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176호 / 2018.1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76호, 2018년 10월호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1.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실태

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지금 지역에서는] 

사망사고 반복하는 삼성을 뜯어고쳐 보자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프랑스의 시도

[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안전과 건강 칼럼]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사진으로 보는 세상]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노동자 건강상식]

독감예방접종 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똑바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

[발칙 건강한 책방]

'오빠'가 읽은 '오빠는 필요없다'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이러쿵 저러쿵]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2018.10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낮 주인공 다카시는 약간 실성한 듯 기뻐하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그에 비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마치 운동복을 입은 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고, 자유롭다. 그는 방금 사표를 쓰고 회사에서 탈출했다. 반인권적 괴롭힘과 출근과 퇴근 그리고 평일, 휴일이 구분이 없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것이다.


다카시를 바라보는 관객은 다카시와 같은 자유로움과 쾌감을 느낀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로 탈주의 욕망을 '쿨(cool)'하게 대변한다.

이미 관용어가 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당장 가능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듯하다. 일에 종속된 피폐한 삶이 워낙 비일비재한지라, 지극히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휴가나 휴일을 제대로 누려야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방향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자면 밤낮없이 일하고, 자살까지 감행한 <잠깐만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다카시의 고뇌에 찬 결단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찜찜하다. 고뇌에 찬 결단이 분명 결단이 맞는데 말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이 서로 마주 본다. 일은 삶의 일부도 아니고 분명한 대칭이다. '워라밸'의 목표는 일에 포식된 삶을 일로부터 분리하여 삶의 독자적인 것을 구축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설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나, 노파심인지 몰라도 이러한 설정은 일이 삶에서 분리되어 노동자에게 주체적 영역이 되고, 일을 제외한 그 외의 삶만이 노동자의 주체적 영역으로 분리되는 기이한 이데올로기가 성립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분리 사고는 일은 사용자에 처분에 맡겨진 비주체적 영역으로, 삶의 방치영역으로 고립될 수 있다. 어떠한 자에게 일은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어떤 자에게는 작은 부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크건 작건 간에 일은 삶의 일부이고, 모두 주체적 영역이 되어야 하며, 일관된 자기 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의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한 한편의 개량적 모색이기도 하고, 아예 현실을 은폐하고 현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노동은 소외되는 것이므로, 노동력에 대한가격에 대한 흥정이나, 그 외의 부수적 처우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노동소외 자체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일(노동)을 삶의 영역에서 분리하여 가능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자는 아예 노동의 소외를 언급할 근거도 없이 판매된 노동력에 대한 독점적 처분권을 자본(사용자)이 행사하고, 나머지 시간만을 주체적으로 처분 가능한 삶으로 규정하여 판매된 노동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개입을 원천적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결과적으로 일은 주체적 삶에서 분리되어 방치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카시는 맨 처음 자기 일과 삶을 일치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일은 자기 삶의 일부 조차 될 수가 없었다. 일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것이었다. 다카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은 삶 속에서 방치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다카시는 괴로워는 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엄두도, 시도도 하지 않는다.

종국에는 사표를 쓰고, 일을 삶 속에서 드디어 주체적으로 단절시켰다. 다카시를 응원 했던 것은 사표를 쓴 것이 아니라, 주체적 삶속에서 배치되는 일을 다시 용기 있게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카시의 선택을 모두가 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치가 당연시되고, 탈주가 마냥 칭송된다면 도대체 정작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일은 짧은 시간만 하는 것이 답이고, 휴일과 휴가를 가능한 많이 향유하면 되는 것인가? 일과 삶은 분리된 것이고,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일과 직장은 그저 호구지책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호구지책 이상의 일은 특정하게 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직장에서의 노동을 포함한 삶은 사용자의 것이고, 직장을 벗어나서야 온전한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 삶은 실제 온전히 자신의 삶일까? 노동시간이 짧건 길건, 여유롭건 고되건 간에 그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내 노동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모두 다카시와 같이 먼 이국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과 삶을 가질 수 없기에 묻고 또 묻게 된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 2018.10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강충원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회장

의대생들에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정식 수업 이외에 의학 공부에 집중된 의대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교양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그때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노동자를 진료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생들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보는 환자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덧붙여 이야기하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환자분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을 했거나 앞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을 상기시켜 주곤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의학지식보다 어려운 것이 직업을 묻는 일인 것 같다 환자들에게 "무슨 일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흐르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동하지만, 의사들에게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은 직업을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은 직업을 아는 것이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직업을 물어보는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가 그것을 배운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직업을 다 이해하거나 그 일이 병의 원인이나 치료, 이후 재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오히려 노동자들이 환자가 되었을 때 자기 일이나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이나 자신이 의심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의사와 상담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둘 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상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그것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앞서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노동과 의료, 건강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건강하게 일하기"를 위해서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전문 과목까지 생겼음에도, 여전히 현실은 이윤을 표방하는 기업 논리 앞에 노동자의 건강권은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이렇게 직업, 노동과 괴리된 의료, 건강에 대한 인식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직업을 물어보고 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병원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못 버는 과는 공간과 시간이 축소되거나 폐과되고, 돈이 안 되는 행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사실 돈이 안되는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상 늘 존재증명을 해야 하는 과이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이 70%가 흡연이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나, 질병에 대한 직업의 기여도가 2~10%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몇 가지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한번 더 고민할 이유가 몇가지 생겼다.

내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보건관리대행이나 근로자건강진단 시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산재신청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연 인정기준에 해당하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재로 인정받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또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중 고위험 직종이나 업종에서 근무하는 경우 산재 특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공단이 부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근골격계 다발 위험업종이나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던 노동자들을 위해 유급 병가제도를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업무상 질병인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기 주저했던 많은 분들, 그리고 그 가치가 저평가 되었던 많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반대 세력이 있고, 좋은 무기를 가졌더라도 잘 연마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노동자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직업을 물어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여" 변화하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도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서로가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만남이, 직업을 물어보는 일들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A~Z 다양한 노동 이야기]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018.10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 이길섭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 종합예술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지난 920일에 만났다.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시민들이 세계적 수준의 공연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밤낮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최고의 작품과 달리 이길섭 님이 일하는 업무 환경은 최악이었다.


한국 최고의 종합예술기관 시설관리 노동자로 살아가기

저는 20039월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15년 동안 시설관리 업무를 하고 있어요. 시설관리 분야는 기계, 전기, 방재, 제어, 통신, 영선실로 크게 나누는데 저는 기계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업무는 서예관, 오페라극장, 한가람미술관, 디자인 미술관, 음악당까지 예술의전당 전체 건물 시설을 관리해요.”

우리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나 작품을 관람할 때 필요한 전기, 조명 등은 물론 냉난방, 환기 등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것은 바로 이길섭 님 같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기계 분야는 주로 시설물과 기계 등을 유지보수하고, 전기 분야는 전체 조명 등을 유지보수해요. 방재는 화재 예방을 위한 스프링쿨러 등 유지보수하고, 제어 분야는 고객 민원에 따라 전체를 컨트롤 하는 업무를 해요. 통신은 전체 통신, 전화선 등을 유지보수하고, 영선실은 계단, 소파 등 고객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유지보수업무를 하고 있어요.”

무늬만 정규직 전환

올해 7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예전에는 경비, 미화, 시설 관리 등 행정직이 아닌 이상 용역업체 소속이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한테도 그 영향이 미쳤어요. 문제는 전환하면서 이전 근속연수도 보장하지 않고 연차나 휴가, 처우 문제 역시 신규채용 형태가 되었어요. 동료 대부분이 여기서 10년 이상 근무했는데 결과적으로 임금은 똑같고, 이전에 있던 연차가 더 줄었고, 하계휴가는 아예 없어졌어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모든 공공기관은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한정되어있는 예산과 인력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동자처럼 지난 경력, 복지 및 처우 등에 있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객의 편의를 맞추기 위한 노력

“9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업무 회의를 해요. 조회 같은 거죠. 조회에서 오늘 어디 기계가 고장 났으니 고치라든가 정기점검을 하라든지 업무 지시를 받아요그러면 서예관에서 각종 공구를 챙겨서 현장에 나가서 일해요. 오전 업무가 11시반에 끝나는데 이때까지 일을 마치면 오후에 다른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밥 먹고 지속해서 그 업무를 마쳐요. 중간에 고객한테 민원을 받거나, 비상이다, 그러면 그쪽 일에 투입돼요.”

이길섭 님은 예술의전당 시설이 30년이 되다 보니 기계 고장은 물론 냉방으로 인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각종 고장 및 점검할 일이 많다고 했다.

 각종 모터 베어링, 벨트, , 펌프 점검하거나 교체하고 필터 청소하거나 교체하는 일을 주로 해요. 매주 수요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라 전체 기계를 가동하고 상황에 따라 점검해요. 월별, 분기별로 정기 점검하는 경우도 있고요. 일이 제일 바쁠 때는 아무래도 주간에 공연이 잘 없으니까 그때 점검하는 일을 제일 많이 해요. 유명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는 점검이나 교체보다 냉난방, 로비 조명 등 정비를 많이하고요.”

 4일에 한 번은 밤새며 일해

 제가 있는 기계 분야는 12명이 21조로 일해서 총 6개의 조가 있어요. 교대는 주간 주간 숙직 비번 이런 순서로 돌아요. 주간은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고 숙직은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해요. 이때 퇴근하면 하루 비번이 생겨요.”

이길섭 님은 통상 다른 시설 관리 업무에서 맞교대나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일하는 조건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숙직 근무할 때는 여러 가지로 힘든 거 같아요. 저녁 6시에 다들 퇴근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남아서 벌어지는 일을 다 해야 하고 대기시기간도 긴장을 풀기 위해서 담배나 커피를 평소보다 더 하는 것 같아요.”

숙직 근무 시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는 규정상 쪽잠을 자는데 휴게 시설을 갖추지 않아 탈의실 바닥에서 쉰다. 

언제나 도사리는 위험

기계를 만지는 게 일이라 늘 위험에 노출돼요. 특히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추락 사고가 잦아요. 올해 초에도 동료가 기계 점검하려고 사다리를 높이 타고 일하다 추락해 뼈가 다쳐 산재 요양을 나갔었어요기계가 바닥에 있어서 넘어질 위험도 있고 감전 위험도 많아요.”

그렇다면 일하다 다쳤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궁금했다. 

일하다 다치면 사무실에 있는 구급함에서 간단히 조치하는 게 다예요. 뼈라도 부러져야 산재처리를 해요. 그때도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법적으로 산재처리 했으니 다른 책임은 없다고 아예 모른척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올해 동료 산재 요양 기간 중에 비급여 치료비도 지원해달라고 3일간 투쟁을해서 지원을 받았어요. 사다리도 조금 더 안전한 거로 바꾸고요.”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회사와의 싸움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어야죠.”

늘어나는 업무량과 어려움

“2003년에 입사했을 때랑 비교해보면 관리해야 할 카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많아지면서 전기나 냉난방, 통신 등 관리해야 할 일 역시 늘어났어요. 게다가 전체적으로 노후화되서 손봐야 할 것도 많은데 전체 인력은 줄었어요. 처음에는 이 정도로 타이트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업무량이 늘고 빠듯해요.” 

그렇다면 지금의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한다면 어떤 점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 물었다.

전체적인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인력도 충원하고 처우도 개선하고요. 경영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들은 내가 고용한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무조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것 같은데 그런 점도 바뀌어야죠.”

현장직도 당당한 노동자

아주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사고를 감수하면서 작업해야 할 때 힘들어요. 힘든과정이지만 고장 난 기계를 고치면 그때 보람이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기계 고치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즐거워요. 그리고 한국 예술을 대표하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이길섭 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 사회가 사무직하고 현장직에 대한 차별이 있잖아요.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현장에서 땀 흘려 가면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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