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2014.08.22,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762&page=1&category2=203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3)

 

엄정흠(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두원 정공 교대제 전환의 의의

 

1974년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주력 생산하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의 80% 가량을 두원정공으로부터 공급받으며, 나머지 20% 정도만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는 현재 사양부품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차종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및 북미 제외 지역과 전자식 연료분사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열대 및 극지방에 수출하는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이 부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일부 중장비 차량 생산과 이미 판매한 차량의 AS를 위해서도 이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두원정공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수요로 인해 업체의 전망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 두원정공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면접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역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량이 넘쳐나 하루 3~4시간의 잔업과 철야작업도 빈번히 했으나, 이후로는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겨난 문제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원정공에 먼저 찾아온 위기는 환경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199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두원정공은 경제위기를 맞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매출액과 이익은 1999년에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기회로 두원정공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양보교섭안을 모두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절반에 가까운 동료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작업장에서, 남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원정공의 이른바 민주집행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되었다. 민주노총 가입을 내걸고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두원정공 노동조합 집행부와 이후 민주집행부는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2002)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2003), 보쉬(Bosch)로의 매각 저지(2005)1) 및 신규 물량 확보 투쟁(2006) 등을 전개하며 무너지고 쪼개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지난 구조조정의 트라우마 속에서 물량을 사이에 두고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변모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노동조합의 헌신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현장은 차츰 복원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투쟁들의 승리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와 신뢰는 견고해졌다. 물론 두원정공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므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고용조정을 해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담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고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에 맞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하는 두원정공의 예고된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07년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토대 마련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201010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동시 도입을 성공시켰다. 아래 표는 노사합의 내용이다.


*2010년 제도개선 합의서 내용


1. 회사는 2010921(10월 급여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월급제를 실시한다.

 

1) 월급제는 시간외 수당 30시간을 적용 지급한다.

전 조합원에 적용한다. (관리직 조합원 포함)

교대근무자(2)는 교대근무수당으로 심야근로 3시간 30분의 50%를 지급한다.*

2) 근무형태는 8+8을 직도입한다.

3) 근태(지각, 조퇴 등) 관련 사항은 현행대로 한다.

4) 노사는 인원 이동 관련 성실한 협의를 통해 원활한 생산이 되도록 노력한다.

5) 특별부서(열처리, 보일러, 변전실)는 해당부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6) 월급제 시행 전후 중대한 문제 발생시 노사 협의하여 방안을 강구한다.

7) 기타 기본급, 통상임금 산정 및 근무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첨부1**을 따른다.

 

2. 월급제에 적합한 단일 호봉제를 201110월부터 실시한다.

 

1) 월급제 실시에 맞추어서 2010101일부터 단일호봉제 완성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팀을 구성 운영한다.

 

* 이전에는 오후 10시부터 420분까지 야간근무였는데, 12시부터 1250분까지의 식사시간은 무급이었으므로1250분부터 420분까지의 3시간 30분 중 50%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한 것.

** 첨부1은 임금계산공식 및 근무표 등.

 

자료출처: 노조 자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시스템은 여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마찬가지로 ‘10+10 교대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여져,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하게 나타났다. 아래 표는 OECD 최장시간 노동을 기록하는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두원정공 노동시간 추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이 사라지고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의 근무시간표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도입 논의 초기에 조합원들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동안 적응해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한편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두원정공 사측은 잔업 및 특근을 노사 합의 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인 920일까지 최대한 운영하다 21일부로 전면 중단해 실제로 임금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노조에 대한 불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물량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 및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갔다. 동시에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줌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은 아래 제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 3년째로, 제도가 많이 안정화되어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시간 및 임금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대체로 많이 가라앉았으며, 오히려 현장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삶이 더 만족스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를 통해 큰 타협과 양보 없이 원칙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계기로 노동운동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정작 그 원칙으로 상정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이른바 3무원칙에 철저히 입각하여 교대제 변경을 이뤄낸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3무원칙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이 사실상 새로운 근무형태 설계의 핵심 쟁점이며, 따라서 그만큼 노사간의 치열한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기자회견문] 삼성반도체 백혈병 항소심 산재인정 판결에 따른 삼성과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14-08-25 기자회견 자료]

 

삼성반도체 백혈병 항소심 산재인정 판결에 따른

삼성과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삼성과 정부는 법원의 산재인정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 책임을 다하라.

 

일시: 2014825() 오전11

장소 : 서초동 삼성본관 앞 (강남역 8번출구 삼성 딜라이트 건물 앞)

 


기자회견 순서

 

사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손진우

 

1. 삼성규탄 발언 .........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대표 권영국 변호사

2. 유족 발언 ............ 황상기(고 황유미 씨의 부친)

3. 쟁점 설명(삼성반도체 산재소송에서 영업비밀의 문제) ......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4. 연대 발언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 조돈문 교수

5. 기자회견문 낭독

 

공동주최 : 공정사회파괴 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공운수노동조합,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중심사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기자회견문]

 

삼성반도체 백혈병은 산업재해이다.

삼성전자와 대한민국 정부는

법원의 산재인정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 책임을 다하라.

 

20116,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고 이숙영씨에 대하여 벤젠 등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발생한 산업재해라고 인정했다. 201310, 서울행정법원은 또 다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인 고 김경미씨에 대하여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에 대한 연이은 산재인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삼성 또한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에 마저 보조참가를 하여 노동자들의 산재인정을 적극적으로 방해해왔다.

2014821, 마침내 서울고등법원은 3년 간의 긴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고 황유미, 고 이숙영의 백혈병 사망이 벤젠, 전리방사선 등 노출에 의한 산업재해라고 다시 한번 판결하였다.

 

다만, 함께 소송을 제기한 백혈병 피해자 고 황민웅, 김은경, 송창호씨에 대하여는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노출의 정도가 상당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재해당사자가 산재임을 증명해야하는 부당한 법제도하에서 정부의 부실한 재해조사와 업무환경에 대한 삼성의 자료 은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백혈병도 마땅히 산업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난 7년간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장의 작업환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노동자들의 백혈병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질병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에 우리는 다시금 진지하게 삼성과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여전히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여전히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 이라고 생각하는가?

근로복지공단은 또다시 상소할 것인가?

노동부는 여전히 아무런 대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가?

 

삼성과 정부는 반도체LCD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에 대하여 이제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삼성은 반올림과의 교섭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용 없는 사과, 형식적인 재발방지대책, 피해자들을 가르는 협소한 보상대책으로는 결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 뇌종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만 70여명이다. 드러난 발병자만 따져도 164명이다.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병드는 동안 삼성과 정부는 언제가지 책임 회피만 할 것인가? 삼성과 정부는 이제라도 그 책임을 다하라. 삼성은 산업재해 인정하고 사과하라.

 

2014. 8. 25.


공정사회파괴 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공운수노동조합,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중심사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별첨 1.-삼성반도체 산재소송에서 영업비밀의 문제

 

삼성전자 노동자의 산재소송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이 문제된 사례

 

들어가며

 

노동자의 질병이 직업병으로 인정되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와 동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라 업무수행 중 유해위험요인의 취급 또는 노출이 있어야 하고 유해위험 요인의 취급 또는 노출의 정도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그러한 유해위험 요인의 취급 또는 노출이 질병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중 , 를 모아 업무환경의 유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의 잠복기나 환자 스스로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자각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직업병 여부를 따지는 시점과 실제 근무했던 시기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시간 간격이 있기 마련입니다. 즉 유해성을 따져 보아야 하는 업무환경이란 대게의 경우 수년 전의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반도체와 같은 첨단전자 산업의 경우 수년 전의 업무환경이 어떠했는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인정소송에서도 현실적으로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이 산재불승인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수백여종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다양한 세부공정들을 거치는 등 공정 자체가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생산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져 공정 자체가 자주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는 사측에 일방적으로 편재(偏在)되어 있는데, 사측이 관련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폐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실제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소송에서 원고 측의 자료요청에 대하여 사측이 당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거나 영업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가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업무환경의 유해성은 입증되지 못한게 되고,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에 따라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질병은 직업병이 아닌 것으로 됩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세 명의 삼성반도체 노동자(고 황민웅, 김은경, 송창호)에 대하여 끝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과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하에서는 이제까지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소송에서 사측의 영업비밀 주장이 문제되었던 사례들을 나열하겠습니다.

 

산보연 역학조사 보고서 은폐

 

고 황유미이숙영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처분이 있은 후, 유족들은 소송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불승인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공개를 요청하였음.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보연의 역학조사 보고서내용 중 두 사람이 근무했던 “3라인 취급 화학물질부분 전부를 사측의 영업비밀 주장에 따라 은폐.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 은폐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096월부터 약 3개월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장 위험성 평가 컨설팅을 실시하였음.

이는 산업안전보건 공단이 2008년에 실시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에 따른 것. 즉 반도체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림프조혈계 암 발병률 등을 조사한 결과 중장기적인 심층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심층연구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그 사이 발생할지 모를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개선계획을 수립추진토록 한 것.

 

20106, 고 황유미 등 5인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 측은 위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보고서 전부의 등사를 요청하였으나, 사측의 영업비밀 주장 등으로 인해 일부만을 확보할 수 있었음. 아직까지도 위 보고서는 전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음.

 

가스 및 유기화합물 누출 기록 은폐

 

삼성반도체 공장에는 독성 가스의 누출 여부를 감시하는 검지기가 설치되어 있음. 자체적으로 설정한 일정 기준 이상의 농도가 검출되면 경보가 울리는데 누출 농도, 누출 시간, 누출 원인등이 전산으로 기록됨. 따라서 그 내역을 알수 있다면 재해노동자가 업무 수행 중 겪은 비상시적인 위험상황에 대하여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음.

또한 삼성은 2007년부터 유기화합물에 대한 감지시스템도 별도로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음.

 

삼성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산재소송에서 원고 측은 여러차례 가스 및 유기화합물 감지시스템의 작동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음.

그러나 삼성은 재해노동자들이 근무할 당시의 기록은 1년이 지난 기록은 모두 폐기한다는 이유로, 최근의 기록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였음.

 

재해노동자가 취급한 화학물질의 성분 은폐

 

현재 산재소송이 계속 중인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중 상당 수가 업무 중 취급한 화학물질의 성분이 확인되지 않고 있음. 삼성 혹은 삼성에 해당 물질을 납품한 업체에서 영업비밀을 이유로 일부 성분을 밝히지 않기 때문. 혹은 삼성이 재해노동자들이 근무할 당시에 취급했던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는 남아있지 않다(폐기했다”)고 주장하기 때문.

 

일례로 난소암으로 사망한 고 이은주 님(1993. 4. 경부터 1999. 6. 경까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에 대한 산재소송의 경우, 유족 측은 고인이 업무 중 직접 취급하였거나 노출가능하였던 화학물질들 중 난소암과 관련성이 의심되는 물질 세가지를 지목하여 관련 자료를 요청하였는데, 삼성은 당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함. 그러면서 당시와 가장 가까운 시기(퇴사 후 약 7년 경과)에 사용하였던 물질에 대한 자료(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 중에도 상당부분이 영업비밀로 감추어져 있음.

이에 원고측은 다시 삼성과 해당 물질을 납품한 업체에 영업비밀로 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삼성과 해당 업체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제공할 수 없다고 함.

 

종합진단 보고서 은폐

 

20131,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5명의 사상자가 나온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여 2,000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를 적발해 냄. 이에 고용노동부는 총체적인 안전보건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며 삼성반도체 전 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함.

그에 따라 2013년에 삼성반도체 기흥화성온양과 삼성LCD 아산 사업장에 대한 종합진단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회사와 일부 기관에 배포됨.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소송에서 원고측은 위 종합진단 보고서를 보관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했으나,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모두 삼성 측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보고서 제출을 거부.

별첨 2. - 반올림삼성의 교섭 관련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이슈페이퍼]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피해자 모두에 합당한 보상 전제돼야

 

지난 514, 삼성전자의 권오현 대표가 공개적으로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 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그 후로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6차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교섭 의제는 사과, 재발방지대책, 보상 세 가지다.

 

사회적으로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지만 사실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반올림과 삼성의 교섭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사과는 이미 다 했다 하고 재발방지책은 종합진단을 받는 거 외에는 더 할게 없다 하고, 보상은 교섭에 참여한 피해가족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먼저 한 후에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얘기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반올림은 지난 12월에 공식 전달한 요구안에 따른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로서 삼성 측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지부진한 교섭의 핵심 논점이 되고 있는 내용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사과의 문제.

 

과거에 저질렀던 구체적인 잘못들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그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게 사과다. 반올림도 삼성에게 그러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세 가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첫째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둘째 산재신청과 승인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점, 셋째 지난 7년간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 온 피해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하여 고소고발로 대응한 점.

 

이에 대해 삼성은 이미 경영진을 포함해 여러차례 사과가 이루어 졌다.”며 반올림이 요구하는 대로의 사과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규범적인 부분이라는 등으로 거부하고 있다.

 

사실 사과 요구안의 정당성은 특별한 논리가 필요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실제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들을 증명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자료들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안전관리 책임 소홀과 관련하여 피해노동자들의 일치된 증언들이 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종종 안전장치를 해제한 채 일을 해야 했고,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성분과 유해성에 대한 교육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가스누출이 일어나도 제대로 대피시키지 않았다고들 했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 스스로도 인정하듯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은 직업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난 후 대대적으로 강화됐다.

 

그럼에도 5명의 사상자를 낸 두 차례의 불산누출 사고, 단일 사업장 중 최대라 하는 2000여 건의 산안법 위반사례 적발,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을 드러낸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종합진단 결과 등, 그 공장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러 상황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연이어 터져 나왔다. 최근의 상황이 이렇다면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이 근무했던 10여 년 전의 과거에는 안전보건관리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겠는가.

 

산재신청과 승인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는 점 역시 피해가족들이 직접 경험한 여러 사례들이 있다. 삼성은 그간 당장의 병원비가 급한 일부 피해가족들에게 산재신청 철회나 포기를 조건으로 치료비 지급을 약속해왔다. 그러한 회유를 이겨낸 피해가족들이 산재신청을 하면 업무환경에 대한 정보들이 종종 은폐됐다. 최근까지도 산재소송에서 업무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들을 요청하면 시간이 지나 모두 폐기했다”,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미 여러 차례 사과 표시를 했다며 사과 요구안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없는 사과만으로는삼성전자 산업재해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둘째, 재발방지 대책의 문제.

 

반올림은 더 이상 죽고 병드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요구 내용은 크게 네 가지이다. 화학물질의 취급현황 등 노동자의 건강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에 의하여 안전보건관리 전반에 대한 진단을 받을 것,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해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외부 감독을 받을 것, 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기구를 통해 종합진단을 추진하자고 할 뿐, 다른 요구안의 수용은 거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보 공개에 관하여는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화학물질 정보의 제공은 법률로서 보장된 내용이며, 현장에 비치된 물질정보자료, 산재신청절차 등을 통해 이미 많은 부분이 공개돼 있다고 하고,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외부 감독에 대해서는 산안법 등 관계법령상의 관리 감독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합 진단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통제된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진단이 이루어질 뿐이어서 비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안전문제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동안 반도체 생산과정 전반에 대해 과도한 영업비밀 주장을 이어온 삼성이 진단 기관의 자료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협조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최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종합진단에서도 삼성의 비협조 문제가 여러차례 지적됐다.

 

또한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공장은 이미 2009년 서울대 산학협 조사,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2013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등 적어도 세 차례 이상의 종합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들이 있다. 가령 유해화학물질 취급현황 등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이 제대로 공개되거나 교육되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바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따라서 종합진단은 재발방지를 위해 요구되는 조치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지금도 생산현장에서 또다른 산업재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물질 관련 정보 공개, 상시적 외부 감독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의 조치들이 절실하다.

 

셋째, 보상의 문제.

 

반올림은 사실상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신원과 근무이력, 질병 관계 등이 분명하게 드러난 산재신청자들에 대하여는 교섭을 통해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외의 피해자에 대하여는 삼성이 운영 중인 퇴직자 암 지원제도의 확대 개선을 통해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우선 교섭에 참여하는 “8명의 피해가족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통해 기준점을 마련한 뒤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적용방법을 검토하자고 한다.

 

이러한 삼성의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첫째, 교섭 참여 여부와 보상 대상의 판단을 어떤식으로든 결부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이다. 교섭단 내 피해가족들은 모든 피해자들을 대표해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투병 중인 피해자들, 생계 기타 사정으로 교섭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이 많다. 그러한 사정을 모를리 없는 삼성이 8명 우선 보상 논의를 강조하는 것에는 반올림 교섭단 내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둘째, 8명의 피해가족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통해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점을 마련한다면 결국 그 범위는 매우 협소해질 것이다. 반올림이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질병, 근무기간, 업무내용들은 훨씬 다양하다. 피해자 중 일부라도 보상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채, 보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로 들어갈 수는 없다.

 

셋째, 삼성이 이제 와서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삼성이 말하는 보상 기준이란 결국 피해자가 걸린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따져 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평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피해노동자들의 과거 근무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던가. 산재신청 절차와 소송에서 피해노동자들의 산재인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산재소송에서 재해노동자가 근무할 당시의 가스누출 기록을 요청하면 삼성은 “1년이 지난 자료를 모두 폐기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재해노동자가 취급했던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도 과거 자료는 없다고 답하기 일쑤였다. 결국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고, 바로 그러한 사정들이 각종 중증질환에 시달리는 반도체노동자들이 산재인정을 통한 치료비 보장 조차 받지 못하게 된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삼성이 이제 와서 업무관련성을 다시 따져 보자고 하는 것은 결국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아닌 것이다.

 

넷째, 8명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논의를 마무리한 후에 다른 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을 마련한다면 그 과정에서 더 오랜 시간이 흘러버리게 된다. 삼성은 다른 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을 정함에 있어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보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하는데,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침을 정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받는데 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반올림은 모든 피해자에 대한 합당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오랜 시간 고통을 겪어온 피해자들을 더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질병의 종류에 따른 선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게 되면 결국 치료법 조차 개발되지 않은 희귀질환 피해자들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삼성반도체LCD 노동자들 중에는 유독 다발성경화증, 웨게너육아종과 같은 희귀질환 피해자들이 많다. 희귀질환은 유병율이 낮아 질병의 발병원인기전에 대한 연구자료가 매우 적다. 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다시금 보상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희귀질환 피해자들은 23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따라서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면 현재 드러난 피해자 전부를 아우룰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올림의 요구는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삼성은 가급적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반올림의 요구를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그에 합당한 보상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진정성을 기대하며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의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 한다는 발언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면 지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 모든 피해자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 모두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528일 교섭이 재개된 후 네 차례에 걸쳐 교섭이 더 진행됐지만 삼성전자는 사과, 재발방지책, 보상에 있어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할 뿐 유의미한 입장의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의 사과와 산업재해 문제 해결 약속, 그리고 뒤이은 교섭 재개는 진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산업재해 사망 피해 보도와 <또하나의 약속><탐욕의 제국>의 연이은 개봉으로 확산되는 비판여론과 사회적 분노를 모면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전자 생산현장에서는 백혈병 등 산업재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누군가의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삼성전자가 진정으로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삼성인권지킴이 상임위원장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삼성인권지킴이 운영위원)

[기자회견문] 이주노동자 퇴직금 착취를 중단하라 - 경기이주공대위

이주노동자 퇴직금 착취를 중단하라!



 지난해 12월 30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이 법안은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체류를 방지하겠다는 미명하에 기존에 “퇴사 후 14일 이내”에 받았던 퇴직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로 수정한 것이다. 일명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라 불리는 이 제도는 앞으로 이주노동자가 필수적으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금을 보험의 형식처럼 적립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발상이 퇴사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받는다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더 나아가 노동자의 노동권과도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퇴직금은 애초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며, 따라서 정부가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정부의 역할은 퇴직금을 사보험에 위탁하고자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퇴사 후 14일 이내에 사업주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발생 원인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해석, 강제적 권한을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잘못된 방식의 고집이 지금 시행하는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와 같이 노동권을 왜곡하고 침해하는 기괴한 결과물을 낳는 것이다.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이 법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발생원인은 사실 고용허가제도의 여러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 10년 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산되는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의 발생과 이동은 우연이 아닌 전 지구적 자본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을 선택한 노동자 개인을 추궁하고 감시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로 이러한 악질적인 고용허가제가 폐지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야만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들과 차별 없이 노동을 하는 올바른 기반 위에서, 더 이상 ‘외국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노동자들의 보편적 노동권에 대한 왜곡 없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를 즉각 철회하라!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을 동일하게 적용하라!

고용허가제 10년 규탄,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이주노동자 노동3권을 보장하라!



2014.8.13

경기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다산인권센터, 노동자 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안뉴스] 인천 남동공단서 화학물질 유출…22명 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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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서 화학물질 유출…22명 부상


배상희 기자


"22일 오전 8시 17분께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의 한 도금 공장에서 위험 화학물질인 염소산나트륨 10∼20ℓ가 유출됐다. 사고로 주변 공장 근로자 등 22명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폐기물업체에서 나와 오전 10시 10분께 유출된 염소산나트륨을 모두 수거해 더 이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탱크에 보관된 염소산나트륨 일부가 작업 공정 도중 유출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노안뉴스] 2심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일부는 산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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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52257.html


2심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일부는 산재”


김민경 이정애 기자 salmat@hani.co.kr 


"법원이 거듭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부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업재해(산재)로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과 관련이 있는 벤젠 등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가 작업장 환경과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연거푸 이와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의 교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입장]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 반올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인정 항소심 판결

근로복지공단은 1심에 이어 2심에서의 산재인정 판결을 즉각 수용하라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하라


2014. 8. 21.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오늘(2014. 8. 21.) 서울고등법원(2심법원)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 고 이숙영 님에 대하여 1심에 이어 또다시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하는 판결(2011누23995)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2011년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고 황유미, 고 이숙영 님에 대하여 산업재해 라는 판결(2010구합1149)을 내린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또 한번의 법정 공방 끝에 내려진 판결이다.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고 황유미 님과 같은 일을 하였던 또 다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김경미님(2013년 10월 1심에서 산업재해 인정판결(2013구합51244))의 항소심 판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삼성반도체 공장에서만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중증 림프조혈계질환 피해자가 70여명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번 판결로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산업재해 인정이 길이 열리길 바란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20대의 건강한 노동자들이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들을 취급하며 주야간 교대근무와 생산량 경쟁 등 격무에 시달렸다. 특히 이들의 작업환경에서 벤젠, 전리방사선 등 백혈병을 비롯한 여러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것이 이번 산재인정 판결의 주요한 근거이다. 따라서 이 분들의 백혈병이 직업병 즉 업무상 재해라는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이다.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험난하였다. 노동자(유족)측이 산업재해 입증의 책임을 지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 산재임을 증명할 방법은 많지 않았다. 과거와 달라진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및 부실한 역학조사로 인한 증명의 어려움, 삼성전자 측의 정보 은폐와 사실왜곡에 더하여 근로복지공단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삼성 전자측의 방대한 반박 주장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산재인정 한번 받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증명책임까지 노동자에게 부과되어서는 ‘아프고 병든 노동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산재보험 제도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따라서 이번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노동자에게 산재임을 입증하라는 현행 법제도는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이번 판결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애초에 재해노동자들의 업무환경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였더라면, 업무관련성 판단을 내릴 때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과 사측의 정보 은폐 상황 등을 감안하여 산재보상보험제도의 취지에 입각한 적극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유족들의 고통을 이미 오래전에 덜 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오늘 판결에 다시 상고함으로써 유족들의 고통이 더 길어지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님이 2007년 6월 홀로 근로복지공단을 찾아 산재신청을 한 지 벌써 7년 3개월여가 흘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목적에 따라 ‘신속한 보상’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반하여 원심의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는 바람에 또다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한다면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기업주를 위한 기관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유족들의 이러한 오랜 고통에 대하여는 삼성의 책임이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을 유해 위험한 업무환경에 내몰았을 뿐 아니라 산재 승인을 적극적으로 방해해 왔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늘 판결에서 승소한 당사자들 뿐 아니라 모든 피해자에 대하여 합당한 사과와 보상을 하여야 한다.

 

억울하게도 함께 재판을 받아온 고 황민웅(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노동자, 설비유지보수 엔지니어. 유족 정애정)님과 김은경(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백혈병 투병노동자), 송창호(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악성림프종 투병노동자)님에 대해는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수백 여종의 유해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입증 곤란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경위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 질병 인정 소송에서 입증의 정도를 크게 완화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유해요인의 존재와 노출량을 모두 간접 증거로 추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들이 있었다. 오늘 산재불승인 판단을 받은 세 명의 노동자에 대하여도 같은 취지에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었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는 현행 법제도는 당장 개선되어야 한다.

 

반올림은 오늘 판결에서 패소한 세 명의 노동자들도 직업병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4. 8. 21.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노안뉴스] 속초의료원 무리한 전환배치로 의료사고 일으켜 (매일노동뉴스)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024


"속초의료원 무리한 전환배치로 의료사고 일으켜"

노동·시민단체 "환자 2명에게 처방과 다른 주사 투여" … 속초의료원 파행 운영 비판 잇따라

양우람  |  against@labortoday.co.kr


"속초의료원이 노동자들의 파업에 맞서 직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전환배치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원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와 민생·사회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지역 연석회의’는 19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속초의료원은 노조탄압을 위한 비정상적 운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보도]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2014.08.18,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94&page=1&category2=203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2)

김보성(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주간연속2교대제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IMF 이후 작업장 정치의 변화, 즉 자본과 노동의 행동 목표와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준수해야하는 규칙이 바뀌었고, 동시에 사고방식은 특정한 합리성에 기반하게 되었다. 


새로운 규칙의 등장 


새로운 규칙의 핵심은 “고용은 유연하다 그리고 고용은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고용인원은 생산물량에 연동된다.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고, 고용 문제에 대해 절대적/상시적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고용을 위해서는 다른 어떠한 것도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시간과 몸에 대한 양보를 통해 최대한의 생산물량을 확보하거나, 또는 자신보다 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비정규직)를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인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최대한의 ‘주체성’ 발휘를 통해 규칙에 잘 적응하여 새로운 게임의 승자가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규칙에 적응하면 할수록, 지금 얻고 있는 성과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종적인 고용안정을 이룰 수는 없다. 그저 불안과 양보의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반복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작업장 정치의 특성 


첫째, 기업은 임금의 유연화·노동시간의 유연화·고용의 유연화를 모두 확보한다. 이제 임금·노동시간·고용은 모두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잔업과 특근을 ‘강요된 초과노동’이 아니라 ‘성취와 보상’으로 변화시킨다. 즉 장시간 노동은 거부하고 투쟁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동의와 욕구의 대상이 된다.


셋째, 위계적 갈등을 수평적 갈등으로 전환시킨다. 이제 물량을 분배하는 회사는 심판이 되고, 물량을 빼앗아가는 동료 노동자들이 적이 된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된다면, 한정된 수의 일자리(물량)를 둘러싸고 경쟁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낳지 않는다. 


넷째, 기업의 발전이 곧 고용안정의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다섯째,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달성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고용과 임금과 노동시간이 유연하다는 규칙을 따르는 한, 즉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생산’이라는 기업의 이해를 충족시키주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다. 언뜻 보기에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기본 규칙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이 점이 새롭게 형성된 작업장 정치를 지속시키는 핵심이다. 이처럼 자본과 노동 모두의 이해가 충족된다는 점을 두고, “노사간의 담합”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의 조정을 양측이 동등한 입장에서 타협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의 이윤과 경영이 전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의 의사 결정에 있어 모든 형태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노동의 대항권력은 오히려 그러한 유연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작업장 정치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며, 장기적인 목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재 획득하고 있는 성과조차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즉 권력의 비대칭 상황은 계속해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순간은 만족스럽기에, 거부한다면 현재마저 보장받지 못하기에, 벗어나려는 용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여섯째,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합리적’인 대안 제시, 즉 기존 질서의 유지를 전제로 그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게 된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가능성


현재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도권은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 그동안 노동운동 진영에서 임금과 고용에 비해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대제 전환이었다.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제도 하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


주간연속2교대제는 심야 노동을 더 이상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공장이 24시간 계속해서 가동되었다면, 일정시간동안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게 된다. 따라서 하루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말만 ‘잔업’일 뿐 사실상 의무적인 노동시간이 매일 추가되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연장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은 한국의 현실에서 특히 더 중요성을 가진다. 일터에서 기업의 권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연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곧 필연적으로/일상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잔업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시간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는 잔업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한다. 


또한 교대제 변화는 작업장 전반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노무 관리의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개별적 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는 집단적 의제는 기업의 통제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확산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하면 동기화되어 있는 부품 사업장으로의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기업의 교대제 전환을 연기하거나 혹은 전환하더라도 기존의 생산물량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전환하게 되면 관련 기업들이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영향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들이 기존의 작업장 정치의 규칙들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기준과 노동자들의 기대 수준을 높인다면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주 40시간제 도입이 노동시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주간연속2교대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의 통제권과 관련되어 있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현실에서는 노동시간의 통제권이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는다.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요구를 위해 격렬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통제권은 기업의 권력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적 범위를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통제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집합적 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은 시간의 개별화·유연화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화·고정화를 통해 노동시간단축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 


월급제 도입 : 기본급 비중 상승


교대제 전환은 임금 체계의 변화를 동반한다. 낮은 시급과 높은 변동급 비중이라는 현재의 임금 체계는 주간연속2교대제에서는 유지될 수가 없다. 잔업·특근의 할증률에 기대어 임금 수준을 유지하던 예전 상황과 달리,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는 그러한 변동급이 기본급에 포함된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고 기본급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교대제 전환을 통해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과 동시에,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해진다. 노동시간의 정상화와 더불어 임금구조의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 법칙은 아니다.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은 했지만 임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임금의 대폭적인 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강도 강화가 없다면 임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생산물량이 줄어든다면, 임금 하락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물량과 임금을 절대적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임금이 대폭 하락한다면 노동자들이 교대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서로 동기부여를 하는 상관관계라는 점이다. 이 둘 모두 물량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기존의 규칙을 거부하며, 이윤을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 기존의 합리성을 거부한다. 


대안적 규칙·원리 제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가 IMF 이후 일터를 지배하던 원리·규칙에 대안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물량 변동에 따른 노동시간/임금/고용의 유연성을 약화시킨다. 

IMF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원리·규칙은 생산량에 따라 노동시간이 변동하고 임금이 정해지며 나아가 고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은 언제나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생활임금 확보나 고용안정과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었고,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그저 생산량이 많기를, 즉 회사가 잘 나가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에서 물량은 더 이상 절대적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제 법정 노동시간을 전제로 생산계획이 세워지고 임금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에 따라 노동시간과 임금은 예상 가능한 것이 되고, 큰 변동이 없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둘째,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약화시킨다. 

IMF 이후, 이윤은 합리성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기업 경쟁력이 노동자들 생존의 최우선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기 시작한다.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비정규직 확산은 노동자들의 ‘동의’를 통해 합리적 원리·규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이윤 앞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삶의 행복, 연대와 단결 같은 가치는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심야노동의 철폐는 가치관·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심야노동의 철폐로 인한 공장 가동 정지는 물량의 ‘신성함’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무슨 방법을 쓰든 정해진 생산량을 맞춰 내는 것이 당연했던 현실에 대해, 그래서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였던 삶에 대해, 노동자들은 비로소 다른 가능성을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위의 두가지 변화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잠재해있는 가장 결정적인 효과이다. 물량을 기준점이 아니라 종속 변수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대신 노동자의 몸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일의 처리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합리성의 등장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 축소, 생활임금 보장, 일자리 창출, 노동강도 완화와 같은 사안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논의 지형을 가지게 된다. 


두원정공 사례를 통해서 본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의의


- 두원정공 사례는 작업장의 시간제도 전변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는 작업장의 시간성에 포박되어 있던 노동자들을 해방시켜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자유 시간을 계획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여가생활과 가족생활이 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결과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자아와 삶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질곡하는 역동을 역시 함께 관찰되었는데, 주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자유시간의 자발적 포기 및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임금’이라는 과거의 시간성으로의 회귀가 이에 해당한다.


- 결론적으로 두원정공은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정착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도정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투쟁의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성에 몸을 맡기고 시간 주권을 포기한 채 다시금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불안한 발을 떼어 앞으로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성찰성(Giddens, 2010)을 바탕으로 시간의 회복을 삶의 회복으로 진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 두원정공 사례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생산직 남성 노동자의 정체성과 노동자 가족 문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그러나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점은 이러한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역동이다. 어렵사리 확보한 자유시간을 추가적 소득을 위한 제2의 임금노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점, 연월차 미사용 사유의 가장 큰 이유가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 특근 통제에 대한 불만과 특근 선호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 등은 조사과정에서 종종 표면에 떠올랐던 조합원들 속의 또 하나의 지향이고 바램이었다. 이러한 역동은 작업장 시간성으로의 자발적 회귀 그리고 일상의 포기를 담보로 한 임금의 보상으로의 투항이라는 점에서 삶의 회복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것은 비단 몇몇 개인들의 선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분석을 요한다.


한국 제조업 생산직에 일반화되어 있는 ‘최소 기본급+시간외 수당’의 임금 구조는 그들로 하여금 돈의 보상이 잃어버린 시간을 대체할 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군대식 통제라는 뿌리 깊은 작업장 문화는 노동자들이 삶의 희생을 당연시 하며 ‘돈 버는 재미’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97년 경제위기와 뒤이은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마음 속 깊이 불안을 새겨 삶의 포기를 대가로 한 고용의 유지와 임금의 보상의 추구를 절대화 하였다. 


이러한 선호와 역동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겪어온 공통된 역사와 집단적 기억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산업 초창기부터 자유 시간, 가족과의 단란한 한 때, 지역 및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모두를 포기하고 일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희생이 크면 클수록 함께 커져 되돌아오는 임금이었다.

[언론보도]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2014.08.13,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53&page=1&category2=203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1)


김경근(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시간 노동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평균인 연간 1700여 시간보다 500시간 정도 더 길게 일한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보다 자그마치 3달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은 몇십 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년 내내 일한다.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여겨질 것만 같았던 장시간 노동이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선거 캠페인이 등장했듯,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깨닫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과정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한편, 단축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 위기의 순간이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노동시간의 통제권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 노동시간은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같은 시각에 시작하여 같은 시간동안 작업하고 같은 시점에 일을 마쳤다면,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더욱 더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배치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나아가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개인별로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가 노동자들의 ‘시간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선택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관건은 노동시간의 통제권이다. 


장시간 노동의 원인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유독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임금 : 저임금과 낮은 기본급 


우선 임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적으며,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이다. 게다가 복지제도는 열악하다. 따라서 잔업·특근을 동반한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고임금 노동자도 잔업·특근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고임금이 잔업·특근의 결과라는 점, 즉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고임금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역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명목상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존재하지만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제도 자체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질적인 제재까지 미약한 것이다. 


거기에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다. 약속된 시간만큼 일하는 것은 이른바 ‘칼퇴근’이라 불리며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휴가 일수 자체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돈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관점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규범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일터에서 자본과 노동의 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소비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낙은 갖고 싶은 물건들을 ‘지르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힘들 때면, 물건을 사고 다시 행복해진다.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 중독’ 혹은 ‘소비와 노동의 악순환’으로 설명한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결국 임금을 받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 부여가 적으며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 커진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는 주장이 결정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한국의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노동현장의 권력 변화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공포와 불안에 의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차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의식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포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오래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IMF 경제 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극심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고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언제 일거리가 줄어들지, 일자리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잔업과 특근이 다 떨어져서 법정 노동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은 임금 자체가 워낙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불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시간 노동만이 곧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의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믿음직한 방패가 되지 못했고 점점 더 힘이 약화되어 갔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기업의 권력 강화 


무엇보다 일터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구조조정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자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에서,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선택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러한 자기 위안은 고용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IMF 위기 이후 재편된 작업장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시간당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다. 또한 소비를 좀 더 줄이려는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꿈꾸도록 강요당했다. 그러한 꿈에 익숙해지고 만족하게 된 것은 사후적인 결과일 뿐이다. 지금처럼 오직 장시간 노동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다른 꿈을 꿀 수는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업장 권력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시간의 중요성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일터에서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의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여가와 가족의 문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터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현재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본인의 건강과 여가 그리고 가족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고리이자, 둘 모두의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



[성명] 정부와 삼성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가?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성명>

정부와 삼성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가?

- 2013년 삼성반도체 종합진단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삼성의 민낯! 



반도체 칩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는 인간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알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위험하다. 일하는 이들을 위한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업들이 일하는 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물질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지난해 1월 28일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어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4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생명을 잃은 사업장에서 또 다시 터진 사고는 인명을 중시하지 않는 안전불감증 삼성의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2000여건이 넘는 법위반 사실이 지적되었고 삼성이 기본적인 안전 법규조차 지키지 않은 무법지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삼성 반도체 공장(기흥, 화성, 온양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실시했다. 8월 12일자로 JTBC가 보도한 이 종합진단 내용은 안전보건 영역 전반에 걸쳐서 큰 문제점이 있음이 낱낱이 드러냈다. 



서류로만 꾸며낸 안전교육


몇 백 쪽에 달하는 종합 진단 보고서는, 허술한 안전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호흡곤란을 부를 수 있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정에서 노동자 자신은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위험성조차 모른 채 작업을 했다. 서류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당사자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사용하는 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바로 노동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방기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불산 누출 사고 이전부터 반도체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말해왔다. 몇 차례의 사고와,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었다면, 정부가 먼저 지적하기에 앞서 삼성 스스로 개선해야 할 문제였다. 

또한 실제적인 안전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안전교육을 받은 것으로 꾸며낸 것은  법망만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의 전형이다. 반도체 공정은 많은 화학약품을 다루고 있기에, 누출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등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안전교육이 필수적인 사업장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반도체 칩을 우선시한 삼성의 태도가,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진행하지 않는 꼼수를 낳은 것이다.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위험에 대처해야 할 노동자들을 무지 속에 방치하는 것은 사고를 참사로 만드는 일이다. 



예방도 없고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정부


지난해 화성공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 2000여건을 위반사항으로 지적받았다. 종합진단보고서에도 동일하게 반도체 공정의 허술한 설비를 지적했다. 가스가 새 나와도 감지할 수 없는 감지기, 관리대상 물질을 배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은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산누출사고로 이미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에서 위반사항으로 지적받은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진단보고서에서도 허술한 설비가 재차 지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천, 수백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반도체 공장에서 지역주민들과 노동자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킨 데에는 사실상 사업장자율안전관리라는 명목으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방치해왔던 정부 책임이 크다.

삼성반도체는 이미 직업병으로 70여명(반올림으로 제보된 제보자 수 중) 가까이 사망하고, 중대산업사고가 여러 번(2013년 2차례의 불산누출 사고, 2014년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일어난 중대재해 사업장이다. 이러한 사업장이 버젓이 초일류로 성장할 때까지 정부는 영업중지 등의 아무런 조치 없이 승승장구하도록 방치했다. 정부가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노동자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보건전문가들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이론적으로 어떠한 경우든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그 예방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정부이다.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정부가 바로 사고의 공범인 것이다. 



주민들의 삶도 파괴하는 위험기업에 ‘영업비밀’이 가당키나 한가?


무용지물인 안전설비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작년 불산 누출사고 등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작업장을 넘어서는 사고로 번졌을 경우 지역사회와 공장 인근 주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더더욱 안전설비를 갖춰야 하고, 정부는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노동부가 실시한 삼성반도체 공장에 대한 종합진단보고서는 자료를 입수한 jtbc의 보도를 통해서야 세상에 그 실체가 공개됐다. 삼성은 노동부의 조사과정에서 지적된 사항과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마땅히 해당 공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지역사회, 시민들과 개선사항에 대해 알리고 그 과정을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종합 진단 보고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공개가 거부되는 자료였다. 번번히 ‘영업비밀’이기에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소송에서 증거채택을 위한 자료제출 요구에도 이를 실시한 노동부에서 ‘영업비밀’이라며 제공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알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영업비밀 보다 노동자의 생명권이, 지역주민들의 알권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껏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도체 공정에서의 화학물질 목록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는 것이 비밀이어서는 안 된다. 



인명 무시, 안전 무시 삼성과 정부! 이대로는 안 된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시해야 가치가 무엇인가를 말이다. 언제까지 눈 앞의 이윤을 위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짓밟히도록 방치할 것인가!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제 그 답을 해야 한다. 삼성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삼성은 JTBC의 취재에서 불산누출 사고 이후 지적받았던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말이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초일류기업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그 지위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충분히 그 위험을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지역주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삼성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보고해야 하고, 개선의 구체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 삼성이 이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은 계속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생명을 잃어간 무수히 많은 황유미에게, 그리고 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황유미에게, 그리고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지역주민들에게, 이제 우리사회와 삼성은 답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의 뼈아픈 교훈을 삼성과 정부가 깨닫길 바란다. 



2014년 8월 1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인권, 종교, 노동, 안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20여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저희 연구소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더 이상 사장이 원하는 아줌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 2014.8

더 이상 사장이 원하는 아줌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재현 선전위원


견출지, 라벨지 시장 매출 1위, 300만 불 수출을 기록한 레이테크코리아. 이 회사에서 온갖 반여성적, 반인권적 노동탄압을 견디며 일하다 이제 인간답게 일하는 일터와 일상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지회 조복남, 김선희, 정해선 조합원을 만났다.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조복남 : 친구 소개로 왔어요. 집하고 멀지 않아서 출·퇴근도 편하고 그래서 다니게 되었죠. 근데 막상 와서 일을 해보니까 이렇게 일하는 곳도 있나 싶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점심때까지 고개 한번 들기 힘들었어요. 화장실도 못 가요. 요즘에도 이렇게 일하는 데가 있나 싶었어요. 계속 다녀야 하나 갈등도 많이 했어요. 


김선희 : 저도 전철 한 번에 오는 거리라 오게 됐어요. 만약 공장이 안성에 내려가는 줄 알았으면 다니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에 한 마디도 없었거든요. 나중에 공장 이전을 반대하니까, 회사는 6년 전부터 내려갈 계획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이면 미리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해선 : 제가 늦둥이가 있어서, 집에서 가깝고 주 5일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고 잔업이 없는 데라고 해서 일했어요. 저는 여기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나오는 주부들은 다 이렇게 일하는 줄 알았어요. 


구체적인 노동조건은 어땠나요?


정해선 : 당시 대표가 회사 전체에 CCTV를 설치하고 감시가 굉장했어요. 주로 대표가 제주도에  있는데 핸드폰에 CCTV를 연결해서 감시하면서, 물건 때문에 화면이 가려지면 직원을 불러다가 그 앞에 물건치우고 그랬어요.


조복남 : 누가 물 마시는지, 화장실 많이 가는지 감시하고. 한 사원은 체격이 컸는데 답답하다고 다른 부서로 내려 보낸 적도 있어요. 당시 대표가 항상 카메라를 주시하면서 지적을 해서 직원들이 매번 고개를 푹 숙이고 일했어요. 처음 근무 할 때 화장실 가는 사람도 없고, 물 마시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동료한테 “여기 화장실 가면 안 되느냐?” 물어봤는데 “눈치껏 가면 돼요” 그러더라고요. 그때 바로 알았죠. 가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대개 점심시간까지 참다가 종이 땡 울리면 화장실 가려고 다들 뛰어가요. 점심에도 식당이 없어서 도시락 싸와서 일하던 바닥에 돗자리 펴고 먹어요. 월급에 밥값 10만 원 포함해서 나오는데 그나마 그 돈으로 최저임금 딱 맞춰 주는 거예요. 그러니 그 돈으로 점심 사 먹으면 남는 것도 없어요.


정해선 : 대표 신년사도 가관이었어요. “여러분들은 원더우먼이십니다. 존경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가십시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습니다.” 아줌마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거죠.


조복남 :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인데, 회사 마음에 안 들거나 못마땅하면 수습 때 바로 자르고 새로 사람 뽑고 그랬어요. 만약 3개월 수습이 지난 정규직 사원을 그만두게 하고 싶을 때는 부서를 마구 돌리면서 사람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스스로 그만두게 했어요.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뭐였나요?


조복남 : 전 직원에게 비정규직 전환 계약서, 시간제 알바 계약을 강요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작년 6월 4일 조합을 만들었는데, 회사는 곧바로 권한 없는 바지사장으로 대표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일주일 후에는 8월 말에 공장을 안성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어요. 조합은 꾸준히 공장 이전에 맞서 항의했는데 결국 힘에 밀려서 예정대로 진행됐어요. 회사는 공장이 안성으로 가면 아무래도 출·퇴근에 제약을 받으니 조합원들이 회사를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도 안성 내려가서 피나는 노력 끝에 9월에 단협 체결하고, 출·퇴근 버스 제공 합의도 이끌어 냈어요.


정해선 : 처음엔 70명 정도 조합에 가입했는데 안성으로 공장 이전하고 작년 연말에 회사 그만두는 조건으로 위로금 10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랑 실업급여기간 끝났을 때, 결정적으로 그렇게 두 차례 조합원이 줄면서 현재 25명이 남아있어요.


 요구안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조합원 동지들 (출처 : 노동과 세계)


안성공장에서도 CCTV는 계속 있었나요?


조복남 : 회사에서는 CCTV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가보니 조합원들이 주로 있는 포장부랑 생산부 그리고 휴게실이자 탈의실인 컨테이너에 CCTV가 있더라고요. 나중에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알려지니까 올해 3월에 폐쇄했어요. 이번 대표는 자기는 전 대표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요.


정해선 : CCTV뿐만이 아니에요. 작년 12월 31일, 퇴근 30분 전에 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없앤다고 했어요. 다들 일을 그만둘 줄 알았는데 생각대로 안 되니까 통근버스를 없앤다고 한 거죠. 그래서 두 달 동안 조합원들이 버스를 렌트해서 다니면서 노동부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와 교섭을 해서 작년 2월, 4월 19일 부로 안성에서 서울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합의를 했어요. 그때부터 렌트 취소하고 임시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탔어요. 그런데 폐차 일보 직전의 봉고차 2대가 오는 거예요. 하루는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는데, 와이퍼 하나가 날아가서 도로에 차 세우고 주워가지고 끈으로 엮어서 겨우 내려간 적도 있어요.


김선희 : 조합원 대부분이 5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가 빨래하고 그러면 자정 넘어 자니까,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눈 붙이는 게 다인데 봉고차는 앞 유리도 테이프로 붙여놓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이 운전도 하다 보니 졸음운전도 하고. 우리는 고속도로에 목숨 내놓고 일했어요.


김선희 : 노동조합 만들고 투쟁하니까 전 대표가 “내 건물에 노동조합은 절대들일 수 없다”고 해서, 교섭에서 합의한 지금 대표가 본인도 어쩔 수 없다면서 약속을 어기고 있어요. 또, 단협에서 재직 중인 직원은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고 되어있는데 작년 2월 4일 비정규직 계약으로 한 김OO 조합원을 5월 1일 부로 해고했어요. 이것도 명백한 단협 위반사항이죠.


조복남 : 지회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항의 농성하러 고용노동부 서울지방청에 자주 갔었는데, 우리가 생각할 때 노동부라고 하면 근로자 편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근로자편이 아닌 게 너무 화가 나고 서글펐어요. 


지금까지 이 투쟁을 버틸 수 있었던 큰 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복남 : 힘은 들지만, 조합원이 몇 명 없는데 제가 그만두면 다른 사람들도 얼마나 맥이 풀리겠어요. 세상 저 혼자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더불어 사는 건데, 내가 그만두면 다른 동료들이 더 힘들어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싸우고 있어요.


김선희 : 엄마가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다 중간에 그만두면, 우리 애들도 노동자로 살아갈 텐데 애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지금 현실이 애들의 미래일 텐데 이런 끔찍한 현실을 똑같이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정해선 : 초등학교 1학년 막내가 “엄마, 내가 엄마 일할 수 있는데 알아봐 줄게 그만해” 그래요. 그런데 아무 결론 난 게 없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죠. 또 지금 포기하면 대표가 원하는, 힘들면 그만둬버리는 그런 아줌마가 돼버리는 거잖아요. 아줌마들도 잘못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1년 여, 지금까지 오면서 어찌 흔들리지 않았을까. 가족과 동료를 위해 버티고 있다고 말하는 레이테크코리아 지회 조합원들 모두 무수한 흔들림과 시련 속에서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한 주체로서 새로운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 투쟁 승리하는 그날까지, 건투를 빈다! 

[연구소 리포트] 어느 완성차 생산 공장의 교대제 변화 후 삶과 건강의 변화 / 2014.8

어느 완성차 생산 공장의 교대제 변화 후 삶과 건강의 변화


김형렬, 최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1. 연구 배경 : 주간연속 2교대제, 정말 몸과 생활이 나아졌을까?


한국 완성차 생산 공장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실상은 장시간 노동과 그 대가에 따른 임금을 받아가는 ‘생계형 장시간 노동자’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평균 근로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장시간 노동을 해 왔다.


본 연구 대상 사업장 역시 10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특근을 밥 먹듯 하는 전형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7명의 노동자 중 2013년 12월 주·야 맞교대 시절, 2주 근무 중 4일 쉰 사람은 2명뿐이었다.


이러던 회사에서 올해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10시간씩 하던 맞교대가 전반조 8시간(오전 7시~오후 3시 40분), 후반조 9시간 20분(잔업 1시간 20분 포함, 오후 3시 40분~새벽 1시 50분)으로 노동시간이 줄었다. 


주간연속 2교대가 전격 도입되고 3개월 후,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동강도가 증가하지는 않을까? 임금이 줄어들지는 않았을까? 노동자들의 몸과 삶은 정말 나아졌을까? 이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함께 본 연구를 기획했다. 


2.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연구 과정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후 삶과 수면의 질이 좋아졌음은 이미 몇 개 회사에서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소규모라 하더라도 교대제 변화의 영향을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여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매일 생활일지를 직접 적어보기로 했고, 24시간 측정하는 혈압계와 신체활동 측정기기를 활용하여 교대제 변화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측정은 주야 맞교대와 주간연속 2교대 시기 각각 2주간 진행하였다. 먼저 주야맞교대를 하던 2013년 12월, 주간 근무 한 주, 야간 근무 한 주 동안 혈압과 신체활동도를 측정하고 생활일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주간연속 2교대를 3개월가량 겪은 뒤인 2014년 3월, 전반조 한 주, 후반조 한 주 동안 다시 측정을 실시했다. 가장 규모가 큰 조립부서에서 근무하는 7명의 노동자가 연구에 최종 참여하였다. 


3. 주요 연구 결과


1) 다시 찾은 여유와 가족생활


주간연속 2교대로의 변화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증가하였고, 이를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는 조합원이 많았다. 


“저는 훨씬 좋아요. 저 뿐 아니라 사람들도 아무래도 일찍 끝나니까 술도 덜 먹는 것 같고요. 같이 축구하는데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아요.”

“4시 반에 집에 갈 때 어린이집 끝날 시간이니까 둘째 데리고 집으로 가고... 밥을 일찍 먹고 저녁에 애들이랑 놀거나 공부 가르치거나 하는 시간이 늘었죠.”


하지만 새로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등의 적극적 여가 활동은 아직 많지 않아, 새로운 노동자 여가 문화의 형성을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편, 연구에 참여한 조합원들 대부분은 임금이 감소했지만, 이에 대한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는 매달 30만 원 정도 월급이 줄었는데, 이 정도면 바꿀만한 거 같아요. 몸이나 생활이 훨씬 좋아요.”


하지만, 임금 감소가 3~4개월 이상 지속되자 슬슬 특근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안정적인 임금체계 도입이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에 중요한 지점임을 알 수 있었다. 


2) 피로는 감소, 수면 질은 향상


주간연속 2교대 도입 이후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피로 감소, 체감하는 노동강도의 저하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후반조 근무는 이전 야간조에 비해 노동시간이 40분 줄어들었고, 여전히 야간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 감소 효과가 적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여러 조합원들은 그 40분 감소의 차이가 확연하다고 진술했다. 


“야간 때보다 지금 후반조 근무는 실제로는 40분만 줄어들었거든요. 근데 부담감이 훨씬 적고, 몸이 달라요. 다리 아프고 그런 게 훨씬 덜 하고요.”



교대조에 따른 주관적 노동강도 (12; 약간 힘듦)


이런 변화는 생활일지에 표시한 주관적 노동강도 점수에서도 나타났다. 6점(아주 편함)에서 20점(최대로 힘듦)까지 본인이 느끼는 노동강도 점수를 표시하도록 했고, 주간조에 비해 전반조가, 야간조에 비해 후반조가 노동강도가 낮다고 응답해 우려했던 노동강도 증가는 발생하지 않았고 피로도 감소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수면의 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결과는 두원정공이나 기아자동차 등 주간연속 2교대 변화 이후 수면의 질을 조사한 다른 사업장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다만 전반조 근무 시작 시각이 이전 주간근무 때보다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아침 근무 시간에 피로와 졸림 증상을 호소하여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교대조에 따른 평균 수면의 질 점수 (낮을수록 좋음)


3) 더 활동적으로 변한 여가시간


주간연속 2교대 변화 후 신체활동량이 늘었다. 그런데 근무시간 중 활동량은 감소한 반면, 여가시간 활동량은 증가해서 총 신체활동량이 늘었다.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근무 시간과 여가시간에 모두 증가했다.

주간연속 2교대 이후 근무 시간 중 시간당 칼로리 소모가 많아진 것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감소, 실질적인 노동강도 강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의 시간당 활동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누워서 TV를 보내며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가사 일을 하거나, 운동이나 등산을 하는 등 더 활동적인 여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취미생활로 헬스장 다니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애들하고 놀고 공부 가르치고, 부인이랑 마트 같이 다니는 정도였는데, 최근에 좀 멀리 이사하면서 차라리 집에 일찍 가버리거든요. 그러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가 시 신체활동의 증가는 심혈관질환, 암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교대조에 따른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


4. 지속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숙제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확인했던 선행 연구들에 비교하여, 본 연구에서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신체활동의 증가, 수면의 질 향상, 피로도 감소 등의 건강의 긍정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자유시간의 증가, 적극적 여가활동의 증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증가 등 삶의 변화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변화의 한계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여전히 후반조 근무가 새벽까지 이어져 야간 노동시간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후반조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면 새벽 3시경 취침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반대로 전반조 아침 출근 시간은 너무 빨라서 전반조 근무 때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 영향 중 수면의 양이나 질, 신체활동량은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혈압 감소 효과는 기대했던 것만큼 뚜렷하지 않았다. 앞으로 대상자 수를 늘려 지속적인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임금감소를 벌충하기 위해 또다시 잔업과 특근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본 연구 사업장인 대기업도 그럴진대,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의 사정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을 함께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사업장 차원의 과제로는 조합원들이 새로 생긴 여가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새로운 노동자 문화를 형성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14.8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한 활동가에게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사측에서 갑자기 ‘보건관리대행’이라는 것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정보공개 동의서에 서명을 받으려 안달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는 담쌓고 지내던 바지사장들이 보건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꼼수가 숨어 있을 것 같아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노동자들은 S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2013년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S 기업의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한편, 노동조건, 임금까지 S 기업의 관리를 받았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왔다. 이를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협력업체 사장들은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S 기업 측에서는 하청업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부조리한 현실을 딛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해왔다. 


이러한 투쟁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문제점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사측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보건관리대행을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S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는 소비자들이 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만나게 되는 내근직 AS기사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에어컨 등의 대형가전을 수리하러 다니는 외근직도 포함된다. 따라서 센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보건관리대행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S 에서 지난 20여 년간 산업안전보건법 따위는 무시하다가 이제야 사업주의 의무를 시작한 것이다. 


마침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지난 3월 말부터 S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한 지점의 보건관리대행을 맡게 되었다. 오후 3시경 방문했는데, 외근직 AS기사 노동자들은 모두 외근 중이라 상담이 불가능했고, 내근직 노동자들과의 상담도 여의치 않았다. 센터 관리자는 S 기업 측의 지시로 보건관리대행을 시작하긴 했지만, 어떤 제도인지,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본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대행팀을 맞았다. 센터 관리자는 내근직과 외근직 둘이었으나, 생소한 일이라 업무 맡는 것을 서로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외근자들은 모두 외근 중이라는 이유로 내근직 관리자가 보건관리대행 업무를 맡기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우리를 창고방으로 안내하던 관리자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근 AS기사 노동자들이 너무 바빠서 상담을 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 언제인지 묻자,  그런 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나는 상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니, 한 사람 당 3분이라도 시간을 내달라 요청했다.


출처 : 미디어 충청


결국, 대행팀이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AS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방문이라 기존의 검진자료 등은 제공받을 수 없었고, 과거력, 가족력, 현 상태에 대한 간단한 문진과 혈압, 맥박만 체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특별한 질환도 없는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 다수의 맥박이 100회 전후로 높은 편이었던 것이다. 어떤 노동자의 경우 맥박이 너무 높아 추가 문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노동환경에 대해 더 질문하려고 붙잡자, 계속 시계를 쳐다보았다. 너무 바빠서 당장 나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뒤에 상담한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의 맥박이 높은 원인은 쉴 틈 없는 노동강도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조합원 중 다수는 관리자의 감시에 비교적 자유로운 외근직 노동자들이고, 내근직은 아직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상담 시간이 끝나고 관리자에게 이 같은 사실에 관해 얘기하긴 했지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사측이 형식적으로나마 보건관리대행을 시작한 것은 분명 노동조합의 힘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방문 이후 노동조합은 큰 변화가 있었다. 염호석 분회장이 자결하고, 800여 명의 조합원이 45일간 삼성 본사 앞 노숙농성투쟁을 벌였다. 6월 28일에는 76년 무노조 S 기업에서 민주노조의 첫 단체협약이 만들어졌다.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겠다는 당연한 요구가 더욱 거세졌을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관리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힘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가올 8월 방문에는 센터의 분위기가 달라졌길 기대해 본다.

[A-Z 노동이야기] 고3이 안 쉬면 학원 알바도 못 쉬죠 '수험생처럼 쉴 틈 없는 일 년을 보내는 논술첨삭 선생님' / 2014.8

고3이 안 쉬면 학원 알바도 못 쉬죠 

'수험생처럼 쉴 틈 없는 일 년을 보내는 논술첨삭 선생님'


정하나 선전위원


직장인에게 7, 8월은 휴가철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방학이다. 오늘 소개하는 박다현(28세) 씨의 여름방학은 대입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로 바쁘다. 다현 씨는 서울의 유명 학원가에 있는 논술학원에서 첨삭지도 아르바이트 중이다. 


사교육계의 하청, 논술 첨삭 알바


올해 대학원 입학 전, 사회단체 활동을 하던 다현 씨. 벌써 4년 차에 접어든 이 논술 첨삭지도 알바는 단체에서 지급되는 활동비가 너무 적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주말에만 하면 되고, 시간당 임금이 높은 편이라 좋았다고 했다. 그럼 다현 씨는 말로만 듣던 연봉이 몇 억씩 된다는 ‘○○동 스타강사’인가? 알고 보니 논술학원 구조상 첨삭지도 선생님은 그런 위치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학원의 고용구조는 기본적으로 특수고용 형태예요. 원장과 강사 간의 계약도 다 일대일로 하되, 강사가 얼마나 잘 나가느냐에 따라 애들 내는 학원비 나눠 갖는 비율을 정하죠. 논술강사들 역시 이렇게 계약을 해요. 이 논술강사들이 자기 반에 한 타임 당 한 20명, 많으면 30명까지 학생들을 받는데, 앉혀놓고 강의하는 것 외에 애들이 써온 1천 몇 백자 글에 빨간 펜으로 줄긋고 별표치고 첨삭해서 학생 한사람씩 불러서 대면지도를 해줘야 한단 말이지요. ‘네 글의 포인트는 ~~~인 것 같은데, 여기에 있는 문장은 적절치 않다/적절하다’는 식의 코멘트를 해줘야 하는 거죠. 근데 수업 시간상 수강생이 혼자 다 커버가 안 되니까 ‘첨삭 지도’만 하는 선생들을 따로 섭외(고용)하는 거예요. 자기 밑으로 한 서너 명씩. 학생 1명당 15~20분 정도 소요되니, 클래스의 수강인원에 따라 필요한 첨삭지도 선생 숫자가 나오겠죠. 일종의 하청, 하도급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 위치가 바로 여기죠.” 


사교육계의 하청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논술 첨삭 선생님의 급여는 자기를 섭외해서 데리고 있는 논술강사가 알아서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즉, 원장과 나눈 논술강사 수입 중에서 논술강사 본인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첨삭 선생들의 임금이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저희 선생님은 첨삭 원고 한 장당 10,000 원씩 쳐 줬어요. 거기에 일한 지 1년이 지나면 장당 1,000 원을 올려주는 정책을 썼는데, 저는 4년 차니까 장당 14,000 원이 되었죠.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아도 10장으로 치면 40,000 원 차이 나는 거니 크죠. 그리고 대학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재작년부터 작년까지는 첨삭 선생님들 중에서도 ‘관리’하는 직책이었거든요. 그러면 첨삭비 외에 수강학생 1명당 10,000 원씩 더 얹어주었죠. 대신 수업이 있는 모든 날 관리 차 학원에 나가야 해서 주말 이틀 모두 출근하고 평일 중 하루나 이틀 더 출근했어야 했어요. 그때 그렇게 해서 200만 원 넘게 벌었죠.”


주말특수 논술학원, “주말까지 일하니 죽을 것 같아”


처음에는 월급 금액만 듣고 “어휴~ 그래도 아르바이트치고는 돈 많이 벌었네요.”라고 대꾸했다. 하지만 아뿔싸! 놓친 게 있었다. 다현 씨는 애초에 논술학원 주말알바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일에는 사회단체 상근자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정말 일만 해 왔을 터였다. 


“주중에 하루도 못 쉬는 생활을 한 2년 하니까 정말 죽을 거 같더라고요. 수업이 9시부터 시작인데 저는 8시 반까지 가서 첨삭 준비 먼저 좀 해놓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집에서 7시 반에 나와야 하는 거죠. 9시부터 두 시간 학생 5~6명 만난 후, 강사가 강의하는 두 시간은 좀 쉬고 다음 첨삭 준비하며 대기해요. 또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첨삭지도 후 대기, 6시부터 두 시간 첨삭지도 후 대기. 이렇게 하루에 3타임 수업, 학생 한 15~20명 정도 만나서 떠드는 걸 하는 거예요. 마지막 클래스가 6시에 시작해서 8시에 딱 끝나면 좋은데 좀 말이 길어져서 늦게 끝나면 강사 강의가 종료되는 밤 10시까지 학생을 기다렸다가 첨삭지도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고 집에 가면 11시 반 정도가 돼요.”


물론 학원도 쉬는 주기가 있긴 했다.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는 몇 주는 논술학원은 잠시 방학이다. 논술학원은 내신 성적과는 관계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시기 동안 논술 첨삭 알바비가 끊긴다. 몸은 좀 편안해졌지만, 생활비는 끊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첨삭관리일도 그만두고, 일요일에만 나가기로 했다. “죽을 것 같다”는 몸과 정신의 신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만의 공부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기로 했다.  


“남들 쉴 때 쉬고 싶은 욕망이 아주 커요. 논술 학원은 방학 때라도 수업을 주말에 잡아요. 평일에는 주요과목인 국․영․수 학원 가고 논술은 주말에 하루 오거든. 예전에는 친구들이랑 약속 잡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학원은 남들 쉴 때 더 바쁘거든요. 예를 들면 요즘 같은 여름방학에는 여름방학 특강이 개설되고, 아. 특히 추석! 추석특강반이 개설되면 앞서 설명한 하루 4시간씩 3타임(오전 9시~오후 10시)을 연휴 내내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추석 연휴 길면 정말 죽음이죠. 요즘엔 토요일 하루라도 쉬잖아요. 토요일은 이제 안 나간다고 마음먹고 무조건 비웠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첨삭 관리할 때는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또 좋고.”







출처 : KBS 화면 캡쳐


수험생과 같이, 1년 내내 긴장된 노동


학원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다현 씨의 주간·연간 알바 일정을 듣고 있노라니 한국 사교육 현장을 깊숙이 알아버린 느낌이다. 방학 따위 꿈도 꿀 수 없는 대한민국 고3과 그 부모들이 제일 가까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겠지만, 사교육 시장의 시간표도 그에 못지않게 종종걸음 치며 발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학원가 노동자들의 생활 시간표가 수험생의 그것에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예비 고3들의 출정시기인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중간고사·기말고사 기간 지나서 7월 중순부터 여름방학 특강, 추석특강, 그리고 제일 중요한 ‘파이널(final)’ 시기가 있어요. 파이널은 수능 직후 2주간을 부르는 말인데, 이때 각 학교 논술고사가 집중되어 있죠. 이때는 추석특강보다 더 죽음의 주간이에요. 혹시 ‘농활’ 가보셨나요? 저도 안 가봤는데, 다들 농활 온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2주간 매일 김밥 먹고 말하고 김밥 먹고 말하고. 이렇게 쉼 없이 일하면 사람이 혼이 나간다고 해야 하나, 찌들어 버린다고 해야 하나?”


‘파이널’은 논술학원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시기. 수능시험을 마치고 학생들이 모든 에너지를 논술고사에 쏟는 만큼 학원도 총력을 쏟는다. 수업 시간, 학생, 할 일이 모두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워낙 긴장도가 높은 시기라서 학생과 학부모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원가에 떠도는 전설이 있어요. 파이널 때 어떤 선생님이 원고지를 한 장 분실했는데, 학부모가 달려와서 학원을 다 뒤집어놨다고. 실제로 분실한 적은 없었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복사를 해서 한 부는 학원에 보관하고 한 부는 가지고 다녀요. 빈틈없이 하려는 거죠. 문제 생길 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요. 사실 이 시기에 애들이 예민해져 있는 게 이해는 가요. 강의 듣고 첨삭 받은 대로 잘 쓰고 싶은데, 자기 생각만큼 실력은 좋아진 것 같지 않고 입시는 코앞이니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래서 정말 글을 잘 써서 ‘잘 썼다’고 칭찬해줘도 곧이 안 듣고 대충 시간 때우려 한다고 오해해요. 그래서 첨삭지도 할 때는 칭찬 반, 비판 반 섞어주는 기술이 필요해요. 칭찬하면 오히려 애 표정이 굳는 게 보이거든요. 그러면 여지없이 클레임이 들어와요. ‘선생님 바꿔주세요’라고.”


폭풍과 같은 파이널,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날에는 같이 첨삭지도를 하는 동료와 함께 어떻게든 일을 일찍 끝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늦어도 9시에는 무조건 일을 정리하고 다현 씨와 동료들은 택시를 타고 와인이 무제한으로 나오는 뷔페 레스토랑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레스토랑 마감시간 까지 남은 1시간, 뒤풀이로 딱 1시간을 신나게 즐기는 것이다. 대면 첨삭 알바 선생님들끼리의 파이널 뒤풀이면서 조촐한 위로회이고, 그 해 다현 씨의 송년회이기도 했으리라. 


대학원 공부 마칠 때까지는 논술첨삭 알바를 계속 할 거라는 다현 씨. 공부를 마치고 “4대 보험도 적용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적을 두기 전까지는 또 몇 고비의 대입 파이널을 고3들과 함께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도 돌아오는 추석 연휴, 아니 추석특강일이 짧아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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