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안전 칼럼] 해마다 푸닥거리를 반복하는 대신 (생명안전시민넷)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최고 기온이 39도, 40도를 기록하던 때가 1달 남짓 되었는데, 벌써 저녁에는 바람이 선득하다. 10월에는 한파가 올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상상 밖으로 더웠던 여름을 생각하면, 가을에 한파가 닥치는 일이 벌어져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다.

http://weeklysafety.blogspot.com/2018/09/blog-post_11.html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폭염 속에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 2018.08

폭염 속에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김정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의사)


며칠 전 오후, 진료실에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과 달리 얼굴은 창백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머리도 아프고, 찬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설사를 해서요."
"무슨 일을 하세요?"
"토목 공사요."
"그럼 바깥에서 일하시는 거 아니세요?"
"네, 맞아요."
"이렇게 더울 때도 일을 하세요?"
"공사 기한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역대 최악이라고 불리는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을 때였다. 병원을 제 발로 찾아오셨고 이정도의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의식은 멀쩡해 보였고, 다행히 체온도 정상 범위 내였다. 그런데 30대 성인 남성치고는 혈압이 상당히 낮았다. 폭염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상이 나타난 것 같은데, 찬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설사를 해서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오히려 탈수 증상이 심해진 듯 했다. 

환자에게 생리 식염수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는 수액을 처방하고, 폭염 상황에서는 작업을 중단할 것,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해야 할 경우 중간 중간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얼음물보다는 적당히 시원한 물을 마실 것, 물을 마실 경우 반드시 식염을 함께 먹을 것, 물보다는 이온음료를 마실 것 등을 권고하였다.

올해 7월 말까지 온열 질환자가 2천 명이 넘고, 이미 20여 명이 숨졌다고 한다. 올 여름이 다 지나고 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나 있을 것이다.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어 열 때문에 생기는 질환을 온열 질환이라고 하는데, 열경련(heat cramp), 열실신(heat syncope), 열피로(heat exhaustion), 열사병(heat stroke) 등이 있다. 열경련은 뜨거운 환경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난 이후에 근육이 수축되면서 국소적인 통증과 근육경련이 생기는 것이다. 

열실신은 말초혈관 확장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저혈압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열피로는 땀을 많이 흘리는데 수분을 제대로 보충하지 못하는 경우에 생기는 피로함이나 어지러움,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말한다. 이런 질환들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어서 서늘한 환경에서 수액을 공급해주면서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면 보통 회복이 잘된다. 며칠 전 그 환자도 열실신 혹은 열피로 정도로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열사병은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의식변화가 생기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열사병에 취약하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7월 말까지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20여 명 중 30~40대 사망자가 6명이고, 이 중 4명이 야외 작업 중에 사망했다고 한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니 젊은 노동자들까지 죽음에 이르는 것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노동자들은 이런 무더위에, 연일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 뉴스에서 매일같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들려오는 이런 상황에, 뙤약볕 아래에서 꼭 일해야만 했을까? 이 노동자들의 사망은 명백히 업무로 인한 사망이고, 그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이다. 그것을 예방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이자 국가의 의무가 아닌가?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고용노동부는 얼마 전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주의보(33℃) 발령 시에는 시간당 10분씩, 폭염 경보(35℃) 발령 시에는 15분씩 휴식'하라고 안내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 지침은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여름 기후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기온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데다, 휴식을 제공하라는 기준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 온열 질환 예방의 효과가 의심된다. 기상청은 이미 기온 외에 습도를 포함한 건구습구온도(WBGT 온도, 더위체감지수)를 제공하고 있고, 건구습구온도가 30도를 넘을 경우 옥외 작업은 모두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7월 31일 정오 기온은 34도로 고용노동부 지침은 시간당 15분씩 휴식하는 것이면 족하지만, 건구습구온도는 33도로 기상청 권고에 따르면 실외 작업은 중단해야 한다. 이러니 고용노동부 지침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 이 지침이나마 제대로 지켜질지 그 또한 심히 의문이다.

올여름은 1994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더운 해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 기후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24년 만의 폭염이라는 기록은 앞으로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식이라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작업하다가 죽게 될 것이다. 폭염 속 노동자들을 살리려는 조치가 시급하다.

[언론보도] 휴게시설은 복지가 아니다 (매일노동뉴스)

휴게시설은 복지가 아니다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8.09 08:00







최근 일부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휴게시설 규모가 지나치게 작거나, 화장실 같은 부적절한 공간을 휴게시설로 사용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특히 휴게시설을 창고로 사용하거나 폐쇄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얼마 전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고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219

[언론보도] 허술한 안전망에 폭염까지…죽음 내몰리는 건설노동자 (경남도민일보)

허술한 안전망에 폭염까지…죽음 내몰리는 건설노동자

추락사고 잇따라 경남서 상반기만 9명 목숨 잃어
"영세 작업장 감독 강화·불법 하도급 근절 시급"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2018년 08월 06일 월요일


최근 경남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시설 점검 등 사고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성명서]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을 막기 위한 정부의 비상한 노력을 촉구한다!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을 막기 위한 

정부의 비상한 노력을 촉구한다


7월 30일인 어제, 올여름 온열 질환자가 2천 명이 넘고, 이미 27명이 숨졌다고 한다. 이제야 7월 말이기 때문에 8월 초·중순 온열 질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중 30대, 40대 사망자는 6명뿐인데 이 중 4명이 실외 작업장에서 사망했다. 건강하던 청장년 노동자들이 폭염 중 일하다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노동부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를 통해 ‘폭염주의보(33℃) 발령 시에는 시간당 10분씩, 폭염 경보(35℃) 발령 시에는 15분씩 휴식’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런 지침은 습도가 높은 한국 여름 기상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기온을 기준으로 제안하고 있는 데다, 휴식을 제공하라는 기준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 온열 질환 예방의 효과가 의심된다.

이미 기상청은 기온 외에 습도를 포함한 WBGT 온도(건구습구온도, 더위체감지수)를 제공하고 있고, WBGT 온도가 30도가 넘을 경우 옥외 작업은 모두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7월 31일 정오 기온은 34도로 고용노동부 지침은 시간당 15분씩 휴식하는 것이면 족하지만, WBGT 온도는 33으로 기상청 권고에 따르면 실외 작업은 중단해야 한다. 이러니 고용노동부 지침의 온열 질환 예방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서 ‘현저히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작업’의 경우 노동강도와 WBGT 기온에 따른 노동시간 제한 기준이 있다.(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 기준, 고용노동부 고시 제 2018-24호) 폭염 속 실외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 나열하는 ‘고열작업’에 속하지는 않지만, ‘열경련·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 고열 작업과 관련한 노동시간 제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 이 기준은 기상청의 「실외 작업자 단계별 폭염 대응 요령」과 거의 일치한다. 폭염지수가 30이 되는 경우는 작업 중단 및 휴업을 하도록 하고, 폭염지수 28 이상인 경우 30분 작업, 30분 휴식을 하도록 하는 노동부 지침이 시급하다.

강화된 지침과 더불어, 관리‧ 감독에도 힘써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폭염 취약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자율점검 중심이다.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7%가 아무 데서나 쉰다고 답했으며,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열사병 사망이 발생하면 해당 건설현장의 작업을 중단시키겠다는 노동부 엄포는 ‘몇 명 죽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사망 사고 발생 전, 휴식 시간, 휴식 장소, 물과 보냉 장비 제공 등에 대한 집중 감독이 필요하다. 

노동부가 해야 할 역할은 또 있다. 대부분 일용노동자인 건설 노동자나 조선소 하청 노동자, 건당 수수료 체제로 일하는 택배 노동자 등 실외 작업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폭염 작업 중단은 그림의 떡이다. 노동자 생계 보호를 위해 유급으로 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노동부가 제시해야 한다. 또, 최소한 관공서,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의 경우 폭염 기간 노동시간 단축을 고려하여 공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고, 민간 공사의 경우 정부가 원청 건설사들을 불러모아 공사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부 각 지청은 제조업 현장의 고온·고열작업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실효성 있는 조치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이 더는 없기를. 노동을 존중하고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비상한 노력을 촉구한다. 


2018.7.3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언론보도]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기 싫다" (매일노동뉴스)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기 싫다"건설노조 안전기원제·안전요구 쟁취 결의대회 열어
  • 최나영
  • 승인 2018.03.06 08:00







“죽으려고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은 떨어져 죽고 물체에 맞아 죽고 장비에 끼여서 죽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일 오후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안전기원제·안전요구 쟁취 결의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로에 앉은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행사장 앞쪽에는 ‘건설현장에서 죽기 싫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071

[언론보도] 왜 하는지 알아야 잘할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왜 하는지 알아야 잘할 수 있다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또 크레인이다. 이번에는 건설현장이었다. 지난 10일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건설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들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를 진행 중인 상황인지라 가슴이 더 먹먹해진다. 보도를 접한 노동자들이 또다시 그날의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싶어서였다. 이미 이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으나 작금의 상황이 다시 펜을 들게 한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433

[매일노동뉴스] 강화되는 폭염, 고열작업자 안전대책 시급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767


고용노동부 통계자료를 보면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58명이며,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업 재해자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재해자가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일사병이나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자(노동자 포함)가 이미 376명 발생했고, 이 중 2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노동자라고 불러주세요 /2017.4

‘건설노동자’라고 불러주세요

 


정경희 선전위원



수원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출입구에서 마중 나온 김창규 님을 만났다. 김창규 님은 형틀목수이자 건설노조 경기중서부 조합원이기도 하다. 출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1, 2층으로 쌓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들어가 녹슨 간이계단을 따라 2층 컨테이너 박스로 올라가니 조합원들의 휴식 공간이자 탈의실이기도 한 사무실이 나타났다.

 

회사 월급으로 자식 키우기 힘들어 형틀목수 시작 


조금 있으면 외손자를 보게 될 그는 형틀목수 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안산에서 회사를 다녔는데 월급이 짜서 자식들 키우기 힘들더라고요. 88년도에 건설 붐이 한창 성행했던 때라 새벽 컴컴한 시간에 시작해서 저녁 컴컴한 시간에 끝날 만큼 일이 많았고, 월급이 회사 다닐 때보다 많아서 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어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30대라 젊어서 힘든 줄 모르고 했는데 이제는 골병이 많이 들었죠.”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집에서 보통 새벽 5시에 출발해요. 가면서 동료들 태우고 6시쯤 현장에 도착해요. 아침식사하고 체조하고 간단한 조회하고 현장에 가면 7시 정도 돼요. 점심시간 1시간이고, 참시간이 30분씩 있는데 대부분 참 먹고 담배 한 대 피울 정도 쉬어요. 어쩔 때는 참 시간을 쉬지 않고 끝나는 시간을 앞당기기도 하죠. 그렇게 일마치면 저녁 6시쯤 됩니다.”

 

아파트 공사의 기초와 마무리 하는 형틀목수

 

노동조합을 가입한 후 5년 전부터 줄곧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아파트보다 주택이나 연립 짓는 곳에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아파트 공사를 할 때 형틀목수는 어떤 일을 주로 하는지 물었다.

 

“아파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파일을 박고나면 철근 넣고 기초 매트를 치는 것을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지하주차장과 본 건물의 지하층을 만드는 거죠. 나머지 본 건물은 알폼 조립공이라 불리는 작업자들이 옥탑 바로 아래층까지 반복해서 올리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굉장히 힘들어서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을 해요. 힘든 일에 비해 돈이 적어서 젊은 사람들이 안 들어오니 대부분 50살 넘은 사람들이 많아요. 내국인 형틀 목수는 1층 출입구까지 작업이 끝나면 관리동 같은 부속건물을 지으러가요.”

 

이주노동자도 건설노조 중서부지부 조합원

 

가끔 접하는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의 갈등은 사소한 오해와 문화적 배려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 생각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내는 방법은 없을지 궁금했는데 그의 말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 중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분은 저희와 똑같이 건설노조 경기중서부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일하고 있어요. 사업주들은 비용 아끼려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데 노동조합 가입해서 함께 싸우면 그런 꼼수는 더 이상 안 통하겠죠. 저희 팀에도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있는데 팀의 책임자로서 작업이 잘못됐을 때 지적을 하면 차별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고, 한국인 작업자들과 갈등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게 있죠.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형틀목공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과정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현장에서 일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힘듦이 있다고 했다.

 

“워낙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져서인지 기술적으로 힘든 것은 별로 없는데 현장에 들어와서 노조를 거부하는 원청과 최하위 하도급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사람들과 갈등을 빚을 경우가 주로 힘들죠. 그 사람들은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나 불법체류자가 들어오면 대 환영이나 우리처럼 노동법을 들고 나오는 노조가 들어오면 싫어라 하죠. 그리고 제일 힘든 것은 항상 노상에서 일해야 하니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날씨예요.“

 

직업성질환 요인 넘쳐나지만 사고성 재해 아니면 힘들어

 

2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면 사실 종합적인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도 그래서 이렇게 질문드렸다. 어디부터 골병이 들던가요?

 

“허허~ 허리가 가장 먼저 신호가 왔어요. 물론 쌓여서 안 좋아지는 건데 대부분 구르거나 뚝-해야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게 대부분이죠. 어깨 무릎 할 것 없이 집에서 며칠 놀면 온몸이 쑤셔요. 사실 모두 다 가는 귀 먹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건데 서로 못 듣는다고 불편해 해요. 건축 일하는 사람들이 가래를 많이 뱉어요. 시멘트 속에는 양잿물이라는 성분이 있어요. 그 물에 손을 담그면 물집이 생겨서 터지고 짓물러버려요. 그런 게 바닥에 굴러다니다 말라서 먼지가 돼 바람이 불면 날아다니다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아직 이런 것으로 산재를 받은 경우는 없어요. 대부분 사고로 다치고 부러지면 보상을 받는 거죠.”

 

살 사람도 죽게 만드는 119 돌려보내기

 

매우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현장. 그동안 많은 사고를 겪으셨을 텐데 혹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오야지 밑에서 주택 짓는 일을하다가 주춤하더니 철근이 쌓여져 있는 곳에 거꾸로 떨어져 버렸어요. 다행히 정신은 안 잃고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1년 정도 치료받고 나았죠. 동료들이 119에 신고한다고 하니, 119에 신고하면 사고 건으로 등록이 돼서 벌금이 나오고 산재건수도 올라가게 되니 사장이 막았어요. 그래도 동료들이 119를 불러서 결국 병원에 갔고 1년에 걸쳐서 나은 적이 있죠. 보통 큰 회사의 경우는 오는 119도 돌려보내고 회사지정병원 응급차를 부르거나 자기들 차로 병원에 태우고 가죠. 그래서 이런 아파트 공사장에서 떨어지면 살 확률이 높은 사람들도 죽게 되는 거죠. 얘네들은 사람목숨을 아깝게 생각 안 해요.”

 

법을 지켜야 우리의 안전도 지킬 수 있어요

 

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른 현장에서 얼마 전에 배선공이 떨어져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사망사건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죽음의 행진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건설법을 지켜야죠. 하도급 철폐 내걸고 있는데 원청에서 하도급이 4, 5단계까지 내려오고 가장 마지막 하도급 현장에서는 일반공(일명 잡부)까지 하도급을 주죠. 그러면 팀장들이 팀원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그것을 받는 거죠. 그러다보니 땡겨먹기 위해서 부실공사하고 안전시설을 안 하고 그런 것을 빼야 남으니까, 서로 하도급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제 살 깎아먹는 거죠. 저단가로 넣고 이윤을 남겨야하니 결국 불량자재 쓰고 불법체류자 같은 저임금 노동자로 인건비 낮추는데 그 피해는 결국 누구에게 오느냐면 노동자에게 오죠. 그 집을 노동자들이 사서 살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원청의 자본가는 돈만 벌어먹지 우리의 안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불법하도급 하면 안 되고 직접고용 직접시공을 해야 해요.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 작업복, 6개월에 한 번씩 안전화 지급받고, 작업마치고 깨끗하게 샤워하고 적정한 인건비도 받을 수 있다고 봐요.”.

 

인터뷰 내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 활동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 전에는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노동조합 활동은 먼저 시작한 동료가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서 좋다며 권유해줘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회에 가도 불안하고 대오 맨 뒤에서 무대도 잘 안 보이데 있곤 했죠. 그런데 사람다운 대우도 못 받으면서 일해 주고 돈도 많이 뜯기고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 노동조합에 함께 하니 훨씬 안정적이고 든든해요. 또, 현장에 노동조합이 있어서 업주들이 비조합원들에게 저지르는 불법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느껴요. 평소 부정적인 비조합원들도 저희가 임금인상이 되면 같이 올라가니 내놓고 동조는 안 해도 필요성은 느끼는 거죠.”

 

자신이 일해서 번듯하게 지어진 높은 아파트 앞을 지날 때 고생은 했지만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제 나이 쉰여섯인데 노동조합에 늦게 들어왔어요. 앞으로 길어야 10년은 할 수 있겠죠. 남은 시간동안 노동조합 활동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약자는 뭉쳐야 싸울 수 있으니까요. 노동조합 상근자들과 조합원들 챙기면서 활동 열심히 하면 나중에 우리 아들딸들도 서민으로 살아갈 건데 좀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설노동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자본가들이 만들어 냈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노가다, 일꾼, 인부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하도급을 철폐해야 하고,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저희 건설노동자들 열심히 싸울 때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현장에 왔으면 직접 봐야한다며 안전모를 쓰게 하고 직접 22층 작업 현장에 데려가셨다. 일어설 때마다 철커덩 흔들리고 사방이 한 장의 철창으로만 만들어진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엄청난 위험 앞에 허술하기 그지없는 안전장치에 의지해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아슬아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일터> 통권 159호 / 2017.4




- 차례 - 


[특집]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28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을 내놓으로
30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잔혹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실습생의 죽음

8 [동향체크] 산재요양 처리하며 만난 노동 현장 적폐

10 [포커스] 학교가 위험하다!

12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5) 

14 [현장의 목소리] 투쟁하는 노동자 잡는 손배가압류에 우리 함께 손잡고 희망을!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노동자'라고 불러 주세요

22 [연구 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세요?"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40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46 [문화읽기] 행복을 사세요!

48 [발칙X건강한 책방] 광부들의 삶에 대하여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산재법상 허울뿐인 사업주의 조력 의무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늑장 인양" 후 "졸속 인양"

54 [이러쿵저러쿵] 물고리를 키운다는 것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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