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2 /2016.7

구의역 참사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개정하자!

 


당장멈춰 팀


 

연이은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 사고를 보면서, 위험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안전매뉴얼에 있는 대로 두 명이 짝을 지어 출동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하게 된다. 둘이 일해야 하는 위험 업무를 혼자 하다 젊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겨우 1년 전에 있었고, 그에 따라 21조로 일한다는 매뉴얼을 확인하고, 메트로와 서울시가 재발 방지를 약속한 터였다. 승강장 바깥 쪽 센서를 고치는 업무를 혼자 하는 것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할 수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안 중 하나로 작업중지권을 강조한 카드뉴스에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했으면 짤렸겠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냉소는 옳다.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 하겠다고 말하고 대기했다면, 동료들의 눈총을 받고 괴롭힘의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개인이 해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도급 업체가 아예 계약이 해지되는 등 불리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법과 제도,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일을 멈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냉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참사 이후 다양한 과제 중 작업중지권 얘기는 왜 충분히 되지 않는지, 왜 우리는 위험을 피하고 거부하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는지, 누가 어떻게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 얘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제로 지워진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도피할 권리, 위험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킬 권리를 누리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개정하자

그래서, 먼저 한계가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 조항 개정을 제안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권은 1990년 도입 당시 사업주의 지시가 있어야만대피할 수 있었으므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 이후 운동 진영과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2항과 3항이 차례로 신설됐다. 2항은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이고, 3항은 작업 중지로 인해 회사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 노동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작업 중지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이후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판명나면 회사가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형국이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외형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중 일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노동자가 제시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개선해온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활용해 제26조의 한계와 법률상 맹점들을 메워내기 위한 요구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모호한 법이 사업주 편에 서고,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제하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에서 위험을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의 힘과 권리의 문제를, 법적 의미에서의 작업중지권으로 축소할 수 없는 것은 공유하는 전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집단적/조직적 힘이 약한 불안정 노동자들일수록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작업장 수준에서의 변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작업장 정치를 거들어 줄 수 있는 법적 개선은 필수적이다.

 

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을!

더불어 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서 올 6월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도 작업중지권개정안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근로자 대표에게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불균형 문제가 있다. 현재의 규정은 위험에 처한 노동자 개인이 피할수 있게 돼 있고, 그 외에는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등하기 어려운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개인으로서 작업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자 개인이 징계 등을 두려워하여 본인에게 닥치고 있는 재해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어렵게 작업중지권을 이용하였더라도 합리적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는 사례도 나타난다는 것이 개정안 제안의 요지다.

이를 개선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자격을 갖는 노동자대표에게 위험을 피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며,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대신, ‘판단한 근로자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면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했다. , 이렇게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행한 자에 대해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을 때는 모두 작업 중지를!

여기에 몇 가지 더 고려할 문제들이 있다.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조건을 현재의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와 이를 구체적으로 정해둔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모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의 범위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 작업을 중지한 뒤, 다시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위험이 있어 대피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작업 중지 시간이 과도하다며 업무방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노동법에서는 현 상황이 작업을 중단할 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3번까지 중재 절차를 규정해두고, 이 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사업주가 보기에 위험하지 않다 하더라도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항목이 명시되는 것이 좋겠다.

 

당장멈춰 팀이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현행

개정

26(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26(작업중지 등)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위험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을 경우이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업주는 안전과 보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에는 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설> 안전과 보건의 위험은 제23와 제24조의 안전과 보건의 예방조치에 관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의한 것이다.

 

근로자 대표는 안전과 보건의 위험이 있거나 이에 대한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며 사업주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여야 된다.

<해설> 근로자대표의 중지권 및 적정조치 요구를 의무화하였다.

근로자는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작업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설> 개별근로자의 복귀 전제를 규정하였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좌동

좌동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작업중지권 조항의 개선은, 한 조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가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참여를 확대하여 노동안전보건을 달성하려 하기보다, 노동자를 계도의 대상으로 여기고 주로 기술적인 접근으로 안전과 보건을 달성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 조항은 없고, 노동자의 의무(6조 근로자의 의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지켜야 하며, 사업주 또는 근로감독관, 공단 등 관계자가 실시하는 산업재해 방지에 관한 조치에 따라야 한다)만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로서 노동자에게 적극적인 힘을 부여하는 작업중지권 조항 개정의 의의가 있다.

 

[권역별 토론회 알림]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당장멈춰 팀은 작업중지권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현장 활동가 인터뷰, 단체협약 연구, 작업중지 투쟁 사례 사회화 등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활동의 성과를 모아 <금속노동자를 위한 작업중지권 이렇게 쓰자 매뉴얼>을 준비했습니다. 현장의 고민과 실제 필요를 담아내는 책자가 되고, 매뉴얼을 계기로 곳곳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 직접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뉴얼 출간 전, 매뉴얼과 작업중지권 관련 과제에 대한 현장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권역별 간담회를 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일시 및 장소]

- 75일 저녁 7시 경기지역,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 713일 저녁 7시 인천지역, 장소 미정

- 마산창원, 울산 지역에서도 7월 중 개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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