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 유감표명 2년, 삼성은 반올림과의 교섭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9년의 투쟁, 224일차 노숙농성, 피해 제보 223명, 76명의 사망!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 유감 표명 2년,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의 2년 전 약속. 무엇이 이행되었는가.


2014년 5월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관하여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그 약속들이 도대체 얼마나 지켜졌는지, 아니 무엇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있는지를 묻는다.


권오현 대표는 2년전 직업병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하겠다”고 했다. “중재기구에서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따르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작년 7월에 조정권고안이 발표되자, 삼성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더니, 자체적인 사과ㆍ보상을 강행했다. 조정과 교섭에 관한 모든 약속을 파기한 채, 사과ㆍ보상의 내용과 방식을 직접 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삼성은 그것이 “조정권고안의 원칙과 기준에 따른 보상”이라는 뻔뻔한 거짓말까지 일삼았다. 보다 못한 조정위원회가 올해 1월 12일, “삼성의 보상절차는 조정권고안과 다른 것”이고 “사과ㆍ보상에 관한 논의는 보류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삼성은 그 이틀 후에 “조정의 3대 쟁점(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은 모두 해결되었다”는 발표까지 했다. 이러한 독단과 거짓이 삼성이 약속했던 문제의 해결이었던가.


또한 권오현 대표는 2년 전,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의 보상절차라는 것은 대단히 일방적이고 폐쇄적이었다. 삼성은 보상 신청 기한까지 정하여 피해자들을 압박했고,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금을 그저 받아들이기를 강요했다.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물어도 답하지 않았고, 이의를 제기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계비는 커녕 치료비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문료’라며 정체불명의 돈을 제안 받는 경우도 있었다. 보상금을 받으려면 회사와 무언가를 약속하는 문서에 싸인을 해야 했는데, 정작 피해자들은 자신이 싸인한 그 문서를 보관할 수도 없다. 이것을 두고 “합당한 보상”이라 우길텐가.


권오현 대표는 2년전, “산재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삼성은 피해자들의 산재 소송에 매번 변호사를 보내고 있다. 그 변호사는 방청석에 앉아 소송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원고 측의 주장과 증거신청을 기록해 간다. 산재소송에서의 자료 은폐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건강연구소’를 설립하여 공장의 안전보건 문제와 임ㆍ직원들의 건강 문제를 자체 조사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삼성은 최근 시행한 보상절차를 통해서도 퇴직자 중 백혈병ㆍ뇌종양 등에 걸린 사람이 또 누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산재소송에서 법원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삼성은 거부하고 있다. 2년 전의 약속은 그저 ‘소송 참가’를 그만두겠다는 것일 뿐, 관련 자료를 은폐함으로써 산재 인정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계속 하겠다는 뜻이었나.


결국 지난 2년간, 권오현 대표의 약속은 무엇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단지 그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삼성의 언론플레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라도 삼성은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첫째, 내용 있는 사과를 하여야 한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소홀히 했다”는 껍데기뿐인 말이 아니라, 직업병 문제와 관련하여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를 잘못하였고, 피해자들의 산재인정을 방해하였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둘째, 합당하고 투명한 보상을 해야 한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되어야 한다. 보상 대상과 보상금을 정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독립된 기구가 주관하는 공정한 기준에 따른, 투명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재발방지대책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지난 1월 12일에 있었던 합의는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틀을 정하였을 뿐이다. 그에 따른 조사와 연구에 삼성이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 감시기구가 제안한 개선방안을 삼성이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제기된 지, 9년이 지났다. 삼성이 처음으로 “문제 해결”을 약속한지는 2년이 지났고, 삼성의 독단과 기만에 분노한 피해자들이 삼성전자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지는 220여일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대하는 삼성의 태도는 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뒤늦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이 문제와 너무도 닮았다. 이윤 추구에 매달려 생명ㆍ건강의 문제에 소홀히 했던 기업과 그 기업의 잘못을 방치한 정부, 그로인해 빚어진 참사의 내용이 닮았다. 무엇보다 올해 4월에 있었던 옥시 레져베킷의 첫 사과(“더 일찍 소통하지 못했다”)와 2년 전에 있었던 삼성의 첫 사과(“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의 내용이 너무도 닮았다. 당연하게도, 그러한 사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자들의 마음도 같다. 지금 옥시를 향한 사회적 공분을, 삼성은 피할 수 있다고 믿는가.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삼성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과를 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에 나서라. 그러한 사과ㆍ보상을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2016. 5. 17.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및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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