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 2014.12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의



필자는 주로 300인 미만의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을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방문하여 정기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입사 후 한두 번의 상담만 하고 곧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대부분이 단기계약직인 사내하청업체에서 흔한데, 매달 방문하는 간호사로부터 이번 달 상담예정자가 퇴사하였으며 마지막 상담 이후 치료나 적절한 관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말을 흔하게 듣고, 어느덧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다른 노동자를 대하게 된다.



①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42세 김◯◯ 씨. 작년 하반기 입사하여 3월 검진 시 공복혈당 152, 5월 상담 시 식후혈당 224로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상태라고 하였으나 8월 상담 시 치료받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후 곧 퇴사. 

② 같은 회사의 37세 지◯◯ 씨. 검진 시 식후 혈당 230으로 당뇨가 의심되어 추가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역시 진단과 치료 여부 확인하지 못한 채 얼마 전 퇴사. 

③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 작년에 입사한 31세 한◯◯ 씨. B형간염 보균자로 검진 시 간 기능 수치가 높아 B형간염 활성화의 가능성이 있으니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였으나, 얼마 전까지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로 최근 퇴사. 



물론 퇴사 전까지 어떤 치료나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로 상담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분들의 앞으로의 건강상태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도급업체를 전전하며 단기 계약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치료에 들어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의사 상담은 물론 건강검진까지도 빠질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특수검진 수검률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정작 산업보건서비스가 필요한 노동자를 소외시키게 하고 사업주에게는 법정 관리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심각한 것은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사내하청업체들이 최근 중소사업장 내에서 너무나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는 중소사업장들은 대기업의 사내하청이거나 대기업의 외주업체인 경우가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대기업 외주업체 상당수는 다시 사내하청을 두어 사업장을 여럿으로 나누어 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외주업체는 그런 경향이 심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다른 제조업도 일반적인 경향이 돼가는 것 같다. 또 대형마트 등의 대형물류센터는 다양한 전문 아웃소싱 업체들로 인력이 나뉘어 있고, 대개 단기계약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100여 개의 담당사업장 중 1/5가량이 중소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인데 이들은 보건관리대행을 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라 50인 미만으로 나뉜 사내하청업체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2배 이상일 것이다. 



단기 계약직은 일부 대기업 외주업체에서 흔한 고용 형태이나(일례로 00 전자의 한 외주업체는 240명가량의 근무인력이 있으나 작년 한 해 40%가량이 퇴사하고 재입사한 걸로 기억한다), 중소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과 물량변동에 대한 대응을 계약해지로 쉽게 해결하려는 하청업체의 특성이 영세사업장일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공단지역 중소 영세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임금 수준이며, 정규직 일자리는 찾아보기도 힘들고 설령 정규직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임금이나 근무조건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족한 임금을 초과노동으로 메우기 위해 잔업과 특근이 많은 회사로 물량을 따라 쉽게 이직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IMF 이후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그 이후에도 지속하는 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대다수 중소기업을 다단계하청 줄 세우기로 만들어 그들을 무차별적인 생존경쟁으로 내몬 결과이다. 사내하청 같은 간접고용은 -특히 제조업에서-지속해서 확대되었고[각주:1] 2014년 한국은 근속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근로자가 38%로 OECD에서 단기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보건관리대행과 같은 산업보건사업은 한 사업장 단위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것은 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최소 몇 년간은 지속해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단기근무와 이직이 만연한 사업장에서 이러한 전제는 어긋나고 있으며, 연쇄적인 하청구조의 가장 하위층인 중소사업장 사내하청노동자는 전반적인 산업안전보건으로부터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재벌의 이윤을 극대화해서 우리의 삶에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고, 또 무엇이 남아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1. 2001년 대비 2012년 금속노조 사업장내 비정규직은 27.3%에서 51.8%로 증가했으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19.8%에서 41.6%로 증가하였다. [본문으로]

<일터> 통권 130호 /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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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뉴스] 설마 하루아침에 30명 모두를 자를까’ 했지만 결국 쫓겨났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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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42129305&code=940702

 

[간접고용의 눈물]‘설마 하루아침에 30명 모두를 자를까’ 했지만 결국 쫓겨났다

 

김세영 (노무사)

ㆍ노무사가 쓰는 현장보고서 - (3) 병원 간호보조

병원에 들어갈 때는 2006년 3월이었다. 대학 졸업 후 이것저것 모색하다 2년이 훌쩍 지나갔다. 당시 나는 스펙도 없고 나이도 어중간한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아르바이트 구인사이트에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간호보조원을 모집한다’는 구인 광고를 낸 회사는 병원이 아니라 메디엔젤이라는 인력공급업체였다. 업무에 대한 간략한 설명, 3교대 근무에 월급여 120만원, 별다른 자격증은 필요없다는 공고를 보고 전화했더니 이력서를 갖고 찾아오라 했다. 사무실은 약수동 뒷골목에 있었다. 담당 실장은 이력서를 보면서 몇 가지 묻더니 대학졸업 경력을 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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