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인천공항엔 유령이 있다? /2016.09

인천공항엔 유령이 있다?



정경희 선전위원 



인터뷰 가는길 시커먼 굴뚝이 즐비해 삭막하기 그지없는 공단을 지나 탁 트인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대형 화물선이 지나다닐 만큼 깊은 바다 위로 해무에 가려 끝도 보이지 않은 구부정한 다리를 건너노라니,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들어진 메가로폴리스로 가기위해 어두운 우주에 놓인 은하철도를 건너던 철이가 떠오른다. 저 다리를 건너면 뭔가 다른 제3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파벳과 숫자를 보고 커다란 케리어를 밀고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 곳은 먼지 하나라도 용서받지 못할 만큼 깨끗했다. 도대체 이런 청결함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일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밀려오는 궁금증을 안고 정명선 님을 만났다.


환경 미화원일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정명선님.

공항에서 일하기 전 그는 지역 활동을 했었다.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일을 해야 했고, 당시 40대 초반 애매한 나이인지라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일저일 하면서 보내던 중 공항에 다니는 분의 소개로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꺼렸어요. 40대 초반 아직은 젊은 나인데 청소를 한다는 게 어색했고, 남들이 볼까봐 부끄러웠어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다보니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어요. 일을 하다 공항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처음에는 얼굴 보기를 기피했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이게 내 직업이구나!’ 라는 걸 느끼면서 아는 사람 만나도 떳떳하게 인사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환경 미화원일은 고정 3교대 근무로 돌아간다. 오전 조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반, 오후 조는 1시 반부터 밤 10시, 야간 조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아침에 끝나는 특수 일근형태다. 고정 근무다 보니 야간 조는 1 년 내내 야간에만 일하다 보니 건강이 가장 큰 문제다. 주간과 야간에 하도 달라서 근무와 관련해서 개선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10여 년 동안 야간조만 하는 분들이 있어요. 주간조에 비해서 30만원 정도 더 벌거든요. 그 돈이면 아이들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낼 수 있으니까 야간조 일을 하는데, 그분들 보면 주간조 일하는 분들보다 더 피곤해 보이고 늘 피곤해 보여요. 출근할 때도 보면 주간조는 밝은 표정으로 출근했다 퇴근할 때 지쳐서 퇴근하는데, 야간조 분들은 출근할 때부터 항상 표정이 지쳐있어요. 밤에 일하고 낮에 자려면 잠이 잘 안온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땐 잠을 자려고 술도 한잔씩 하는데 그래도 잠을 푹 자는 건 어렵데요.”


골골대며 일하는 환경 미화원들

인천공항 이용객이 41% 증가하는 동안 환경 미화원은 0% 증가했다는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일하다 힘들 때 휴식시간이나 휴게장소는 보장돼 있는지 궁금해졌다.


“오후조의 경우 1시 반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3시에 간식시간 10분이 있고, 5시 반이나 6시 반에 저녁을 먹어요. 쉬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고 자기가 요령껏 쉬어야해요. 환경 미화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오후조 같은 경우 락카룸이 동쪽에 있고, 일하는 곳은 서쪽에 있다보니, 서쪽에서 락카룸으로 쉬러가다가 휴식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로비 의자나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매장 뒤에서 쉬죠.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체가 이용하는 휴게실이 있기는 한데, 공간이 워낙 부족해서 거기서 쉬는 것도 어려워요. 물마시는 것도 어려워서 요즘처럼 더울 때는 화장실 앞에 있는 음수대를 이용하거나 손님들이 주거나 버린 생수로 목을 축이곤 해요.”


평균연령이 55세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자들도 많다고 하셨는데 몸이 아프거나 일하다 다쳐도 자신이 잘못해서 다쳤다고 생각해서 보통 개인이 비용이 비용을 들여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체크인하는 다용도실이라는 데가 있어요. 그 곳이 넓거든요. 계속해서 돌고 돌면서 일을 하니까 다리나 발목이 아파요. 화장실 청소할 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쪼그려 앉거나 서서 변기나 거울을 닦으니 무릎 아프신 분도 많죠. 공항 바닥 청소할 땐 한쪽 손으로는 카트를 밀고, 한쪽 손으로는 기름걸레 밀면서 가야하니까 어깨 아픈분들도 많고요. 면세구역엔 에어사이드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건물이 10년 넘어서 그런가 환기구는 있는데 꽉 막혀서 화장실뿐 아니라 건물 안 자체에서 공기 순환이 안 된다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은 겨울 내내 비염, 감기를 달고 살아요. 고객들처럼 어쩌다 하루에 한두 번 들어가는 거야 순간이지만, 우린 하루 종일 그곳에 머물러야 하잖아요. 그래서 건강에 좋지 않아요.”


비정규직 간접고용으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

정명선 님은 민주노총 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사무장 역할도 맡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제1여객 터미널 종사자 약 7천명 가운데 6천명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동료들 중에 14년, 15년 이렇게 다닌 사람들이 있는데 다니는 동안 회사는 네다섯번 계속 바뀌었어요. 퇴직금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정산해서 받았고요. 별다른 이유가 없는 고용은 승계됐지만 늘 고용에 대한 불안이 있죠. 또 간접고용이다 보니 회사에 노동조건 개선에 관해서 요구를 하면 이건 자기들이 들어주기 힘드니까 공항공사에 이야기를 하라고 해요. 공항공사에 가서 요구를 하면 우리 직원이 아니니 회사에 가서 얘기하라고 하고요. 우리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 있는거죠”


현재 비정규직 약 7천 명중 2천 명 정도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보니 조장이나 매니저 같은 중간 관리자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하는 게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도 궁금해졌다.


“급여명세서를 보니 시간외 수당이 안 맞는 거예요. 몇몇 사람들이 의심을 가지고 노동청을 찾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하 교육실에 모이기로 했어요. 회사 사람들 만나서 해명을 요구했는데 회사에서 답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일을 안하고 복도에 모여있었어요. 이후에 출근한 오후 조와 야간 조 모두 합세하여 1박 2일 동안 농성아닌 농성을 하게 됐죠. 그런데도 회사 중간관리자는 엉터리 같은 설명만 하더라고요. 그러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간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지원을 해줬어요. 이후에 교섭단을 꾸리고 다음 날 아침 회사랑 교섭을 해서 농성을 풀었고, 체불임금투쟁이 벌어졌으니 제대로 싸우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가입을 했죠. 당시 환경 미화원이 터미널 건물에 430명, 탑승동 건물에 110명 정도가 가입했어요.”


미화원들이 유령인가?

어떤 영화에서 ‘미화원들은 유령이다.’ 라는 대사가 있는데 미화원들은 정말 유령 취급 받을 때가 많다고, 일터 독자들이 환경 미화원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씀도 해주셨다.


“분명히 양변기와 소변기가 분리돼 있는데 소변을 양변기에 보시는 분이 계세요. 그러면 주변에 소변이 다 튀죠. 겉으로 투덜대면 민원 올라가서 안 되니 속으로 투덜대면서 청소하죠. 화장실 금연인데 아직도 담배 피우시는 분들 있어요. 화장실 변기에 물티슈는 버리지 말라고 돼 있는데 꼭 버려서 막히게 만들고요. 특히 최근에 리모델링한 개선 화장실의 경우는 배관이 좁아서 그런지 더 잘 막히거든요. 카트를 밀고 청소하는 분들도 남들은 꺼리는 오물을 늘 치워야 하니까 힘들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 하고 있어요.”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년째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 그러나 정작 이용객과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운영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자 비정규직/간접고용을 양산하고, 제대로 된 휴게 공간 하나 보장하지 않고 있으니 속 빈 강정일 뿐이다. 인천공항에 빈 속을 꽉꽉 채우기 위해 오늘도 힘든 노동과 노동조합 화동으로 분주한 정명선 님을 뵙고 나니 기계적으로 보이던 인천공항에도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있음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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