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2016.6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통화거절권 도입 그 후, 다산콜센터 김영아 전 노동조합 지부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민원콜을 처리하는 콜센터다. 2012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감정노동과 언어폭력성폭력 피해 사례, 간접고용과 이로 인한 극심한 이직률, 전자 감시를 통한 인권 침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로부터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런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다산콜센터에서는 20142월 콜센터 상담사들의 인권실태조사 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성희롱 등의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상담사들이 안내 후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고, 바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감정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라는 측면이 주로 부각되긴 했지만, 콜센터 노동자의 통화거절권은 대표적인 작업중지권의 하나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전 지부장이고 지금은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인 김영아 님을 만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해 물었다. 김영아 님은 지금도 다산콜센터에서 구정콜 담당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다산콜센터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당시에 크게 이슈가 됐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삼진아웃 제도가 있었다. 2014년 초 실태조사 당시 인권위원들이 성희롱처럼 위법적인 행위를 세 번이나 그냥 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제기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도입됐다. 성희롱, 협박, 하소연, 업무방해 이 네 가지에 대해서는 전화를 끊겠다는 안내 멘트 후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모든 건이 다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법적 대응한 사례에 대한 보도도 많았고, 악성민원이 줄었다는 보도들도 많은데, 실제 일하는 노동자로서 변화를 느끼나?

법적 대응이 시작된 초기에는 오히려 반발 심리로, ‘네가 나를 신고한다고? 어디 한번 신고 해보라하면서 더 고성을 지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성 콜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처음 이런 제도가 도입됐을 때, 어떻게 끊어야 할지를 몰랐다. 전화를 먼저 끊어본 적이 없으니. (웃음) 그 전까지는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였다. 제도 도입 이후, 매뉴얼에 이런 악성 콜에 대한 응대 멘트가 정해졌는데, 너무 황당한 얘기를 듣거나 하면 이 멘트가 바로 생각이 나지 않거나, 놀라고 정신없어서 입으로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이 원스트라이크아웃에 해당하는 악성 콜이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ARS 안내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RS 시스템은 결국 도입은 안 됐지만, 지금은 상담사들도 전보다 확실히 다들 잘 끊고 멘트도 잘 하는 것 같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게 됐을 때, 회사 그러니까, 서울시의 외주를 받아 콜센터를 운영하는 콜센터 업체들의 반응은 어땠나?

당시 서울시와 업체의 태도가 달랐다. 서울시는 언론보도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업체는 2차 민원 발생 우려, 전담 민원반 업무 부담(민원성 콜로 등록된 번호로 오는 이후 민원을 전담하는 반) 등의문제로 미온적이었다. 상담사가 등록한 악성콜을 일반콜로 돌려놓기도 하고, 악성콜 등록한 상담사들 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조합원들 제보로 노조가 서울시에 항의하는 방식으로 민간위탁 회사가 따르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회사들도 이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그건 그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악성 콜, 진상 콜이라는 게 대부분 장콜, 통화시간이 오래 걸리는 콜이다. 그런데 지금 이 업체들은 서울시와 계약을 콜수에 따라 금액을 지불받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콜도 특별한 성과도 없는 진상·악성 장콜을 끊고 억제하는 것이 업체로서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악성 콜로 장시간 통화하고 나면 상담사들이 받는 영향도 크다. 그 통화 생각에 다음 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상담사들이 잠깐씩 쉬기도 하니, 회사로서도 손해인 거다. 회사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양쪽 다 좋으니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용한 것 같다.

 

이런 변화가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변화 외에, 노동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자율권이나 재량권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나?

여전히 콜센터는 전자 감시도 심각하고 자율권이나 재량권이 거의 없는 일이지만, 확실히 변화한 측면도 있다. 콜센터 일이라는 게, 노조 생기기 전에는 휴게시간이라는 개념도 없던 곳이다. 지금은 시간당 5분씩 최소한 20분은 쉬게 되어 있는데, 그 전에는 그런 시간도 없이 화장실 다녀오고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전화를 받고, 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악성 콜만 해당 하지만, ‘우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심한 전화를 받으면 쉴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 생긴 거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악성 콜을 받고 난 상담사가 적정 시간 쉬는 시간을 확보한다든지,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나?

그게 남은 문제다. 치유를 위한 지원은 전혀 안 되고 있다. 심하게 폭력적인 콜을 받은 경우, , 두시간 쉬게 해준다든지 며칠 휴가를 준다든지 하는 것이 단협에는 있긴 한데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상담 지원 등도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콜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상담사가 자기가 먼저 쉬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콜수에 따라 성과급으로 계약하는 것은 서울시와 업체 사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개별 상담사에게도 완전히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니 쉴 수는 있는데, 그만큼 급여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니 왠만해서는 자기가 참고 하게 한다노조가 생기고 감시가 덜 해지긴 했다. 예전에는 상담사마다 이석시간과 콜수를 시간마다 통계를 내서, 시간대마다 그래프로, 파일로 만들어서 돌리곤 했다. 노조가 생긴 후 이런 방식의 감시와 통제는 줄어들었지만 콜수에 따른 성과급 체계는 그대로다. 자기가 자기를 감시하게 된다. 예전에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곧 통화거절권을 보장하거나 노동자의 자율권을 신장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경험이 있다. 노조 설립 이후 두 번째 파업에서, 콜 상담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투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 때 전술 고민 끝에 다른 사업장으로 치면 준법투쟁 비슷한 것을 했다. 다같이, 적정한 수의 콜을 받자는 것이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물론 걱정도 많았다. 성과급이다보니, 남들이 70콜로 전화를 받고 있으면 누구 한 명이 치고 나가서 혼자 콜 잔뜩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역시 조합원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많은 조합원들이 이 투쟁을 함께 해 줬다. , 두 명 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예전에 S등급 맞던 사람들이 D등급 받으면서도 이 규칙을 지켜줬다. 이 투쟁 과정에서 예상 밖의 깨달음이 있었다. 쉴틈 없이 통화하는 우리 몸에 밴 노동과정이 우리 몸을 혹사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상담사들 중 성대나 청력에 문제 있는 사람도 많고, 계속 앉아서 작업해야 하니 어깨나 손가락 근골격계 질환도 많다. 그런데, 통화량을 우리가 조절해서 해 보니, 다들 편하다고 하더라.

 

파업 투쟁 이후에도, 이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은 이전처럼 일하지 않는다. 일하다가 힘들면 좀 더 오래 쉬기도 하고, 콜도 좀 더 천천히 받기도 한다. 실제로 이 경험 이후 일인당 콜 수가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상담사가 상담을 하면 모두 기록을 하게 돼 있는데, 심할 때는 기록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통화하면서, 안내를 위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동시에 이전 콜 내용을 기록하던 조합원들이었는데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다같이 적정 수준의 콜을 받으면 등급도 유지된다. 다같이 100콜 받을 때는 120콜 받아야 S등급이지만, 다같이 70콜 받으면 80콜 받아서 S등급 된다는 거다. 그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거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누가 며칠만 와서 열심히 하자, 고객들이 콜 대기 시간이 긴데 우리가 조금 더 힘내자이렇게 독려하는 분위기만 돼도 금방 무너질 수 있다.

 

급여 체계와 고용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존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이런 점은 콜의 품질, 고객의 편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자주 드는 사례인데, ‘출생신고 어떻게 하나요?’라는 콜을 받으면 가장 기본은 아기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생년월일이 어떤지 등을 묻고 기본적인 구비 서류 목록과 담당 기관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사실은 출산이나 육아 장려금, 산모 도우미 등 새로 아기를 낳은 사람이라면 알면 좋은, 알아야 할, 알려주고 싶은 정보들이 있다. 그런데 고객이 묻기 전에 출산장려금 신청하셨어요? 산모 도우미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않게 된다. 묻고 이거까지 설명하면 장콜이 되니까. 빨리 끊고 그시간에 다른 통화를 하면 2건이 되는데, 아무리 여러 가지를 설명해줘도, 한 콜은 한 콜로 기록되니, 먼저 묻고 안내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객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정보만 알고 끊은 뒤, 다음에 산후도우미에 대해 다시 문의 전화를 하면 콜수가 2건이 되는 거니까, 업체도 상담사도 자꾸 빨리 끊으려고 하게 된다. 상담사들은 전화를 받으면 통화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한 업무인데, 심지어 이런 장콜은 기록 시간까지 오래 걸리니 여러 모로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현재의 민간위탁, 간접고용 방식 자체가 노동자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인권침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인권위원회 조사와 권고에도 있었다. 그래서 2015년부터 고용구조 개선 TF가 꾸려졌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1412월 인권 실태조사와 인권위 권고안 발표에 따라 서울시가 상담사를 직고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어떤 방식, 어떤 형식으로 고용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겠다 했었는데, 이게 늦어져서 올해 초에야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출자한 재단을 만들어 거기서 고용하는 형식으로 하기로 해서, 현재 중앙부처와 논의 중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요구했던 바이고, 직고용이 정말 된다면 요즘처럼 공공기관 인원을 감축하는 시기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콜센터 외 판매노동자 등 다른 서비스 노동자에게도 판매 중지권, 응대 중지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감정노동자들도 이런 변화를 가져오려면 어떤 점에 주목하고 노력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린다

여러 기업에 공통된 문제 중 하나는 블랙컨슈머를 키우는 기업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낮은 직급의 노동자들은 해 줄 수 없는 일인데, 고객이 와서 소리 치고 진상 부리며 높은 사람 만나면 들어주는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하위 직급 노동자의 스트레스는 심해지고, 진상고객은 더 늘어난다. 이런 정책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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