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번엔 반드시 통과 시킬 것” (노동과세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번엔 반드시 통과 시킬 것”10/22 국회앞 기자회견…위험의 외주화 금지·원청 처벌강화·산재예방 노동자 참여확대 요구
  • 노동과세계 강상철
  • 승인 2018.10.22 18:27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이하 ‘30주기 추모위’)는 10월 22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촉구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기업 처벌강화 △산재예방 노동자 참여 확대를 요구했다.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8453

[기자회견]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라!

 


사회자 : 현재순 30주기 추모위 공동집행위원장/ 일과건강 기획국장

 

여는 말 : 공동대표

1) 박민호 30주기 추모위 공동대표/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위원장

2) 이상진 30주기 추모위 공동대표/ 민주노총 부위원장

 

개정 촉구 발언

1) 산안법 전부개정안 의미와 이를 저지하는 경총규탄, 국회의 역할 :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

2) 위험의 외주화 금지 : 송경용 생명안전 시민넷 대표

3) 원청책임 및 처벌 강화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4) 노동자 참여확대 및 작업중지권 : 정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5) 기업 영업비밀 규탄, 노동자 알권리 보장 :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

 

결의문 낭독

- 김은혜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

 

필리버스터

- 기자회견 후 1130분부터 민주노총 국회 앞 선전전에 연대하면서, 필리버스터 진행


[기자회견문]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라!

 

오늘 우리는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산재공화국인 한국 사회를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녕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시민사회단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건강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외치며, 촛불을 들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를 끌어내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세월호를 바꾸기 위해 싸워왔다. 그리고 이 외침은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제 50회 안전보건강조의 날을 맞아 산업안전의 패러다임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선언하게 하였다. , 정부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그 의지를 구체화하는 첫 시작이라 할 수 있고, 보완할 점이 많지만 노동안전보건 시민사회단체는 큰 틀과 방향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우리는 민주노총의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기업 처벌 강화! 산재예방 노동자 참여확대!’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촉구 농성에 연대하며, 정부와 국회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첫째,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적용 대상 확대 방향은, 기존에 전통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다양하게 변화되는 지금 시대에 부합하고 꼭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정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 확대는 반드시 통과 되어야 한다. 다만, 여전히 보호대상인 노동자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업주의 의미가 안전교육과 최소한의 보호 조치에 그친다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해, 도급인의 정의와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 건설업에서의 발주처 책임강화 부분 역시 긍정적인 변화이다. 30주기 추모위는 노동계가 고용이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산재사망이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해왔기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통과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여전히 재래형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건설업에서의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발주처 책임강화 부분 역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다만, 위험의 외주화 중단에 있어서 도급 금지 범위를 협소하게 정한 것, 도급의 정의에 있어서 현실에서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을 누락한 점, 건설업에서의 발주처 정의를 건설 공사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셋째, 현장 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 참여와 관련해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법 부칙에서 본법 조항으로 재배치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임을 명확히 한 점, 하청 노동자 산재예방에 대한 원청의 조치를 추가 한 점, 정부 감독에 의한 안전보건진단과 안전보건 개선 계획에 대한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 및 공개를 명확히 한 점, 산재요양 처리 과정에서 신청인, 대리인 참여를 보장한 점, 위험성평가 시 노동자의 참여를 법제화 한 점 역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다만, 노동자 참여 확대는 적용범위 및 권한이 상당수 하위 법령으로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추가보완이 필요하다.

 

넷째, 원청책임 위반으로 사망 발생 시 원청을 처벌하거나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점,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점,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를 포함시키는 점. 매년 회사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의 책임과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검토 및 승인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점은 반드시 강제되어야 한다. , 원청이 각종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하청 업체에 전가하고 꼬리자르기 식으로 처벌하는 문제 역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고용노동부에게 보고 의무 부여한 점, 영업비밀 관련 사전 심사승인 도입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기업은 무조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조차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서 각종 직업병으로 고통받아왔다. 법 개정을 통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부실한 자료에 대해서는 감독하고 관리하면서 개입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영업비밀 사전심사 승인 도입으로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남발하는 영업비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다만, 사전심사승인 기준과 시행을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산재예방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는데, 구체적인 세부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노동자의 참여 보장이 불투명한 점은 아쉽다.

 

여섯째, 노동자의 작업중지와 대피권을 구분하여 보장하고, 작업대피 시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개정 내용 상당히 미비하다. 작업 대피 노동자의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기존 법에서 문제제기 되었던 작업 중단 및 작업 대피 조건인 급박한 위험이라는 해석이 포괄적인 문제, 노동자가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를 전혀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 노동자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이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제도이다.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기업 처벌 강화’, ‘산재예방 노동자 참여확대등 산안법 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는 생명안전의 관점에서 심의하라. 그리고 산안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8 10 22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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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주노동자 안전·건강과 노동허가제 (매일노동뉴스)

이주노동자 안전·건강과 노동허가제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10.18 08:00







“Free Job Change, Achieve WPS.” 지난 14일 이주노동자 대회 참석자들은 하늘색 바탕에 구름같이 하얀 글씨로 그들의 요구를 적어 들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WPS(Work Permit System)는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대안으로 주장되는 노동허가제를 말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로 300인 미만 제조업, 건설업, 어업, 농축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적용된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외국인은 218만여명이며 단기체류자가 약 60만명, 불법체류자가 25만여명이다. 2018년 전반기 기준 고용허가제로 6만8천390개 사업장에 15개국 21만7천344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515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2018.10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낮 주인공 다카시는 약간 실성한 듯 기뻐하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마치 운동복을 입은 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고, 자유롭다. 그는 방금 사표를 쓰고 회사에서 탈출했다. 반인권적 괴롭힘과 출근과 퇴근 그리고 평일, 휴일이 구분이 없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것이다.


다카시를 바라보는 관객은 다카시와 같은 자유로움과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로 탈주의 욕망을 '쿨(cool)'하게 대변한다.

이미 관용어가 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당장 가능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듯하다. 일에 종속된 피폐한 삶이 워낙 비일비재한지라, 지극히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휴가나 휴일을 제대로 누려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방향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자면 밤낮없이 일하고, 자살까지 감행한 <잠깐만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다카시의 고뇌에 찬 결단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찜찜하다. 고뇌에 찬 결단이 분명 결단이 맞는데 말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마주 본다. 일은 삶의 일부도 아니고 분명한 대칭이다. '워라밸'의 목표는 일에 포식된 삶을 일로부터 분리하여 삶의 독자적인 것을 구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설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나, 노파심인지 몰라도 이러한 설정은 일이 삶에서 분리되어 노동자에게 주체적 영역이 되고, 일을 제외한 그 외의 삶만이 노동자의 주체적 영역으로 분리되는 기이한 이데올로기가 성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분리 사고는 일은 사용자에 처분에 맡겨진 비주체적 영역으로, 삶의 방치영역으로 고립될 수 있다. 어떠한 자에게 일은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어떤 자에게는 작은 부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크건 작건 간에 일은 삶의 일부이고, 모두 주체적 영역이 되어야 하며, 일관된 자기 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한 한편의 개량적 모색이기도 하고, 아예 현실을 은폐하고 현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노동은 소외되는 것이므로, 노동력에 대한가격에 대한 흥정이나, 그 외의 부수적 처우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노동소외 자체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일(노동)을 삶의 영역에서 분리하여 가능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자는 아예 노동의 소외를 언급할 근거도 없이 판매된 노동력에 대한 독점적 처분권을 자본(사용자)이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만을 주체적으로 처분 가능한 삶으로 규정하여 판매된 노동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개입을 원천적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일은 주체적 삶에서 분리되어 방치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카시는 맨 처음 자기 일과 삶을 일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일은 자기 삶의 일부 조차 될 수가 없었다. 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것이었다. 다카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은 삶 속에서 방치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다카시는 괴로워는 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엄두도, 시도도 하지 않는다.

종국에는 사표를 쓰고, 일을 삶 속에서 드디어 주체적으로 단절시켰다. 다카시를 응원 했던 것은 사표를 쓴 것이 아니라, 주체적 삶속에서 배치되는 일을 다시 용기 있게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시의 선택을 모두가 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치가 당연시되고, 탈주가 마냥 칭송된다면 도대체 정작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일은 짧은 시간만 하는 것이 답이고, 휴일과 휴가를 가능한 많이 향유하면 되는 것인가? 일과 삶은 분리된 것이고,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과 직장은 그저 호구지책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호구지책 이상의 일은 특정하게 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직장에서의 노동을 포함한 삶은 사용자의 것이고, 직장을 벗어나서야 온전한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 삶은 실제 온전히 자신의 삶일까? 노동시간이 짧건 길건, 여유롭건 고되건 간에 그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모두 다카시와 같이 먼 이국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과 삶을 가질 수 없기에 묻고 또 묻게 된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 2018.10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강충원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회장

의대생들에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정식 수업 이외에 의학 공부에 집중된 의대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교양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그때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노동자를 진료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생들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보는 환자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덧붙여 이야기하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환자분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을 했거나 앞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을 상기시켜 주곤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의학지식보다 어려운 것이 직업을 묻는 일인 것 같다 환자들에게 "무슨 일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흐르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동하지만, 의사들에게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은 직업을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은 직업을 아는 것이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직업을 물어보는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가 그것을 배운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직업을 다 이해하거나 그 일이 병의 원인이나 치료, 이후 재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오히려 노동자들이 환자가 되었을 때 자기 일이나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이나 자신이 의심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의사와 상담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둘 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상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그것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앞서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노동과 의료, 건강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건강하게 일하기"를 위해서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전문 과목까지 생겼음에도, 여전히 현실은 이윤을 표방하는 기업 논리 앞에 노동자의 건강권은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이렇게 직업, 노동과 괴리된 의료, 건강에 대한 인식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직업을 물어보고 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병원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못 버는 과는 공간과 시간이 축소되거나 폐과되고, 돈이 안 되는 행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사실 돈이 안되는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상 늘 존재증명을 해야 하는 과이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이 70%가 흡연이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나, 질병에 대한 직업의 기여도가 2~10%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몇 가지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한번 더 고민할 이유가 몇가지 생겼다.

내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보건관리대행이나 근로자건강진단 시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산재신청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연 인정기준에 해당하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재로 인정받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또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중 고위험 직종이나 업종에서 근무하는 경우 산재 특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공단이 부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근골격계 다발 위험업종이나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던 노동자들을 위해 유급 병가제도를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업무상 질병인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기 주저했던 많은 분들, 그리고 그 가치가 저평가 되었던 많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반대 세력이 있고, 좋은 무기를 가졌더라도 잘 연마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노동자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직업을 물어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여" 변화하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도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서로가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만남이, 직업을 물어보는 일들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특집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2018.10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 치유활동가 허윤제 님 인터뷰

재현 상임활동가 


노동자 정신건강 관련해서 현장에서 함께했던 활동,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치유활동가 허윤제님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1일 충남아산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활동

"저는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 심리치유단 두리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두리공감은 충남도, 아산시, 금속노조, 공동으로 활동하는 현장, 개별 등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첫 활동은 지역에 있는 유성기업의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문제로 조합원들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면서였어요."

허윤제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것인가인데 이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면서 다치거나, 자살하는 경우를 해마다 보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게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는데 유성기업에서 한광호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2차, 3차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긴급하게 위기 지원 활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활동으로 사람이 살아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노동자 개인적 원인이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현장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나쁘게 하는 건 노동조건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거든요. 회사가 노동자에게 가하는 괴롭힘, 업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지난 시간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에 5년 동안 꾸준히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어요. 개인, 집단 상담은 물론이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마음을 열고 힘들고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도록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노동조합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 안고 주체적으로 고민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업단을 구성하게 하고 늘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러다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일단 현장에서 상주하자는 생각으로 1주일에 2~3일 정도 내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함께 있으니까 경계심도 풀고 마음을 열고 각자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갑을오토텍 역시 직장폐쇄 이후였는데 투쟁 과정에서 분임조를 운영할 때라 분임조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합원들 상황을 같이 점검해보고, 몇 달간 집단 상담 등을 해왔어요."

유성기업의 경우 노동자들이 차량에 자살 도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정신을 차려 보니 베란다나 옥상에 있었다는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조합원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고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임시건강진단 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 역시 두리공감 활동가들이 함께해왔다.

모두가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문제

"개별 기업이나 자본, 정부, 지자체, 국회, 전문가들까지도 대부분 비슷한 시각인 것 같아요.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게 만약 노동자가 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다쳤다, 그러면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질병처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서 업무로 인해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정에서의 분란 등으로 인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하면 정신건강의 원인이 현장에서의 상황 때문인지 개별적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잖아요. 이렇다 보니까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개별적인 문제라고 주장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개별의 문제라고만 단정할 수 있겠어요."

허윤제님은 일부 개별 기업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현장 내 자체적인 상담실을 마련해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대응하는데, 이 역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의 정신건강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니까 정신건강을 돌봐서 생산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예요. 회사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거부해요. 상담 과정에서 개인 정보도 많이 요구하고 나한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인사고과나 구조조정 등에 있어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하지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모든 이야기를 다하겠어요.

심지어 저희 두리공감에도 말씀을 꺼리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약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선입견으로부터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허윤제님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노동조건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연구나 사례들을 전문가가 많이 발견해서 개별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기업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문제

"유성기업 문제 이후로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어렵거나 뭔가 돌파구가 없을 때 정신건강 문제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인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계획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실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거든요. 어렵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저희가 현장과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더 고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허윤제님은 이런 사례들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일상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거나, 고민하기 어려운 점이라며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보면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해결하려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담당자도 세우고 이 문제를 적극 고민이 가능하도록요.

그런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고민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두리공감에선 이제부터라도 현장 주체를 발굴해보자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시작으로 상담, 치유활동에 대한 양성과정과 매뉴얼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상당히 고무적인 게 유성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해 보겠다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에요. 처음에는 투쟁할 시간도 없는데 뭘 이런 거까지 해야 하느냐 이야기도 있고, 주요 투쟁 일정에 밀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된 거예요."

허윤제님은 갑을오토텍의 경우 투쟁 백서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때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상담, 치유 활동을 만들어가면서 주체 발굴 활동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의 가장 큰 원인

"현장에 가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실태조사 등을 해보면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노동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생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여러 논문을 검토해보고 현장에 가서 봤을 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생계가 너무 힘들고, 고용이 늘 불안하고,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더라고요. 아직 사회적 인식이 기업이 잘 살아야 나도 잘산다고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활동의 성과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라는 게 집단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개별 기업이나 자본이 우리를 탄압해서 힘들어도, 노동자들이 마음이 나약해서 그런 거지 투쟁해서 이기면 괜찮아 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제는 공동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우리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활동가의 의미

"제가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상담사라거나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하는 활동이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그들에게 현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치유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특집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 2018.10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본인의 일, 직업에서 자부심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까?"
"혹시 로또에 당첨되어 10억 원 정도의 돈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매년 500명~600명이 일과 관련된 이유로 자살하는 한국에서 얼마나 되는 노동자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2017년 프랑스 민주노조총연맹이 프랑스 노동자 19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4%는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70.5%는 '일을 하면서 가끔 웃는다'고 답했고,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 이상, 자부심을 느낀다는 노동자도 절반이 넘었다. 39%는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지금의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¹⁾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정신질병 예방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이렇게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폭넓게 정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과 같은 중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을 떠올리게 된다. 일터에서의 정신건강보호 활동으로는 심리 상담이나 치료 지원, 직업병 인정 등이 제안된다. 직장 내 스트레스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정신 질병이나 자살 사건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과 보상 역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논의는 업무 관련 정신질환이나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여러 모델을 활용하여 ▲업무의 양과 요구가 적당할 것 ▲업무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가능한 보장할 것 ▲고용 불안정을 가능한 낮출 것 ▲직장 내 조직 체계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할 것 ▲업무환경이 심리적 안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할 것 ▲동료, 상사와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을 제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 ▲평등한 조직 문화를 구축할 것 등의 과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전사회적으로 높아지는 고용 불안정이나,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 요구, 노사갈등이나 노조 탄압에 업무를 활용하는 행태 등은 모두 노동자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 제기가 더 높아져야 한다.

정신 질병에 대한 관심 역시 질병에 도달하기 전 상태인 소진 증후군, 병가 사용 증가, 업무 만족도 감소, 이직 의도 상승 등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닌 '소진 증후군'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명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되어 노동자가 산업재해와 관련된 각종 보상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2011년 스웨덴에서 총 451건의 번아웃 증후군 관련 질병이 산업재해 승인 신청됐고, 이 중 70건이 인정되었다고 한다.²⁾ 보상에서의 확장뿐 아니라, 직종별, 세대별로 질병 이전의 이런 실태에 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개선을 위한 정부, 기업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토론돼야 한다. 

노동자 정신건강 보호를 사업주의 법적 책임으로 

이를 위해,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적 수준에서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 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보건조치' 조항에는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인간공학적 요인에 대한 조치는 담겨있지만, 정신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다.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사업주의 의무를 가장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보건조치 조항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조치 의무를 담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 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추가 제안>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물론 사업주에게 법적 의무가 부여된다고 현실에서 바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전체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영역 내로 포함하여 규율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럽 기업체 조사를 기반으로, 유럽 나라들의 직장 내 심리적 위험요인 관리를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나라에 따라 심리적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 수단의 차이가 크고,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가 잘 되는 나라가 심리적 위험관리도 잘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노동자, 경영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계획과 주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³⁾

개별 사업장의 과제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도 노동자의 정신건강이 노사 간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사업장마다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직무스트레스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교육 활동,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연구, 조사 결과에 기반한 스트레스 저감계획 시행, 시행 이후 평가와 새로운 목표 설정 등이 모두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사업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할 일이 된다.

앞서 강조한 대로, 이런 활동이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체계 내에 통합되어 진행돼야 한다. 직무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예방 활동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의 중요한 안건이 되고, 법적 의무로 실시되는 안전보건교육의 일부로 직무스트레스 교육을 진행되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 관리나 술·담배 의존 관리가 노동자 뇌심혈관질환 예방 활동과 통합되고, 근골격계질환에 따른 통증 관리가 다시 정신건강 증진 활동과 통합되는 사업장 보건관리도 모색돼야 한다.

또, 노동자들에게 주요 스트레스가 될 문제들에 대해 미리 회사 차원의 규정을 수립해두는 것도 중요한 예방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내에 일터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은 일터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처리를 신속히하고, 피해자를 도울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일터괴롭힘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인식을 높여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일가정양립과 관련한 정책, 업무 평가 등 조직 체계상의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 미리 노사 합의로 수립되어 공표되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 정책과 법 개정에서 출발하자

사실 노동은 많은 경우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 급여와 복지 등 기본적 토대를 제공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한 노동자에게도 규칙적인 일상을 부여해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일터는 살아갈 힘을 제공하기는커녕,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파탄내고,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노동과 자살이, 지금의 불안정한 노동 조건 아래에서는 지극히 가까워졌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노동자가 무한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혼자라고 느끼며 폭력과 모욕에 노출되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생산성과 이윤 대신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될 때, 혹은 최소한 노동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냉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정부와 법적 차원에서 먼저 일터에서의 정신건강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전향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 각주 
1) 황재훈, 프랑스의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시도, 국제노동브리프 2018.9,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재인용
2) 위의 글과 같은 재인용
3) https://osha.europa.eu/en/tools-and-publications/publications/management-psychosocial-risks-europeanworkplaces-evidence/view

[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제외를 없애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제외를 없애야 한다송윤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송윤희
  • 승인 2018.10.11 08:00







법의 문구 하나하나는 우리 삶을 규정한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매번 공장들을 다닐 때마다 피부로 느낀다. 어느 날 한 대기업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했더랬다. 커다란 디스플레이 공장 안에는 대략 수백 개 하청업체들이 있다. 당연히 서로가 서로를 다 파악하지도 못한다. 필자는 이 수백 개 하청업체들 중 서너 사업장과 산업보건의사로 계약을 맺고 상담 일을 한다. 그런데 두 개 업체를 방문했을 때 안전보건 담당자들이 공통된 말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356

[언론보도] 기자는 누구에게 공감하나 (한국기자협회)

기자는 누구에게 공감하나

[언론 다시보기] 구정은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정은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2018.10.10 14:29:13


“나는 사업주와 과학자, 행정가들이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여러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봤다. 과학자나 정책 결정권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을 가리켜 나는 ‘공감 격차’라고 부른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4972

[간담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안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안내


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습니다. 연장 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 노동시간특례업종 축소, 18세 미만 연소노동자 최대 노동시간단축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번 개정은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당연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18년 7월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어 아직 시행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노동시간센터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전반적 상황을 조망하고, 노동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연속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일정

1. 제조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19시

- 발제: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 토론: 김영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시간센터 회원


2. 우편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0월 24일 (수) 19시

- 발제: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

- 토론: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3.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 19시

- 발제: 공공운수노조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4. 유통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수) 19시

- 발제 및 토론: 추후 공지


5. 사무직 간담회

- 일시: 2018년 12월 5일 (수)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간담회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사전 신청을 해주세요

02-324-8633, laborr@jinbo.net 

[강연회] 캐나다 여성노동보건학자 캐런 메싱 강연회 안내


캐나다 여성노동보건학자 캐런 메싱 강연회

공감 격차 줄이기

한국과 캐나다의 경험과 과제


의사, 법률가, 학자들은 왜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나?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공감할 때 전문가는 무엇을 얻나? 

"40년간 노동자의 건강을 연구해 온 캐런 메싱은 전문가들이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공감할 때, 

노동자들이 연구에 적극 참여할 때, 보이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고 새로운 해법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 캐런 메싱 (1943~)

서비스직노동자, 여성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연구해 온 캐나다 여성노동보건학자, 

<보이지 않는 고통>, <반쪽의 과학-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건강문제>의 저자


- 일시: 2018년 11월 5일 (월) 저녁7시

- 장소: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교육관 401호 강당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 강연 

1. 과학자와 노동자, 공감격차 주링기 (캐런 메싱, 퀘백 대학)

2. 한국여성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역사 (김현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 통역이 제공됩니다 

- 참가신청 http://bit.ly/%EC%BA%90%EB%9F%B0%EB%A9%94%EC%8B%B1%EA%B0%95%EC%97%B0%ED%9A%8C

- 문의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02-324-7633), laborr@jinbo.net 

건강과대안, 노동건강연대, 사회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여성노동자회 (가나다순)

[언론보도] 아저씨, 요즘도 야간순찰 도세요? (매일노동뉴스)

아저씨, 요즘도 야간순찰 도세요?

기사승인 2018.10.04  08:00:01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우리는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일해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타인이 사용하거나 이용하고, 나 또한 누군가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노동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33

[안내]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양성을 위한 학습모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을 위한 학습모임


- 강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

- 진행방식: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함께 읽고, 관련 법/제도를 알아봅니다. 

- 참가대상: 산별/단위노조 노안담당자 및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있는 조합원

- 첫모임: 10월 5일 (금) 오후2시, 지역본부 중회의실 (매일 1회 모임 예정)


- 책 구입 및 참가 신청 문의: 지역본부 김진원 조직부장 010-4678-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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