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나는 감시, 단속적 노동자인가? / 2017.10·11

나는 감시, 단속적 노동자인가?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보안업체 노동자 A 씨는 주상 복합 아파트 경비 및 안내 업무를 수행한다. 근무하는 날은 낮에 따로 쉴 시간 없이 순찰, 감시, 안내 등의 업무를 하다가 밤에는 4시간 정도 수면 시간이 주어져 수면실에 들어가서 잘 수 있다. 하지만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세 팀이 번갈아 수면을 취하는 관계로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는 날이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어쨌든 수면 시간이라 눕긴 하지만 평소 항상 깨어있던 시간에 갑자기 자려니 잠도 안 오고 잡생각만 늘어간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아파트 경비직 노동자 B 씨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낮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 분리수거, 주차단속, 화단 정리, 청소 등등 일이 끝나면 틈틈이 CCTV 확인도 해야 되고 순찰 업무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다행히 밤에 휴게시간이 3-4시간 주어진다. 함께 근무하는 파트너와 적당히 시간을 나눠서 자긴 하는데 마땅히 몸을 누일 공간은 없다. 의자에 기대어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전부이다. 피곤해서 깜박 잠들긴 하는데 자고 일어나도 피로는 여전하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시설 관리 노동자 C 씨는 서울 시내 작은 빌딩의 지하에서 냉난방 설비를 운용하고 필요시에는 각종 전기 설비의 유지 보수를 해주기도 한다. 24시간 맞교대이기는 하지만 오후 6시 이후로는 대부분의 빌딩 인원들이 퇴근하는 관계로 특별한 일이 없다. 지하에 있어서 공기가 좋지 않고, 기계 소음에, 비좁긴 하지만 그래도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빌딩 내부 공사 같은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빼고는 잠은 충분히 자고 퇴근하는 편이다.

앞서 본 세 명의 노동자 모두 감시, 단속적 노동자로 승인되어 근무하고 있었다. 이러한 감시, 단속적 노동자로 정의되는 순간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은 야간노동 수당과 연차 휴가뿐이다.(표 1) 연차 휴가는 못 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은 야간노동 수당뿐이고 이러한 결과 1년 동안 휴무 없는 24시간 맞교대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해도 연장, 휴일 노동 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앞서 이야기한 A, B 노동자는 24시간 근무 후 집에 가면 하루를 꼬박 피로를 푸는데 쓰곤 한다. 반면에 C 노동자는 불편하게라도 근무 중에 좀 잠을 자고 퇴근 후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C 노동자에게 현재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상황이 적절하다는 것은 아니다. 감시, 단속적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노동시간 상한은 꼭 적용되어야 하고, 수면 및 휴게 시설에 대한 개선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반면 A, B 노동자의 경우 현재 근무 조건이 감시, 단속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낮 시간 동안 하는 감시 이외의 상시적인 활동이 있다는 점, 근무 중 밤 수면이 현실적으로 힘들어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심각하다는 점 등은 감시, 단속적 노동으로 승인될 수 없는 요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승인은 전적으로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 서류 접수를 통한 관행적 승인으로 신청의 98%가 승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근로감독관의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다는 점에서 자세한 승인 기준을 상위법에 명시해야 된다는 제안과 열악한 감시, 단속적 노동자의 근무 실태가 이미 2004년에 「감시.단속적 근로자 실태조사」 보고서로 노동부에 제출되었지만, 최저임금 적용이 2015년에야 가까스로 시행된 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전혀 개선된 바가 없다.

휴식의 기회도 추가 근무의 수당도 없을 정도로 노동 가치를 최소한으로 평가하는 감시, 단속적 노동의 개념이 가능하다면, 역으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 시간의 상한이 있어야 한다. 노동 가치가 최소화될 수 있을 정도라면 그에 맞는 엄격한 기준 수립과 적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 2017.8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구인 공고>

모집직종 : 병원 및 공공시설 경비원

경력조건 : 관계없음

학력 : 학력무관

고용형태 :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12개월

임금조건 : 월급 1,690,000원 이상

식사(비) 제공 : 미제공

근무시간 : (오후) 4시 30분 – 익일 (오전) 8시 30분 (휴게시간 9시간 근무시간 7시간)

소정근로시간 : 48시간 (“소정근로시간" 이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1주 동안 근로하는 근로시간을 말합니다)

근무형태 : 주 7일 근무


학교경비원으로 검색하면 상당수의 구인공고가 이렇게 뜬다. 위 내용은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의 경비원을 구하는 공고이다.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학교를 지키지만 이 중 휴게시간이 노동시간보다 길다. 실제 이 노동자는 하루 16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임금을 지급받는 “소정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에 불과하다.

학교 숙직실에서 밤에 잠을 잔다면 그건 노동이라고 봐야 하는가? 이런 상황을 볼 때 현재 한국에선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학교 내에서 잠을 자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깨어나 이를 처리하기를 원하기에 야간경비라는 직무로 고용했다. 노동의 강도는 매우 낮을 수 있지만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대기하는 시간이라면 역시 노동의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경비원, 당직근로자 등 업무가 간헐·단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휴게시간·대기시간이 많은 경우를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자로 부르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어떻게 책정하고 규제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한국은 감시 단속 근로자의 경우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 7일 하루 16시간 일하는게 가능하다. 게다가 형식적으로는 주 48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것으로 평가되니 어떻게 보면 노동시간 규정에서 벗어나지도 않는 셈이다.

영국의 경우 대기시간에 대해 노동시간으로 보는 경우와 보지 않는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당직의 의미인 “on call”은 사업장 내에 있을 경우에는 노동으로, 사업장 밖에서 당직일 때는 노동이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노동시간 규정보다 좀 더 완화해서 야간노동시간이나 휴식시간 규정 등에서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나 최대노동시간 규정 (17주간 평균 주당 노동시간 48시간)은 감시단속 노동자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핀란드 역시 사업장에서의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노동시간법 4조의 ‘노동시간의 정의’에 의하면 일하는 데 사용한 시간, 노동자가 사업주의 처분(배치)에 따라 일터에 존재하도록 요구되는 시간을 노동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시간법 5조 ‘대기시간’에서는 노동자가 대기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최소 절반은, 임금이나 이에 상응하는 정규 업무 중 휴가 시간으로 보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예외 없이 법적으로 최대 가능한 노동시간 규제 (주당 평균 노동시간 40시간) 를 받는다.

결국 이런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매일 16시간 경비업무, 혹은 24시간 맞교대와 같은 근무형태는 불가능하게 된다. 고령노동자들이 주로 하게 되는 아파트 경비업무의 경우 전국적으로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수행되지만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16시간 혹은 17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주간에 3시간, 야간에 4-5시간 (비록 경비초소에서 합판에 박스 깔고 잠을 청하는 시간일지라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당 노동시간은 실제 아파트에 출근해 있는 84시간이 아닌 56-59.5시간으로 계산된다. 이런 노동시간 계산을 보고 있자면 뇌심혈관질환의 만성과로 인정기준인 주당 평균 60시간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작년에 열악한 학교경비원의 노동환경과 연이은 뇌심혈관질환 사건으로 이슈가 되면서 서울의 학교에서는 이제 1인이 주7일 근무를 하지 않고 2교대를 하는 근무형태로 바뀌었다. 전체 임금 총액은 떨어지긴 했으나 시간당 임금수준은 올리면서 개선을 하였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당장 핀란드처럼 갈 수는 없겠지만 감시단속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대로 산정하고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많은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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