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141호 /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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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28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산재은폐

32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산재은폐 고발 투쟁

34 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36 산재은폐 어떻게 대응할까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근로자 건강센터, 노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 활용법

 

14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22 [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48 [문화읽기]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

일반해고 제도 도입은 '정리해고' 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52 [일터 다시 보기]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갑을자본에 맞선 전략으로 승부한다

 

54 [이러쿵저러쿵]

막장인생???


[작업중지권 기획]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2015.9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지난 8월 12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당장멈춰팀에서는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주체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간담회에 참여한 현장동지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간담회에서는 ‘매뉴얼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어떤 형식이 좋을지’ 등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일터 140호에서는 지난 간담회에서 나눈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노동조합의 현장활동으로 진행되는 작업중지

 

저희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작업환경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부서의 대의원이 회사의 담당 부서장과 관련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요. 그에 따라 문제공정에 대한 개선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도 소개해 할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절삭유절삭유(切削油)는 기계 가공에서 공구의 냉각과 윤활을 위해서 사용되는 액체로, 윤활 작용에 의해 절삭 공구의 수명을 연장한다. 냄새가 심해서 조합원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이 대의원을 찾아갔고, 대의원이 바로 부서장을 찾아가서 절삭유 냄새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후, 냄새가 빠질 때까지 환기를 하며 작업을 미루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상적 현장활동으로 작업중지가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노조차원에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관련한 절차가 모두 진행된 후에 사후적으로 노조에서 보고를 받아 확인한 건데요. 보고를 받은 후에 저는 현장에 찾아가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했고, 재발방지에 대한 계획을 회사와 함께 수립했어요.

또 한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얼마 전 폐수처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거든요. 시설이 워낙 낡아서 지붕까지 타버렸습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서 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천장을 깼는데, 그때 폐수처리장 천장이 슬레이트로 된 것을 발견한거죠. 그런데 화재 발생한 바로 다음날, 담당 과장이 태연하게 배전반 인원들을 투입해서 정리작업을 하는 거예요. 슬레이트가 석면이라 무방비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 석면 슬레이트는 발암물질이고, 제거를 하기 위해 주변을 전체적으로 밀폐를 한 상황에서 석면철거 전문업체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투입된 작업자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때마침 작업이 진행되는 날이 금요일이었고, 당장 폐수처리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예정된 특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 불만스러웠던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작업중지를 하도록 조치를 취했고, 석면 철거 전문업체가 오게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대로 해야 할 것이니, 그대로 지키자고 회사를 압박하니까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원정공 지회 노안부장 손상기

 

각 사업장의 특성을 넘어설 수 있어야

작업중지라는 것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무겁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사실 두원정공은 소문난 강한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거잖아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사실 작업중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고민의 출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 노동조합이 있거나 없거나, 또는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조직력 이 있냐 없냐, 그리고 조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와의 관계에서 노조가 힘이 더 세냐, 약하냐 이런 차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각기 다른 조건들이 작업중지권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몇몇 사업장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례이거나, 꿈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산안법 위반 사항에 대해 노동부가 내린 작업중지 명령그런 수준에서 저도 현장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사실 최근 갑을오토텍은 사측과 지속적으로 싸움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측과의 갈등이 굉장히 고조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진행하는데, 사측이 생산을 하겠다고 관리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때 노동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하도록 강제해서, 부분적으로 작업중지를 실행했습니다.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위험한 기계 설비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안내, 특수건강검진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채, 관리자들이 투입되어 무리하게 설비를 가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까요. 이에 대해서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노동부가 직접 나서서 9일간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죠. 이런 사례를 알려내고, 현장에서 가능한 지점을 찾아내는 등 고민을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왜 해야 하는지, 충분한 근거를 갖도록!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이 ‘어떤 상황일 때 라인을 멈춰야 하나, 설비가동을 중단해야 하나’의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당장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만한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앞뒤 안가리고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 노동현장에서 작업중지를 해서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회사로부터 징계에 회부된다거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잖아요.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산업안전보건법 26조에 노동자의 ‘작업중지’를 명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법에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는 기본적인 교육이 물론 필요하지만, 한편 이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중지를 했다면, 즉각적으로 임시 산업보건위원회(혹은 노사협의회)를 개최한다든지, 그에 따라 산업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에서 사고 조치에 대한 합의와 마무리를 절차를 갖는다든지 등의 안내와 교육이 현장에선 매우 필요합니다.
각 현장의 특성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중지부터 마무리까지의 절차 등 현장마다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는데, 이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또 회사마다 작업중지를 하게 되면 업무방해에 따른 사측의 탄압이나 압박이 있는데, 각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등도 같이 토론하거나 얘기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현장조합원이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작업중지를 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노안부장이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생각하는 사고만이 아니라, 유기용제 중독이나 각종 질병을 초래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것이 작업을 중지할 사안이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가령, 두원정공의 노동조합이 예전 어용노조이던 때가 있어요. 당시 저를 포함해서 테스트공정에서 기름을 다루던 작업자들이 손에 다 피부병이 생겼어요. 그때 당시 어용노조 노안부장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병원을 가겠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나서서 막더란 말이죠. 그래서 노조 통하지 않고 바로 부서에 얘기를 했죠. “이렇게 일 못 하겠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최소한 문제에 대해서 확인하고 짚고 넘어가자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주사를 맞고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실 작업중지는 ‘어떤 어떤 경우에 하는 것이다’라 고 현장에 따라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죠. 아니, 오히려 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노사관계의 문제이고 힘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근거를 갖도록 하는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에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 두원정공지회 대의원 엄정흠

 

자본에게도 작업중지의 필요성을 각인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사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사례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가 사전 예방을 위해 라인이나 설비를 멈췄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상황이니까 말이죠. 사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호나 예방을 위해, 작업중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본에게 더 큰 손해가 발생 한다는 것을 자본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과 같은 간담회를 계기로, 작업중지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외롭고 힘겹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도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망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는 싸움을 하면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유해한 작업환경이나 직업병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작업중지권 투쟁 또한 그런 사회적 의제와 쟁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무엇이 '위험'인지도 함께 얘기돼야

 

예전에 철도 노조 인터뷰했을 때 해주신 말씀인데, 작업중지권 자체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어떤 때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합원이나 활동가들이 잘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안법 상에 사업주 의무로 돼 있는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 각 사업장별로 특별히 유의해서 살펴야 하는 안전, 보건 문제들을 먼저 잘 알아야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뉴얼이 이런 내용을 잘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가 먼저 만들려는 매뉴얼은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 활동가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나아가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이런 내용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일수록 '작업중지가 필요한 위험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일테니까요.
- 당장멈춰팀 푸우씨

특집 3.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 갑을오토텍지회 조균형 조합원 인터뷰 /2015.9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 갑을오토텍지회 조균형 조합원 인터뷰

 

 

 

선전위원회

 

 

길고 힘들었지만 어느 때 보다 조합원 스스로 나섰던 이번 투쟁!! 싸움의 당사자였던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 과정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했다. 지난 8월21일 갑을오토텍 지회 사무실에서 조합원 조균형 님을 만나 소회를 들었다. 조균형 님은 갑을오토텍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2005년에 대의원, 2010~2011년 노동조합 조사부장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초반에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피켓 들고 일인 시위 하는 모습 보고 감동 받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첫 피켓팅한 3인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행동에 나서게 되었나?

 

나는 그냥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은 셈이다. 박종국 조합원이 제안했고 나랑 손찬희 조합원이 초기에 참여했다. 작년에 신규채용 60 명이 됐는데, 이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2월부터 계속 됐다. 사실 기업노조 만들면서 복수노조 만들어서 노동조합 흔들려는 움직임은 2010년경부터 감지됐던게 있었기 때문에 조합에서 차분히 대응하는 편이었다. 초반에는 주로 외부에 이런 문제를 알리고, 정보를 모아나가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박종국 조합원이 조합원들이 먼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거다. 작년 두원정공 투쟁 때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피켓팅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때 200일 투쟁했다고 했으니, 우리도 200일이라도 버티겠다는 생각이면 승리하지 않겠냐며 시작했다. 피켓팅 시작한 날,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조합원 중 한 명, 늙은 노동자가 ‘나는 어차피 여기 떠나면 갑을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정년하기 전에 투쟁이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이 투쟁 같이 해서 후배들에게 노동조합이라도 지켜서 남겨주고 갈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울컥해진다. 그 내용이 대자보로 붙고, 채팅방에서 공유됐다. 조합원들이 이런 얘기에 공감하고, 서로 감동받았던 것 같다. 3명으로 시작한 피켓팅이 8명, 20명 하다가 제일 많을 때 200명까지 늘었다. 처음에 간부들이 아침에 나오면, 우리가 오지 말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이 시켜서 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자발적으로, 마음이 동한 조합원들이 만들어간 투쟁이 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을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 내는 데 SNS 등을 잘 활용한 것 같다

 

정말 SNS 활용을 잘 한 것 같다. 피켓팅 시작하면서 사람들 모아서 처음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점점 확대돼서 나중에는 거의 전 조합원이 참여하게 됐다. 초반에 피켓팅 사진도 올리고 하면서 서로 격려가 됐고, 사진이 계속 올라오니까 조합원들 사이에서 ‘오늘은 누가 참여했구나, 오늘은 누가 안 보이네’ 하는 얘기들이 되고, 안 나오는 사람에 대해 독려도 하게 됐다. 또 카톡 채팅방을 통해서는 토론도 많이 하게 돼서, 소통의 중요한 통로가 됐다. 무전기보다도 더 빠르게 상황 공유가 되더라. 조합원들이 토론도 했지만, 위안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 투쟁하는 동안 늘 교섭 속보를 그렇게 기다린다. 실제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 모르고 있는 상황이 불안한 거다. 평소에 눈 뜨고 살던 사람이 눈 감으면 불안한 거랑 같은 거다. 그런 불안감을 카톡 단체방이 덜어준 거 같다. 상황이 바로 공유되고, 그 상황에 대해 서로 얘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간에 낮 시간 투쟁이나 연대 활동에 2조(주간연속 2교대의 후반조)가 참여하는 과정도 카톡 단체방 토론을 통해 시작하게 됐다. 한 대의원이 ‘요즘 간부들이 밖으로 다니느라 바쁘다, 기자회견하고 외부 사람들한테 우리 상황 알리고 있다. 그 와중에 고용노동부, 경찰서 이런 데서 1인 시위 하고 있는데, 2조가 잠 조금 덜 자고 같이 하자’는 얘기를 카톡방에 올리고, 조합원들이 ‘그래, 좋다’하면서 시작된 거다.

 

가족대책위도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대책위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들이 참여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족들 동참도 자발적으로 시작됐다고 들었다

 

피켓팅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딸이랑 얘기를 하게 됐다. 이러저러해서 아빠가 선전전 하느라 매일 새벽에 일찍 나가고, 주말마다 바쁜 거다 그랬더니 딸이 ‘피켓팅 나도 할까?’ 하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할 거면 피켓은 네가 예쁘게 만들어 와라 했다. 그랬더니 열심히 만들어서 어느 날 아침에 피켓팅을 같이 나갔다. 그 때쯤 피켓팅이 좀 뻔해지는 것 같았는데, 이벤트가 된 거다. 역시 또 사진 찍어서 올리고 그랬더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얘깃거리가 되더라. 그러면서 다른 조합원 가족들도 여러모로 참여하게 됐다. 이 얘기를 했더니, 아들 녀석이 자기도 투쟁 기금으로 20만원을 보태겠다고 하더라. 딸도 자기랑 동갑인 다른 조합원 형님 딸이랑 돈을 모아서 밥버거를 400인분 사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 또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으니까 화제가 되고, 얘깃거리가 되고, 분위기가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우리 가족들도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던 것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좋다. 주말마다 나가고, 약속 많고,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인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이번 투쟁에 같이 참여하면서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대책위들, 피부 관리해야 할 사람들인데 땡볕에 얼굴 벌개져서 투쟁하던 장면들은 지금 생각해도 안쓰럽기도 하고, 저 사람들까지 나오게 하다니 암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제안과 자발적인 분위기가 조합원들에게 활력을 줬고, 조합원 스스로 자기 투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투쟁을 통해 느낀 게 조합원들에게 숨겨진 저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노동조합 조사부장 할 때 조직 분석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했었다. 복수노조 등 바람이 불면 훅 갈 수도 있겠다고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몰랐던 조합원들의 저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끌어내는 계기와 모아내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거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정말 바닥으로부터 그런 힘이 올라왔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분임조 활동이 시작됐다. 다른 지회들도 분임조 활동은 꼭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 분임조 얘기를 했다. 확대간부들이나 실천단은 교육도 몇 차례 받았었다. 그런데 우리도 ‘좋긴 하지만, 그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현장내 구역별로 친목 모임 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번 투쟁이 자연스럽게 분임조 활동의 시발점이 된 거다.

 

분임조가 토론과 행동의 단위가 되면,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지금 우리 분임조는 5명인데, 토론을 하면 누구든 한 마디씩 꼭 하게 돼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다가도, 자기 얘기를 하게된다. 불안한 마음, 반대 의견, 걱정되는 부분도 얘기가 나오게 되고, 서로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된다. 또 같이 결정한 내용은 ‘나는 빠져도 되겠지’하는 생각을 못 하고 꼭 같이 지키게 된다. ‘전 조합원 모여라’ 하면 400명이니까, 나 한 명 빠져도 되겠지 싶은데, 분임조마다 5명씩 연락을 돌리니까 내가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업노조 만들어 나간 사람은 우리 분임조 활동보고 ‘5호 담당제’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우리도 분임조 활동이 이제 시작된 거고, 정착된 것은 아니다. 분임조마다 활동 방식도 다양하고, 아직 운영이 서툰 조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다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조합에서 잘 될까?’ 이런 생각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임조 활동을 통해 노동조합 내적으로 조직력이 강화되고,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 이번 투쟁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갑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잘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자판기 노조’ 탈피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조합원들이 간부들에게 ‘이 문제 해결해줘’하는 것을 안 했다. 구역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구역 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구역에서는 몇 년 전에, 조합원들 근무 태도 가지고 시비 걸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생산과장을,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현장 투쟁 벌여서 바꿔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훈련이 돼 있다가, 죽기 살기로 투쟁해야 하는 시점이 되니까 터져 나온 것 같다. 조합이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간부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내 투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본격적인 싸움만 해도 2달이 넘고,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부터 치면 거의 6개월이다. 지치거나 힘든 때도 있었을 텐데 피켓팅 처음 시작한 게 4월 8일이었으니, 4달 정도를 정신없이 지냈다. 사실 그 동안은 지치거나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간 것 같다. 그 사이에는 개인 생활이라는 게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물론 투쟁하는 동안 나도 겁났고 무서웠다. 평생 사람들이랑 싸울 일 없이 살아왔는데, 웬 깡패 같은 사람들이 현장에 들어와 돌아다니니, 무섭기도 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이런 얘기도 조합원들하고 많이 했는데, 얘기하다보면 다들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위안도 받고, 다시 힘낼 수 있었던 것 같다.

 

8월 들어 현대차에 공급할 물량이 정말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관리직에서 직접 기계 돌리겠다고 할 때 나도 불안했다. 그래도 돌아보면, 우리가 처음 이 싸움을 시작할 때 이 싸움에서 진다면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절박함이 있어서 조합원들도 스스로 투쟁에 나섰던 거다. 그렇게 치면 싸우다 져도 죽는 거지만, 물량 때문에 지금 그만두면 그냥 죽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을 조합원들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조합도 대처를 참 잘 했다. 사무직 투입해서 기계 돌리겠다고 했을 때, ‘그럼 너네들 특별안전교육은 받았냐?’고 던지고 노동부에 고발하면서 충돌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면서 막바지 투쟁이 잘 될 수 있었다.

 

복수노조를 등에 업고 민주노조 탄압하는 경우도 많고, 민주노조 패배 소식도 많았는데, 이번에 갑을이 긴 싸움을 승리로 마무리하게 되어 의미가 크다. 조합원 입장에서 가장 중요 하게 생각되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제일 큰 것은 노조파괴 시도에 대항해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아직도 용역들 일부는 기숙사에 남아 있고, 다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노조파괴 시도는 노동계가 전국적으로 직면한 문제인데, 여기에 우리 투쟁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수 있었다면 좋겠다. 내부적으로는 우리 조합원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분임조 활동 등을 통해 조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투쟁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걸 다시 짚는 평가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어떤 때든 완벽하게 준비돼서 투쟁할 수는 없는 거다. 어떤 상황에서든 조합원들이 함께 잘 버텨준 것이 중요했다고 본다.

 

특집 2.갑을대첩 비책공개 /2015.9

갑을대첩 비책공개

 

 

안재범 운영집행위원, 갑을오토텍지회 노안부장

 

 

 

갑을오토텍은 그룹차원에서 노조파괴 용병들을 모집했다. 신입사원으로 위장해 갑을오토텍에 입사한 노조파괴 용병중 절반이상이 전직 경찰과 특전사 등 군경 이력을 가진 자들이다. 전직 경찰들은 경찰협동조합을 통해 특전사는 특전 동지회를 통해 사전 모집됐다. 특히, 노조파괴 총책 및 팀장급으로 활동한 자들은 이미 계열사인 동국실업에 부·차장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투입됐던 자들이다. 용병들은 입사 전부터 수차례의 교육을 받고, 금속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어용노조 설립을 통한 노조파괴 활동을 준비했다. 갑을자본은 용병들에게 특정 지회간부 테러, 금속 파업 시 대체인력 및 파업파괴, 생산량 UP, 폭력사태유도 및 구사대, 직장폐쇄 후 선별복귀까지 계획한 것이 노조파괴문건으로 확인되었다. 금속노조 타 지회들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확인 되듯이 갑을자본도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자본의 이익극대화 수단(사내비정규직, 외주 용역화, 생산성 등 인원 및 사업구조조정)들을 아무런 저항 없이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 모든 자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노조를 이익극대화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현장에서 치우려 하는 것이다.

 

분노한 조합원들의 1차 투쟁, 마침내 6·23 항복문서 쟁취!

 

갑을자본의 신종노조파괴에 맞선 지회대응은 크게 법적투쟁과 12차 파업투쟁으로 나눌 수 있다. 지회의 법적투쟁은 충남지부에 익명으로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관 출신의 이력과 용역들의 모집책과 경로를 찾아냈고,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요청한 특별근로감독은 노사 쪽과 산안쪽 두 가지 모두 이례적으로 즉각 받아들여졌다. 노동부의 수사는 빠르고 신속했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었다. 신종노조파괴의 모든 증거를 손에 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과 검찰은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반면 지회조합원들과 주변의 기대는 컸다. 노조파괴에 대해 법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증거도 충분했다. 적어도 노조 파괴 가담자들 중 한 두 명이라도 구속된다면 이후 투쟁의 고삐를 쥐고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기대감을 버리기는 어려웠다. 결국 자본과의 1차전이 진행되는 내내 법과 공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목도하면서 그 기대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깨닫게 됐다. 고용노동부, 경찰, 검찰은 자본의 움직임과 태도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꿔가고 있었다.

 

파업투쟁은 합의를 우선할 지 담판을 낼 지였다. 정상적 노사관계로 보자면 현안문제든 협상이든 밀고 당기는 노사합의 과정을 거쳐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정상적 노사관계가 모두 파탄난 상태, 즉 갑을자본에 의해 그 어떤 대화와 교섭도 차단된 상태에서 지회는 고민 끝에 섣부른 교섭을 청하기보다 최대한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춘 상태에서의 담판을 결정했다. 모든 역량을 아래로부터의 조직체계를 세우는 데 집중했다. 나아가 조합원들의 자발적 투쟁과 실천을 장려하고 아낌없이 지원했다. 더불어 자본이 내세우는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노동부의 조사로 잠시 미뤄뒀던 신종 노조파괴의 모든 증거 역시 조합원들에게 전면 공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은 신종 노조파괴 분쇄는 대화나 교섭에 앞서 조합원 스스로가 이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임을 알아가고 있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이 분임조 활동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편,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으로 무장한 노조파괴용병들의 폭력은 무자비했고, 거침이 없었다. 때려보기만 했지 맞아 보지 않은 이들의 폭력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617일 용병들의 무자비한 집단 폭력을 참을 수 없어 여기서 끝장을 내자며 기업노조 사무실로 향하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보며, 오히려 전세가 역전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언론 카메라에 죽봉 든 조합원들의 모습이 나올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의지는 분명했다. ‘공장 밖으로 쫓겨나더라도 용병들과는 더 이상 현장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없다. 여기서 끝장을 보자.’ 고 다짐했다. 결국 7일간 정문봉쇄 투쟁을 통해 용병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고 6·23 합의라는 갑을자본의 항복 문서를 받아냈다. 6·23 합의는 조합원 동지들의 주체적인 투쟁, 가족대책위의 헌신적 투쟁, 그리고 어느 때 보다도 열렬했던 연대의 힘이 결합되어 만든 승리였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로 2차 투쟁도 승!!

 

6·23 합의를 통해 노조파괴 용병들을 전원 채용 취소시키고, 기업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기존 5명에 대해서도 7월 중으로 퇴사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파괴 분쇄투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6·23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사항(채용취소에 따른 신규채용 및 채용원칙, 채용 취소자들과의 법적분쟁에 따른 후속조치, 2015년 발생한 민형사상 사건에 대한 징계 등 불이익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 및 책임자에 대한 인사조치,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부담 및 치료기간 정상근태, 조합원 심리치료비 부담, 기숙사 퇴거조치, 합의서 불이행 책임 등)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갑을자본도 완성사의 일부 생산차종에 대한 물량회수를 빌미로 한시적인 일용직 운영, 비생산부서의 용역화 및 일부 생산 공정의 외주화, 생산성 향상 등을 공격적으로 요구하며 이미 6·23합의로 채용 취소된 용병들을 적극 활용했다. 기숙사 기거는 물론이고 식사까지 제공했다. 용병들은 한발 더 나아가 기업노조 사무실을 회사 정문 앞에 차리고 지노위에 채용취소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구제신청까지 했다.

 

이때 갑을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이랬다. “금번 사건으로 고객사로부터 일부 차종이 회수되고 주력제품에 대한 물량도 이원화될 위기에 있다며 더 이상의 파업은 고객사로부터 퇴출된다는 것과 통상임금확대, 주간연속 2교대 시행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상승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이대로 가면 회사가 폐업할 수밖에 없다.” 비생산부서의 외주용역, 생산성 30% 향상, 적자 아이템의 외주생산 등에 노동조합이 동의해 주면 용병들 문제도 말끔히 정리하겠다는 것이 6·23 합의 이후 갑을자본이 취한 태도였다.

 

이런 갑을자본의 태도에 지도부는 완성차의 요구로 주력 차종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고용불안으로 조합원들이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조합원 동지들이 회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물량 반납 얘기를 현장에 알리면 투쟁의지가 위축이 되거나 꺾이지 않을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현장에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우려와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분임조에 이 문제를 공개하고 토론에 붙인 결과 조합원동지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같이 죽자! 망하는 싸움하자!’는 반응이었다. 이에 따라 갑을오토텍지회는 곧바로 2차 투쟁을 선포하고 분임조 활동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기세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또한 휴가 기간 동안 확대간부동지들이 공장을 사수하며 사무 관리직들이 휴가를 가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돼서 생산하는 것을 저지하였다. 동시에 노동부 천안지청에 사무 관리직 사원들의 건강권을 위한 배치 전 건강검진, 작업변경 특별교육 등이 진행되지 않은 것을 고발조치하고 그 결과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으나 갑을자본은 이를 무시하고 사무 관리직의 현장투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에 따라 지회는 논의 끝에 분임조를 통해 휴가 중인 조합원의 공장집결을 결정했고 300여명의 조합원동지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러한 조합원동지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도부는 이 싸움은 이겼다고 생각했고 회사는 이러한 조합원들 기세에 눌려서

현장 침탈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후 휴가 마지막 날인 89일에는 전체 조합원들에게 철야농성을 위한 파업배낭을 꾸려서 공장에 집결하도록 했고 전면적으로 공장가동을 막고 싸울 것을 결의했다. 결국 전 조합원 철야농성 하루 만에 갑을자본의 교섭요청이 왔고 후속조치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안 전체를 합의하게 되었다.

 

 

 

갑을자본은 조합원들의 분임조 활동에 떨었다

 

2014년 교대제 준비 시기부터 두원정공동지들의 투쟁을 연구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분임조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실시하고, 중대장, 소대장, 분임장 체계를 세우고 교육을 실시하면서 공정별로 5-6명씩 61개 분임조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복수노조와 노조파괴 문제가 벌어졌다. 두원정공 지회의 2차례 분임조 교육이후 처음엔 중대장, 소대장, 분임장 3명의 동지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시작한 아침 출근 선전전이 1주일이 지나면서 50, 100명으로 늘고 전체 조합원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2조 근무 조합원들이 노동부, 법원 등에 가서 투쟁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분임조는 서로 투쟁을 결의하고 소통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 신종노조파괴 분쇄투쟁을 잠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평상시처럼 지도부나 확대간부들만 공유하고 판단하여 결정했다면 조합원동지들의 자발성 역동성은 고사하고 기세도 떨어져 투쟁을 말아 먹는 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갑을자본은 막바지 실무 교섭에서 투쟁이 끝나면 분임조를 해체할 것인지" 묻고 분임조가 있어서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자본이 무서워했던 것은 지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제 자본은 더 큰 공격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분임조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투쟁이든 작은 투쟁이든 지도부가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투쟁을 조합원들이 할 수 있도록 배치하려고 한다. 그리고 교육, 소모임, 학습모임 등을 더욱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상시 분임조가 가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특집 1.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2015.9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선전위원회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경과하며 민주노조가 폭발적으로 등장한 이후, 30년이 지났다. 현장의 민주적 역동성은 어느 새 80년대 전투적 노동조합주의의 추억으로만 여겨진다. 민주노조 건설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 국면이 일단락되고 노사 관계에서 제도적 측면들이 완성됨에 따라,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리하거나 대행하는 데에 머물게 된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노동자 개인은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지침을 이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지도부를 넘어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 통제 가능하지 않은 자발적인 투쟁은 환영받지 못한다. 민주적 역동성을 잃고 제도화된 노동조합은 ‘관리된 투쟁’을 조직한다. 의례화된 임단협 투쟁 일정, 자조 섞인 ‘뻥 파업’ 등은 노동조합 운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 단초다. 나아가 투쟁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에 대한 믿음 자체가 약해진지 오래다. 관성화된 조합 활동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수동적인 개인으로 여겨지고, 사회적으로는 자기 밥그릇 챙기는 정규직 노동자 취급당한다. 이런 노동조합들마저 사측의 주도 아래 극단적인 폭력으로 깨져나가 억압적인 어용노조로 교체되는 것이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의 현실이기도 하다.

 

투쟁 속에 실현된 조합원 민주주의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사측의 노조 파괴시도에 맞선 한 노동조합의 투쟁이 이목을 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의 투쟁이다. 복수노조 도입 이후, 어용 노조를 활용한 민주노조 파괴가 노무법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된 마당에, 갑을오토텍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 자체는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뒤 진행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지침을 넘어서는 활동을 제안했다. 1인 시위도, 가족 연대 활동도, 교대제 2조의 오전 투쟁 결합도, 조합원 스스로 채팅방을 통해 상황을 나누고, 토론하고, 투쟁 방안을 제안하고, 호응했다. 노동조합은 이런 조합원들의 열기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이런 주체적인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살리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부터 고민하던 분임조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인 소통과 논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조직했다. 갑을오토텍지회 안재범 노안부장은 “평상시처럼 지도부나 확대간부들만 공유하고 판단하여 결정했다면 조합원 동지들의 자발성, 역동성은 고사하고 기세도 떨어져 투쟁을 말아 먹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균형 조합원은 “우리가 몰랐던 조합원들의 저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끌어내는 계기와 모아내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다시 발견한 조합원의 자발성과 주체성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에게 주체적인 활동의 영감을 준 것이 두원정공 투쟁이다. 2014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만들어간 투쟁이 힘이 되었다. 2014년 두원정공 지회의 투쟁은 사측의 단협 위반으로 시작되어, 교섭이 교착 상태에 있으면 폐업절차를 밟겠다는 사장의 발언으로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폐업 발언이 나오자 조합원들이 스스로, 당시 지침으로 시행하고 있던 1시간 파업을 전면파업으로 전환시켰다. 노동조합도 이런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조합 지침 대신 소단위(중대)별로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노래가사 바꾸기 대회, 계열사 노동자 만나러 광주에 가기, 사장을 만나러 집이나 두원공대로 원정투쟁 가기 등 이었다. 조합원들은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두원 자본을 때려눕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런 투쟁 과정에 대해 엄정흠 두원정공 대의원은 “언제부터인가 투쟁이 지침에만 의존한다. 이러니 투쟁을 노동조합이 관리하는 측면도 있고, 그런 투쟁에 간부도 조합원도 익숙해진다. 지침을 떠나 자발적으로 투쟁하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지침을 내려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막상분임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매일 1시간씩 중대 총회가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갖가지 활동을 제안하고 주체로 나섰다. 정작 판이 열리니 조합원들이 다 알아서 하더라.”고 회상했다.두원정공 지회라고 전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합간부들이 이렇게 해도 되나 할 정도로,기세가 올라오는 게 무서웠다. 조합 활동 오래 한 간부들에게 조합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거다. 조합원들의 투쟁이 간부들의 계획을 넘어서면, 결국은 그 부담이 조합으로 온다. 그러니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받아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노조는 민주주의 학교라는데 주목해야

 

갑을이니까, 두원이니까 가능했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로 단사의 투쟁 성공사례를 접하며 고군분투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자괴감에 빠지지도 않았으면 한다. 다만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 유지되며 자본의 지배와 관리를 일부 대변하는 존재가 아닌 자본의 논리를 꿰뚫어 세상의 질서를 바꿔내는 노동자들의 학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 투쟁과 경험에서 함께 배우고 읽었으면 한다.

<일터> 통권 140호 /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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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조파괴를 이겨낸 아래로부터의 힘

28 조합원의 주체성으로 다시 서는 민주노조

30 갑을대첩 비책공개

34 분임조 활동으로 소중한 민주노조 지켜냈어요!!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폭염을 뚫고 전국석면피해자들이 모였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알고 사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발암물질조사사업


14 [현장의 목소리]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김명성 금속노조 마리오 아울렛 분회장 인터뷰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펴드립니다"


22 [연구소 리포트]

    2015 산업단지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나인 투 나인(9 to 9)의 사회,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48 [문화읽기]

   설악산 케이블카가 산의 민주화?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10년 걸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합법화


52 [일터 다시 보기]

   노동시간 단축은 상식!


54 [이러쿵저러쿵]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


[특집] 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2014.12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정리 : 선전위원회




노동시간센터(준)에서는 올해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실태 조사’ 와 ‘장시간 노동의 요인’ 에 관한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중 첫 번째 주제에 대한 김형렬 연구원의 발제와 청중토론이 있었다.



연구의 배경


자동차산업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모두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2013년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단축하는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하지만 야간노동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고, 주말 특근이 다시 시작되고,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등 불완전한 변화라는 면도 존재한다. 이는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노동 측의 기획과 현장통제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성차 노사관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 이행의 실태는 어떠할까? 일부 부품사의 경우 사측 주도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었고, 노동조합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태부족한 상황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의 전환은 물량 보존을 내세운 사측의 공세에 노동 강도와 임금, 고용을 양보(비정규직 확대)하며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연구의 내용과 목적


1) 이에 이행의 과정에 노동 강도, 임금,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노동조합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노동조합 지도부의 준비과정, 조합원과의 논의 과정, 사측에 대응 과정)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인을 통해 향후 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활동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고, 발굴된 모범사례도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2) 또한, 근무시간대의 변화나 조합원 개인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해 보고자 했다.

3) 마지막으로, 교대제 변화 전후로 건강과 생활의 변화를 조사하고자 했다.



이행 실태와 기초 면접 조사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금속노조 산하 111개 지회 중 이행한 사업장이 26개 지회(23.4%), 이행을 논의 중인 사업장이 17개 지회(15.3%), 미파악 혹은 논의조차 안 된 사업장이 68개 지회(61.3%)나 되었다.


지난 11월 5일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2개 자동차 부품사업장에서 기초면접 조사를 해보았는데, 고용불안의 정서가 여전히 깔려 있었고, 제도 시행에 있어 임금이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일정 정도의 노동강도 강화는 수용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평이었고, 토요일 특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제도는 시행되었지만 실노동시간 단축,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개별 현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지부 단위, 금속 중앙 차원의 견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연구는 2015년 4월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금속정책연구원과 함께 연구조사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중 토론


이훈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는 “근무형태가 바뀌면 조합 활동 방식과 활동 시간이 바뀌어야 한다. 조합 활동시간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 타임오프제[각주:1]와 무노동 무임금에 시비 걸기를 해야 하고, 물량과 시간에 구속된 임금이 아닌 생활 임금과 같은 다른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 이행 과정에서 현장의 힘에 기초한 조직력 강화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 연구가 그런 지침과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 ․ 비정규직 부장은 “고용불안, 노동 강도, 임금의 문제들을 완성차도 극복 못 했는데, 부품사가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단사 지회 차원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역 지부에서 TFT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했는데, 지회별 상황도 다르고 활동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재범 갑을오토텍 노안부장은 “3(고용불안, 임금저하, 노동 강도 강화)무 원칙을 세우기 위한 상급단체의 지도와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 강도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대응이라든지, 임금의 경우 다른 임금체계에 대한 정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라고 하며 노조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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