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인격 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2016.8

인격 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4)



김재광 회원


2015년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직장 내 괴롭힘 보고서-인격 없는 일터'는 당시 대한항공 땅콩 회항 등으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단지 배포, 모뎀 수거 등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KT 직원, 조합장과의 갈등으로 집단 따돌림과 업무배제를 겪은 지역 농협 직원,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개선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직원, 사장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가 100일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HMC 계약직 과장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위의 사례 말고도 최근까지 이어지는 유성기업의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끈질긴 괴롭힘은 대표적인 '일터 괴롭힘'으로 뽑히고 있다. 이렇게 드러난 사례 말고도 은밀하고 끔찍한 괴롭힘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성과경쟁중심의 심화, 구조조정의 일상화, 고용불안, 생활불안, 반노조정책 등은 일터를 끔찍하게 만들고 있고, 일터의 내외부의 성원들은 때로는 가해자로, 공모자로 그리고 방관자로 연루되게 만들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의 86.6%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해당 조사기관은 직장 괴롭힘 1건이 개인과 사업장에 미치는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5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일터 괴롭힘'은 해당 노동자의 지위와 업무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터 괴롭힘의 양태는 일을 너무 적게 주거나 너무 많이 주는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본인 고유 업무가 아닌 업무를 주는 경우, 욕설이나 공개적 모욕을 하거나 신체적 위협을 하는 경우, 동료로부터 고립시키거나 고립을 종용하는 경우, 부당한 소문을 내는 경우, 공평한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 심리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등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에 공통된 것은 권한과 권력의 남용의 문제라는 것, 피해자의 존엄을 파괴한다는 것, 정신적·신체적·정서적 건강이 훼손된다는 것, 대부분의 양태가 현재 법률로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처 : 다음 스토리펀딩


일터 괴롭힘은 특정 개인의 성품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기업만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이며, 이윤 절대 사회의 그늘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인격 침해로 인한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고 직접적 신체 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급기야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일터 괴롭힘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률안이 19대 국회부터 제출된 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여 이를 규율하는 방안이 한정애 의원이나 이인영 의원의 대표 발의가 있었고, 이자스민 의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에 관한 규정을 '괴롭힘'으로 변경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 및 규제하려 했다. 


고객 및 민원인에 대한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자스민 의원은 고평법을, 김기식 의원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이를 예방, 처벌하려 하였고, 심상정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명시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이인영 의원은 19대에 통과되지 못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산업안전법에 있어 작업중지권을 고객에 의한 위험까지 확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록 19대 국회에 제출된 발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현재 발의된 안 역시 앞으로의 운명이 불확실하지만, 일터 괴롭힘 혹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가 회자되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제도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일터 괴롭힘의 예방과 규범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고용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 보상법 등등 전체 노동관련법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법률규정 및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일터롭힘을 노동자 건강권의 차원에서 법률화하고자 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법 제5조에서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의 사업주의 책임을 행위규범인 제24조(보건의 조치)의 규정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 


동시에 작업중지 및 거부의 권리에 있어 정신적 침해 역시 규정되어야 할 것이고, 일터 괴롭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훼손으로 야기되는 질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의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하여 사업주의 관련 질병의 예방 의무를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되는 제기와 시도가 법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향후 일터 괴롭힘을 공론화하고 이를 더욱더 사회화하는 노력을 통해 보다 유용하고 의미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일터> 통권 151호 / 2016.8



- 차례 -

[특집]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26 20대 국회 기대해도 좋은가?

28 생명안전업무 노동자 정규직화 보장해야

30 이젠 정말 기업을 처벌하자

32 작업중지권 실효화로 중대재해 예방하자

34 인격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36 실 노동시간을 줄이자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노동자는 위험상황을 대피할 권리가 없는가?


8 [포커스]

사드의 전자파 보다 더 위험한 것은?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5


12 [현장의 목소리]

'주님'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15년차 기계장인 지헌 씨 이야기


20 [연구소 리포트]

한국지엠 노동강도평가 연구 (2)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귀족노동자?의 실체


44 [시간의 재발견]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들, 그들의 노동시간


48 [문화읽기]

현실은 영화보다 막 간다


50 [발칙X건강한 책방]

고통에는 이름이 필요하다


5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인천국제공항 노동자의 86%가 간접고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54 [이러쿵저러쿵]

나는 왜 큰일에만 분노하는가


56 2016 노동보건연구공모 선정


<일터> 통권 148호 /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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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26 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28 한광호 열사는 죽으믕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30 노도아 괴롭혀온 법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32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한화케미칼, 너희가 최악이야!


8 [포커스]

메탄올 중독 사태로 본 파견 노동의 실태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평가란 무엇인가 (1)


12 [현장의 목소리]

시멘트만큼이나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간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20 [연구소 리포트]

OECD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안전과 건강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나의 그녀들에게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2)


42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문제는 노동이야


46 [문화읽기]

뻥튀기 문화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5678 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9번째 자살 사건


52 [일터 다시 보기]

한솔케미칼 백혈병 피해 노동자 산재신청


54 [이러쿵저러쿵]

주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특집 3.노동자 괴롭혀온 볍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2016.5

노동자 괴롭혀온 볍원과 검찰이 취할 열사에 대한 예의

 

 

 

법률사무소 '새날' 김차곤 변호사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년 넘게 계속된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는 점점 심해지고 있고, 마침내 한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열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11번 고소를 당했고, 8번 경찰조사를 받았으며, 두 번의 징계를 당하였고, 2건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유성기업이 한광호 열사에게 세 번째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를 위해 2016. 3.14.에 출석하라고 명했다. 열사는 결근하고 사전조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열사의 죽음의 배경에는 사법체계를 이용한 ‘노동자 괴롭히기’가 있었다. 법원과 검찰은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법원과 검찰은 최소한 아래와 같은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첫째, 법원은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 단행된 해고가 무효라고 확인하여야 한다.

 

유성기업은 2013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조합원을 징계하였다. 조합원들은 그 이전에 이미 수백 명이 징계를 당한 상태였다. 유성기업이 무차별적으로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데에는,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징계를 가능하게 한 법원의 판결이 자리잡고 있다. 유성기업이 2013. 10. 23일자 조합원 이정훈 등 11명에게 부여한 해고처분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제1민사부, 재판장 심준보)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정당한 쟁의기간에 일체의 해고 등 징계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규정의 규범력을 부정한 부당한 판결이자, 동일한 단체협약 규정에 대하여 규범력을 인정하여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단행된 해고 등 징계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도 배치되는 부당한 판결이다.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15나11661)은 천안지원의 부당한 판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검찰, 경찰, 노동부는 편파적인 공권력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한 수사·기소를 중단하고, 가학적 노무관리와 각종 부당노동행위의 주범인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시영 등을 신속히 수사·기소해야 한다.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에 대하여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조합원 1인당 많게는 50여건, 보통의 경우 수십 건에 이른다. 조합원들은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수시로 오가며 고통을 받고 있다. 조합원들이 고소를 당하는 경우 수사와 기소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반면 조합원이 유성기업 측을 고소하는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은 늑장수사, 소극적 수사·불기소로 일관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동시킨 유시영 등 주범들을 검찰은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무협의 처분을 하였다(이후 재정신청사건에서 대전고등법원의 공소제기결정에 의하여 검찰은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로 발견된 증거에 근거하여 유성기업의 유시영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등을 고소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의 고소·고발 남발과 무차별적인 부당노동행위, 노동자 괴롭히기에 검찰 등 수사기관의 편파적인 공권력행사가 그 토대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검찰, 경찰, 노동부의 불공정한 공권력행사는 조합원들에게 분노를 자아냈고, 공권력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고립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이었다.

 

셋째,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가학적 노무관리의 주범인 유시영 등에게 실형을 선고하여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하며 수사, 재판을 받고 있지만 부당노동행위, 가학적 노무관리의 책임자인 유성기업의 유시영 등은 아직까지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재정신청사건에서의 공소제기명령에 따라 기소된 유시영 등 8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현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2013고단1867(2015고단 507, 2015고단768 병합)호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불법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와 가학적 노무관리의 양태, 이로 인하여 과거 받았고 현재 받고 있는 조합원들의 고통의 정도를 고려할 때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반드시 유시영 등 8인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할 것이다. 가벼운 처벌은 면죄부를 의미할 뿐이다.

 

만약 법원이 정당한 쟁의기간 중에 단행된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하였더라면, 검찰, 경찰, 노동부가 편파적인 공권력행사를 중단하고 유성기업의 고소·고발 남용에 제동을 걸고 부당노동행위와 가학적 노무관리 주범들을 엄정히 수사하여 신속히 기소하였더라면, 유성기업의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무차별적인 징계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원이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 단행된 해고가 무효라고 확인하는 판결을 하고, 검찰 등 수사기관이 편파적인 공권력행사를 중단하고, 법원이 부당노동행위와 가학적 노무관리 주범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가학적 노무관리가 중단되고 제2, 제3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특집 2.한광호 열사는 죽음으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2016.5

한광호 열사는 죽음으로 우리를 다시 꿈꾸게 했습니다

- 유성기업 영동지회 김성민 지회장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5년 동안 우리의 꿈을 모조리 다 뺏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슬프게도 한광호 동지의 죽음 이후, 우리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조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고, 내 앞의 동지가 바로 함께 나와 함께 행복을 나눌 사람이라는, 바로 그 꿈입니다.”
- 4월23일 유성 연대한마당 문화제에서

 

故 한광호 열사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같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던 김성민 지회장, 유성기업 영동지회의 지회장인 그는, 동료 한광호의 죽음 후 일주일에 서너번은 충북 영동에서 서울을 오간다. 상복을 입고 상주가 되어, 자신 보다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께에 들고 서울의 거리와 광장에서 외친다. 유성 자본의 가학적 노무관리가 광호를 죽였노라고, 현대차 자본이 개입한 불법 노조파괴 공작을 끝장내야 한다고 말이다.

 

- 2011년 이후 사측의 탄압에 맞서 영동과 아산 공장에서의 현장투쟁과 부당해고나 경영진 구속처벌 관련하여 법원 앞 농성도 해오던 걸로 알고 있다. 한광호 열사 이후에는 서울광장 앞에서 분향소를 차리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전화되었는데, 요즘 현장분위기는 어떤가?

 

광호가 자결한지 두 달이 되어 가고 있다. 나 같은 노동조합 간부 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도 모두 쉴 틈 없이 투쟁에 임하고 있다. 양재동 현대사옥 앞에 1인 시위하러 4명씩 조 짜서 상경하고 있고, 유성과 아산 각 공장에서 8명씩 돌아가면서 현장분향소를 지킨다. 현장순회도 매일 하면서 조합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둘러도 보고, 지난 4월14일 기업노조 설립 무효판결이 있은 후 부터는 기업노조 게시판을 다 떼어 내는 등 물품 퇴거도 하고 있다.

 

- 5년간 쉬지 않고 투쟁해온 지회 조합원들이 누구보다 힘드실 거 같다. 가장 힘든 점은?

 

위에 설명한 투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하루 전면파업을 하거나, 최소한 1시간 이상 부분파업을 해야 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 영동지회 조합원 220명 중, 절반이상이 월급 100만원도 못받아 간다고 확인됐다. 40-50만원 받아가는 조합원들도 꽤 된다. 사실 조합원들이 (일부러) 말을 안해서 나도 이 정도인줄은 잘 몰랐는데, 사측이 뿌리는 전단지를 보니 그렇게 써 있더라. 동료가 죽은 충격과 슬픔도 크고, 이런 상황에도 변화 없고 뻔뻔한 사측태도를 보며 피로도도 쌓여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되니... 지회장으로서는 조합원들 보면 애잔하고 미안해 얼굴도 잘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제일 힘든 것은, 다름 아니라 동지가 떠나갈 때 일 것이다. 마치 심장 근육이 도려내지는 것 같이 아팠다. 아시다시피 기업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이 많다. 그중에는 20년지기 친구도 있었다. 장기화 되는 투쟁 중, 그들에게 전망을 잘 그려주지 못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자책도 많이 들었다.

 

- 많은 노동자들, 시민사회에서 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계획을 말씀해 달라.

 

예전에 유성 조합원들도 쌍차, 콜텍,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들에 자주 연대했었는데, 우리가 한 것보다 10배는 받은 것 같다. 힘 모아 투쟁하여 반드시 이 노조파괴, 가학적 노무관리의 뿌리를 뽑아낼 것이다. 열사 정국 이후에는 회사도 궁지에 몰려 버티고 있는 상황이리라 본다. 그럼에도 유가족하고만 합의하겠다, 임금만 교섭하자, 상복 입지 마라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가 저지른 가학적 노무관리 행태, 노조탄압의 악행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 싸움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죽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우리 한광호 동지는 유성과 현대 자본이 가한 가학적 노무관리의 희생자이다. 반드시 책임자가 처벌되어야 한다. 이것이 역사에 남아야 한다. 더불어, 복수노조법이 시행된지 5년인데 이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등의 극심한 노동탄압에 피해가 유성뿐 만 아니다. 복수노조법 5년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후 법 제개정 운동으로 발전 시켜야 할 것이다.

특집 1.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2016.5

열사가 된 노동자 한광호를 기리며

- 그를 딛고 살기 위해 싸웁니다

 

 

 

정하나 선전위원

 

 

 

 

“어머니는 ‘나는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회사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리잖아, 빨리 나가’라고만 했다며 눈물 흘리셨습니다. 저 역시 유성 해고자이기에 ‘형은 더 힘들테니까’ 하는 맘에, 형인 저한테도 광호는 힘들다는 얘기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나 봅니다.
- 유성 영동지회 조합원이자 한광호 열사 (이복)형 국석호

 

한광호 열사는 1995년 12월 10일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입사하여 약 10년 간 일했습니다.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2012년부터 2014년 대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유성기업 사측의 폭력적인 직장폐쇄 이후, 복수노조를 활용한 민주노조 압박 등이 극심하던 시기에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공장장과 소속장, 어용 기업노조 간부로부터 11차례나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2013년 7월부터 12월 사이, 단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측으로부터 고소 때문에 경찰조사를 8차례나 받았고,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2건의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두 번의 사내 징계를 받았었고, 2016년 3월 14일에는 ‘3차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통보’를 받았습니다.

 

“형, 노동조합에 부담을 줘서 미안해요.”

 

사측이 남발한 징계에 대처하고자 노동조합과 상의하던 한광호 열사가 꺼낸 말입니다. 노동자 한광호는 그리고는 집을 나가, 며칠 후 차가운 주검으로 ‘열사’가 되어 동료들 앞에 돌아왔습니다.

 

"광호야, 네가 쓰러진 후, 너를 딛고 우리가 투쟁한다. 이 투쟁의 승리는 너로부터 다시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의 연대로 반드시 승리 할 거야. 지켜보는 네가 부끄럽지 않게 싸울게,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다음에 너를 더 알게 된 지금. 내가 더 미안하고 사랑한다. ”
- 유성 영동지회 지회장 김성민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가 공모한 노조파괴 문건 기록에 나와 있는 ‘징계를 통한 어용가입 확대전략’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

 

* 유성지회 조합원 291명, 2011년 10월 ~ 2016년 3월 조사 결과 : 징계받지 않은 조합원 총 10명 (3.4%불과) 고소고발 받은 조합원 총79명 (27.1%)나 됨

 

특집 2."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2015.12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김형렬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계약과 계약해지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일 수 있다. 이미 해고가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일반해고의 도입은 그나마 헌법과 근로기준법과 같은 법률로 보장받고 있던 정규직마저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시도이다.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퇴출이란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힘을 가진 자의 권한이자 명령이다. 가진 자(자본)의 명령은 당연한 권리가 되고, 노동자는 그 힘과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정당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논리다.

 

저성과자로 찍힐 사람들

 

“저성과자”라는 기준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노동자, 질병을 앓고 있는 노동자 등은 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해고는 비교적 쉽지 않도록 보호 받는데 반하여, 저성과자를 만들 수 있는 사업주의 재량은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미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벌이는 전직, 각종 형태의 괴롭힘이 인사관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의 전문성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잦은 업무전환, 불합리하고 일관성 없는 인사고과를 통한 통제를 통해 얼마든지 저성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일터 괴롭힘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터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한 해고 역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 또한 개인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도 이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이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여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해고를 한다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물론 사회의 안정성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업은 트라우마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고용불안이 가져오는 노동자 건강의 악화를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고용불안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와 흡연과 같은 건강행태의 악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에 의한 노동자 건강의 악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전세계 연구자들이 그 관련성을 밝히고 있는 주제이다. 다만, 한국에서 고용불안에 의한 건강영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불안이 심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와 사회보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등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그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저임금,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장으로부터의 배제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어, 고용불안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쉬운 해고는 흔하고 잦은 실업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실업의 경험은 말 그대로 트라우마다. 실업을 당하면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의료 이용이 어려워지고, 건강행태의 악화, 자존감의 상실 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정신과 신체에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심지어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실업을 당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서 그 건강영향이 더 심각하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있어서, 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설사 실업상태에 놓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때 까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쉬운 해고의 도입은 고용불안이 더욱 확대되고, 실업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를 완충할만한 사회보장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은 끝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Kim IH, Muntaner C, Khang YH, Paek D, Cho SI. The relationship between nonstandard working and mental health in a representative sample of the South Korean population. Soc Sci Med. 2006 Aug;63(3):566-74.
Kim IH, Khang YH, Muntaner C, Chun H, Cho SI. Gender, precarious work, and chronic diseases in South Korea. Am J Ind Med. 2008 Oct;51(10):748-57
Jung Y, Oh J, Huh S, Kawachi I. The effects of employment conditions on smoking status and smoking intensity: the analysis of Korean labor & income panel 8(th)-10(th) wave. PLoS One. 2013;8(2):e57109. doi: 10.1371/journal. pone.0057109.
Bahk J, Han YJ, Kim SS. Health inequity among waged workers by employment status. J Prev Med Public Health. 2007 Sep;40(5):38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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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하재혁. 비정규직과 자살생각의 관련성: 제 1-4기 국민건강영양조사 토대.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 23; 89-97

<일터> 통권 143호 /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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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28 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30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32 비정규직 늘리는 힘, 노동자를 불건강하게 만드는 힘

34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36 내용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주간연속2교대 전환, 가학적 인사관리 다룬 2015 현장연구나눔마당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 인터뷰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감정노동 문제를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14 [현장의 목소리]

청년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주제전문 사서에게 드는 도서관 노동이야기

 

22 [연구소 리포트]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건겅검진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48 [문화읽기]

패션, 광고모델 비자로 배추를 절이는 이주노동자들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검진뿐인 건강검진은 소용없다

 

52 [일터 다시 보기]

더 늦기 전에 석면피해 구제해야!

 

54 [이러쿵저러쿵]

변화, 그리고 오버로딩



[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015.10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2차 연구


정하나 선전위원



2년에 걸쳐 진행한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연구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1차 조사(설문조사)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요인이 대체 판매현장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2014년에 진행한 <현대차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1차 연구>에 대해서는 일터 130호 연구소 리포트에서 소개한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1차 사업에서 얻은 설문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 혹은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정가판매 제도’와 ‘가학적 인사관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가로 차를 팔자는 ‘프라미스 투게더’, 뭐가 문제?

현대자동차의 판매정책인 ‘정가판매’ 제도는 2011년 ‘프라미스 투게더(Promise Together)’ 캠페인과 함께 도입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이 제도를 ‘올바른 판매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도판매’ 문제의식이 ‘정가판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판매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대신 ‘가격 규제’만 남은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의 마케팅정책 수립과 연동되는 판매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판매사원 개인이 차를 에누리 없이 정가로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 하는 것만 가지고는 ‘정도판매’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판매위원회 노동자가 정가판매제를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말대로 ‘정도’를 지키자고 정가판매를 따르자니 고객들이 떠나가고, 그렇다고 차를 팔자고 정가판매를 어기자니 회사에서 징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자본은 실적 외에도 판매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정가판매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정가판매 제도의 두 가지 약점과 이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정가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선언 외에 실제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한 다른 조처가 전혀 없는 앙상한 정책은,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회사가 정가판매 위반에 대한 징계권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징계권을 쥐고 있는 회사의 감시하에서, 정가로는 팔리지 않는 왜곡된 시장구조 속에서 판매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많이 팔 수도 없게 해놓고... ‘가학적 인사관리’만 일삼는 사측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은 현재 정가판매 제도를 실현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었다. 다양한 차량 판매 경로가 있는 상황에서 정가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팔 수 없는 제도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노동 자체가 역설과 모순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데다, 노동자와 대리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게 된 셈이라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즉, 정가판매의 약속을 못지키면 그것대로 징계 압박에 시달리고, 잘 지키면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일과 회사에 대한 회의는 바로 이에 기인한다.

회사는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이나 보완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직 노동자들의 정가판매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징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학적 인사관리의 형태이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조합원들 사이에는 압박과 불안감, 서로 간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 억압적인 근태 관리, 편가르기식 인사 관리나 미스터리 쇼퍼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한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현대차 자본의 인사관리 행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정가판매를 지켜서는 팔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또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미스터리 쇼퍼 등을 통해 시험하는 회사 측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재미를 잃었고 판매 조직의 미래 자체가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매 노동자들은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실적이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판매량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업 노동의 특징도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측의 압박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가판매 제도나 가학적 인사 관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배신감과 불신을 촉발하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1차 사업에서 직무 불안정, 관계 갈등, 조직 체계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을 아주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건강지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 가학적 인사관리

직무스트레스의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2014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우울 증상, 정신적 소진, 주관적 건강 수준은 그 차이가 컸다. 더 심각한 것은 가학적 인사 관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종 건강 지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행감시나 징계의 경험은 주관적 건강수준, 우울증상,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직장 내 폭력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었다. 정신적 소진은 여러 가학적 인사관리 가운데 ‘정가판매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의 증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는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이 모순적인 정가판매 정책으로 인하여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지쳐버릴 정도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감정노동이나 정신적 소진감, 직장 내 폭력을 직·간접 경험한 노동자들 역시 건강 지표가 모두 나빴다. 특히 직장 내 폭력 경험은 우울증상 위험을 큰 폭으로 높이고, 나아가 지난 1년간 자살 생각도 많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이러한 결과들은 심층면접을 분석한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정가판매로 인한 직무불안과 여기에 더 해져 실적관리를 표방한 가학적 인사 관리로 인한 동료 간의경쟁이 직장 내 폭력이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직무 불안정은 직장 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가학적 인사 관리와 같은 부적합한 경영방식 역시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연합 직업안전보건청(EU OSHA)의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와 경영자의 리더쉽 및 관리방식을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이 등 개인적 요인과 직장 내 폭력 사이 관계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데이터 심층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직장 내 폭력이나 우울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관계갈등 영역은 단순히 노동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적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은 조직적이지 못 하고 개별적이었다. 정가판매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정가판매를 지켜 실적이 낮은 데서 오는 고통, 정가판매 제도로 인한 보람 없음과 동료들 사이의 갈등을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가판매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해 정가판매 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을 때는 정가판매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그 기준의 엄격한 적용, 현제도의 일시적인 운영 중단 및 개선된 제도의 시범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정가판매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걸리지만 말라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 국내 시장 점유율이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진,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관리자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장 질서 확립 방안으로 시장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한 시장 질서에 대한 동의, 대리점 소장 판권 제한, 대리점 노동자의 연대 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대리점이 이미 국내 자동차 영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만큼 시장 질서 확립 과정에서 대리점 관련 주체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과거와 매우 달라졌고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개인의 판매 실적을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실적 중심 구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를 덜 방안으로 고객관리 중심으로 업무 재배치, 지역 할당제, 영업 영역 분리, 승진 제도 개선 등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정가판매 제도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고통만 강요하고 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가판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 간 교류와 공동체 경험의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 이번 연구를 통하여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노동자 들의 노동 조건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질서와 판매정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직영판매 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 인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가학적 인사관리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긴급보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일치된 목소리일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보다도 판매위원회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 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악화되는 관계 갈등, 직장 내 폭력 문제는 더욱 그렇다. 서로 고립된 개인으로, 혹은 무관심하거나 대립하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는 사측의 전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노동 인권이 존중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터도 모두 요원한 꿈일 뿐이다. 현장의 작은 문제라도 반드시 함께 토론하여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분회나 지회의 현장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직무나 성별,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분회나 지회 및 더 나아가 대리점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 사이의 상호 교류와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 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히 조직된 현장의 힘으로 신명나는 판매현장, 건강한 일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특집 2. 가학적 노무관리, 노동자를 죽인다 /2015.7

가학적 노무관리 노동자를 죽인다

 

 

선전위원회

 

 

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인 김석진씨는 지난 2009년 1월 경 미포조선 굴뚝 농성에 참여했다가 중공업 경비대의 테러를 당하고 크게 다쳐 1년 여간 치료받은 뒤 복직했다. 그러나 복직 후 회사는 김석진 씨가 회사를 망하게 한다며 악선전을 하고, 그와 인사하거나 대화하는 노동자들을 개별 면담 등으로 압박했다. 같은 부서원 명의로 '같이 일할 수 없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기도 했다. 젊은 직원을 감시, 미행자로 붙여 작업 중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따라다니게 하고,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따라붙게 했다. 매일 집 앞에서 승용차를 세워둔 채 감시하여 가족의 사생활까지도 감시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3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던 김 조합원은 증상 악화로 2011년 병가 휴직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고, 2012년 결국 산재 승인되었다. (관련 기사 : 현대미포 김석진씨 우울증 산재로 인정) 고 양우권 이지테크 지회장 사례와 너무 흡사해서 가슴을 치게 된다. 지난 몇 년 사이 가학적 노무관리는 더 흔해지고, 더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버티던 노동자들이 결국 죽어나가게 된 것이다.

 

괴롭힘이 심할수록 황폐화되는 마음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무너뜨린다. 김석진 씨 사례에서처럼 우울증 등 정신건강이 특히 문제가 된다. 2014년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제 퇴출 프로그램인 CFT 근무자들은 신체화 증상, 강박증, 대민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편집증, 정신증 등 모든 항목에서 일반 인구보다 건강 상태가 나빴다. CFT 근무자 내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하다고 응답할수록 신체화, 강박증, 대 민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편집증, 정신증이 유의하게 증가되었다.

2012년까지 발표된 직장 내 괴롭힘의 건강 영향과 관련된 연구를 모아 통합적으로 분석해보니 연구 시작 시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던 참가자 들이 나중에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건강 문제로 병가를 낼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6만2916명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관찰한 13개의 연구를 모아 분석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시작 시점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길 위험은 2.33배 (95% 신뢰구간 1.76~3.09)나 높았다. (Nielsen and Einarsen, <Work & Stress>, 2012, 26 (4) 참조)

 

직장 내 괴롭힘 중 가학적 노무관리만 분리해서 건강영향을 따로 살펴본 연구는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다른 직장 내 괴롭힘 과 마찬가지로 가학적 노무관리는 정서적 소진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가학적 노무관리를 심하게 느낄수록 이런 지표들이 더욱 나빠진다는 보고가 있다.

 

가학적 노무관리를 심하게 느낄수록 소진(burnout), 정서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이 심해졌다. 최근에는 가학적 노무관리와 우울증, 불안, 심리적 웰빙 지수, 삶의 만족도, 불면증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Martinko et al.,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J. Organiz. Behav. , 2013, 34, S120∙S137)

 

극심한 스트레스, 몸도 병든다

 

정신적인 학대인 '직장 내 괴롭힘'과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의 몸도 병들게 한다. 병원 직원을 2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 2번의 설문조사에서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한 번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우울증 발생할 위험이 4.2배(95% 신뢰구간 2.0~8.6)나 높았던 것은 물론이고,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2.3배(95% 신뢰구간 1.2~4.6)나 높았다. (Kivimaki et al., <Occup Environ Med> 2003, 60, 779-783쪽 참조) 

 

정신적 학대의 결과로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해 만성적인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직무스트레스가 이들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아침 기상 시 타액 내 코티졸 농도가 낮았다.(Hansen et al.,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2006, 60(1), 63-72쪽 참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은 정상적으로 아침에 가장 농도가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농도가 낮아지는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는데,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이 차이가 줄어들고 이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건강의 극단, 자살

 

이런 피해의 극단적인 형태가 자살이다. 가학적 노무관리 피해자들은 이런 학대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짙은 무력감을 느낀다. 정신적인 학대가 개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느끼는 이런 무력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공통된 특징 중 하나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발생하고, 강한 무력감을 느끼는 피해자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경쟁 체제에 기반한 가혹한 실적 관리에 압박을 받아 자살한 은행 지점장이나, 노동조합 만들었다는 이유로 인격을 모독당하다가 목숨을 던진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가학적 노무관리의 희생자다.

 

정신적 괴롭힘을 '경영' 수단으로 활용하는 폭력적인 노무관리의 피해자다. 어린이를 좁은 갱도에 몰아넣고 석탄을 채굴하던 18세기 자본주의가 신체적 착취의 극단이었다면, 노동자의 정신을 쥐어짜려는 시도는 지금도 극단을 향해 더 나아가고 있다.

 

행복하게 살 권리 쟁취하자

 

가학적 노무관리를 넘어 행복하게 일할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수반한 성과 경쟁,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동반한 노동자 관리는 개별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법적인 측면에서 가학적 노무관리를 처벌하는 입법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장 내 괴롭힘의 행태와 발생 원인이 다양할뿐더러, '괴롭힘' 이나 '가학적 노무관리' 를 정의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지순 등, <근로자에 대한 가학적 인사관리 등 관련 사례분석 및 입법례 연구>, 2014 참조)

 

그래서 먼저 근로기준법 상에서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취해져야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각각의 사건을 이슈화하고 개별 사건들에서 사업주가 사법적으로 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가학적 노무관리' 를 문제화하고, 최소한의 제어를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하다.

 

신체적, 정신적 훼손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은 '대안' 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2003년 청구성심병원 노동자 8명이 회사의 감시와 괴롭힘에 의한 집단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된 바 있지만, 가학적 노무관리에 의한 노동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부족하다.

 

물론 이런 끔찍한 광경이 현장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노동자의 조직된 힘뿐이다. 우리는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 공간 내에서 우리의 모든 인격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함께 주장하고, 노동자에 대한 학대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집 1. 이것은 '학대'다 /2015.7

이것은 '학대'다

- 사례로 본 가학적 노무관리

 

선전위원회

 

 

"책상에 앉혀두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높은 사람들이 나와는 얘기도 하지 말고 밖에서 밥도 같이 먹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직원들은 나와 눈 마주치기도 어려워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자살한 양우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이 생전에 나눈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고 양우권 분회장은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두 차례나 해고를 당했는데, 결국 3년에 걸친 길고 어려운 법정 투쟁을 통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2014년 2월 두 번째 징계 해고까지 '부당해고'라고 판결이 확정되었지만, 회사는 그를 원래 일하던 제철소 현장 대신 제철소 밖에 있는 행정사무실로 출근시켰다. 거기서 회사는 그를 책상에 앉혀둔 채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 홀로 남아서도 투쟁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다양한 방식의 학대로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었다.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다

  
이런 행태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폭력의 한 유형으로 심리적 괴롭힘, 감정적 학대, 집단적 따돌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앞뒤 꽉 막히고 폭력적인 '진상 상사'가 폭언과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대우를 하는 드라마 속 장면이 떠오르거나 친한 동료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다른 동료를 왕따 시키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칫 노동자들 사이,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한 정신적 괴롭힘이나 감정적 학대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통일된 정의가 사용되지는 않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보통 괴롭히는 사람과 피해자 사이에 불균등한 권력 관계가 있으며, 더불어 괴롭힘 행위가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또 피해자 스스로가 열등한 위치에 처해 있음을 알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는 것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공통적으로 뜻하는 것들이다.

 

'가학적 노무관리'란 이런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나 상급자가 인사 관리, 노무관리의 수단으로 채택한 경우다. 가학적 노무관리에 대한 연구는 사회학이나 경영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학적 노무관리'란 '상사가 관여된 적대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행위가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는 하급자의 인식'이다.

 

기본적으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인 상사-부하직원 혹은 경영 조직 자체-노동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정의할 때처럼 '피해자의 인식'이 '가학적 노무관리' 여부를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의 구체적인 양태로는 공적인 조롱, 무례한 언사나 태도, 사생활 침해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괴롭힘을 정책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가학적 노무관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학적 노무관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노동조합 활동 탄압 도구로 활용되어온 사례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 탄압'이나 노사 간의 격렬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달성하기 위해,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객 만족을 위한다는 다양한 핑계로 노동자 학대를 '경영 수단'으로 활용한다.

 

괴롭힘 양상 또한 과거와 달리 해고 대상자에 대한 구조조정형, 정규직·비정규직·파견직 등 고용형태의 차이에서 생기는 노무 관리형,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따른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채용부터 근로관계 종료까지의 전체 인사·노무관리 과정에서 '학대'와 '괴롭힘'을 자본과 경영의 목적에 따라 지속적이고 공공연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인식을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르고자 한다.

 

앞으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가학적 노무관리의 유형을 분류해보고, 이런 폭력이 얼마나 우리 노동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1) 노동조합 탄압의 도구

 

EG테크 양우권 열사 사례는 각종 학대와 괴롭힘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한 전형적인 예이다. 과소 업무량을 주거나, 조직적으로 왕따 시키기, 반대로 도저히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전술이 사용되지만, 결국 조합 활동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조합원이 사직하도록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이런 괴롭힘을 도구로 활용한 역사는 매우 길다.

 

2003년 청구성심병원 노동자 8명이 집단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노동 조합원에 대한 폭언, 폭행과 괴롭힘이 집단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직접적인 폭력 사태도 심각했지만, 정신적인 괴롭힘도 무시무시했다. 조합원들에게만 업무를 과도하게 분배하거나, 부서 내 회식에서 배제하고 비조합원 직원들이 말도 걸지 못 하게 했다. CCTV를 설치해서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 근무처에서 관리자가 커튼 뒤에 숨어서 감시하는 일까지 있었다.

 

몇 년 전 이마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노동자 개인을 감시하고, '문제인력'을 파악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하고, 문제인력으로 찍히면 분산된 사업장에 배치하도록 했던 것도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괴롭힘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 괴로우면 나가라, 퇴출 프로그램

 

D증권에서는 저성과자들의 실적 향상을 돕는다는 미명 하에 전략적 성과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8개월간 3단계에 걸쳐 저성과자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실제 성과를 높이는 것보다, 퇴직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을 우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적 향상을 도와준다면서, 실효성 없는 업무를 시키거나 실제 영업과 관련 없는 우편물 분류나 회사 도서관 사서 등의 업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경력 20년이 넘는 영업직 노동자가 갑자기 우편물을 분류하거나, 회사 식당 옆 도서관 사서 역할을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대상자 18명이 모두 사직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KT 사례다. 2014년 11월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는 KT에서 CFT(Cross Function Team)에 근무하는 221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CFT는 명예퇴직 신청 거부자들을 모아 만든 팀으로 사실상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명예퇴직 요구를 불응하면서 기존 업무에서의 배제, 계속적인 면담 요구, 조직구성원들로부터의 집단 따돌림 등의 비인격적 조치가 행해졌다고 응답했다. 원거리 발령, 업무 전환배치 등도 대표적인 괴롭힘 수단이다. 이런 가혹한 수단을 활용해가며 KT는 한국 기업 구조조정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다.

 

 

 

▲  2014년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 

 

3) 학대와 괴롭힘으로 실적 압박

 

2014년 겨울, 한 통신사업체 고객센터 상담원이 자살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업체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상품 판매를 요구하고, 회사 스스로 정해놓은 규정마저도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시하도록 조장했다고 고발했다.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전화, IPTV, 홈CCTV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합니다. 목표건수 역시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 내용입니다…. (중략) 가입실은 휴대폰이나 070전화(핫라인)을 통해 녹취를 남기지 않고 가입을 시켜도 쉬쉬할 뿐 제재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가입시키고 보자는 거니까요." 당시 희망연대노조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내용에 따르면 일부 콜센터에서는 회사가 정해준 영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퇴근 시간 이후, 자신의 '콜'을 수십 번씩 되풀이해서 들어야 하는 자아비판 시간도 가져야 했다고 한다.

 

이윤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사례에서처럼 실적을 높이게 하기 위해 퇴근을 막고, '자아비판'의 형태로 정신적인 '고문'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가학적 노무관리에 해당한다.

 

가학성, 노동의 일반적인 특성이 돼 버렸나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감정 노동의 경우, 노동자 권리 보장은 약화되고 '고객 중심' 분위기가 강화 되면서 일 자체로 노동자가 괴로워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가학성이 노동의 일반적인 특성이 돼 버린 것이다.

 

판매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미스터리 쇼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감정노동에 대한 통제방식으로 암행감찰을 채택한 것인데, 이 감찰 결과가 평가로 연결되어 고과 반영 혹은 재교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암행감찰은 그 자체로 노동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억압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한다. 

 

또, 이런 암행 감찰은 노동자 사이의 유대감과 신뢰를 깨뜨려, 또 다른 직무스트레스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회사의 노동자 미행·감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한 대기업 영업 노동자는 노동자들 사이에 '미행 감시 제보자는 결국은 우리 주변에 있는 같은 동료'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미행 감시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 불신이 생기고, 관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직 보신을 위해 상급자가 학대 조장

 

르노·삼성 자동차에서는 직원 A씨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 당했던 것을 신고했다. 회사는 피해자인 A씨에게도 사직을 종용했고, 이에 A씨는 가해자와 인사팀 관련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임원은 A씨에 대한 조직적인 따돌림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A씨를 적극 돕던 직원 B씨까지 근태불량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렸다. 조직에 누를 끼치지 말고 가만히 입 다물고 있거나 그게 싫으면 나가라는 것이다.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조직 보신을 위한 가학적 노무관리가 결합한 셈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2월 1심 재판부는 가해자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으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 회사 측 인사 담당자와 사업주에 대한 부분은 기각하였다.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조직적 따돌림을 조장한 임원의 행위가 "관리, 책임자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원칙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가학적이고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판결이다.

 

다양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이미 우리 노동 현장에 널리 퍼져있다. 우리가 인내하고 넘어가던 학대 장면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한 치떨리고 간악한 자본의 노무관리를 공론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옆에 있는 동료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피폐한 사회에서 자본이 원하는 대로 허우적대며 연명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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