근해서 오후 5시 반에 끝납니다. 토요일은 당연히 다 나가고, 일요일도 물량에 따라 안 쉬고 쭉 일할 때도 많습니다. 공사현장 근처로 숙소를 잡아줄 때도 있지만 특히 지방 현장의 경우 숙소랑 거리가 멀 때는 정말 고역이죠. 저도 예전에 일반 직장 다닐 때는 새벽 2~3시까지 깨있고 그랬는데, 이 일 시작하고서는 술자리가 있어도 9시엔 끝내고 10시 전에는 자요. 그래도, 저는 이 일이 할 만한 거 같긴 해요. 육체적으로 물론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일 안 끊기고 착실히 하면 벌이도 되는 편이고. 근데 오야지가 돈안 주고 날라서 임금 사고 날 때가 종종 있긴 합니다. 일 자체보다 임금 사고 있을 때가 제일힘들어요. 지금 현장처럼 시공사가 대기업이면 거의 100% 보전을 해주는데, 작은 현장은 짤없거든요. 오야지 찾아가서 깽판이라도 쳐야 하는데. 저도 몇 번 엎으러 간 적 있어요.”

 

큰 현장일수록 안전관리를 잘 한다고 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건설현장은 위험하고, 실제로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이다. 2014년 산재 사망 노동자 1,850명 중 486명이 건설업 종사자이다. 산업별 재해사망자중 가장 많다. 진혁 씨가 건설노동자로 직접 경험한,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장의조치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큰 건설 현장일수록 안전 관리를 더 철저히 하려는 거 같긴 해요. 현장 투입되기 전 기초안전교육 4시간 받고 들어가고요, 11회 정기 안전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대기업이 시공사로 있는 큰 현장은 안전관리자가 까다로워요. 허가받은 곳에서만 작업할 수 있게 되어있고, 공구도 허가 스티커 발부받은 것만 사용할 수 있게 해요. 근데 이런 큰 현장은 많지가 않죠. 공장 짓는 천안수원 쪽이나 영종도 쪽, 지방에 마트 몇몇 곳 정도.”

안전점검이 비교적 철저하게 이뤄지는 대기업 발주의 현장은 그리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전 관리는 외주 하청을 주기 때문에 비정규직인 안전담당자가 실효 있는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 업종에 비해 일터의 물리적 환경이 더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다쳤을 때 산재처리를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심각하게 다치는 일이 아닌 이상, 산재처리를 요구하면 공사현장에서 바로 퇴출될 수도 있다고 진혁 씨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막노동이 아닌 필요를 채우는 노동인 건설노동자

진혁 씨를 인터뷰하며 최근 보도된 호주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건설업 사용주 이익단체인 호주건설협회호주 일부 지역 비숙련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서 수익이 안 난다라며 불평했다는 내용이었다. 읽어보니 현지 엔지니어나 경찰, 교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걸 보며 호주에서는 건설노동자가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나 엔지니어같이 한 특정 영역의 전문가로 그 노동을 평가하다고 있구나 싶었다. 임금은 단순히 금액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사회의 관점이 임금 액수라는 숫자에 녹아 있는 것이다.

건설현장의 일은 아주 힘든 일이란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꿈꾸는 노동과 직업이 아니기도 하다. 소위 3D업종으로 분류하며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하기 어려운 일인지 표현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거나 천한 일은 아니다. ··주를 인간생활의 3요소로 부르는 만큼, 주거공간을 만드는 일은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내가 하지 않고, 못하는 그 일을 누군가의 수고로운 노동이 채워주고 있다. 우리가 막노동이니, 노가다니 하며 부르는 그 노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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