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2016.3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 조사와 토론을 함께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2월 발생한, 메탄올 중독에 의한 파견 노동자 실명 위기 사건을 보면서 작업중지권은 대단히 급진적이고 강력한 요구가 아니라,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 권리,환기, 배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필수적인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노동자가 어떤 때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산재 예방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사 K공장에서는, 공장 내 환기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급배기 장치를 수리하면서 필터를 교환하게 되었다. 원래는 업무가 없는 주말에 해야 하는 업무였는데, 일부 작업자들이 주말 특근을 하고 있었다. 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사항에 대한 안내 없이 작업자들은 일을 하고, 급배기장치 수리와 필터 교체 과정에서, 공장 안으로 먼지나 유해 물질이 역류되었다. 작업장 내 공기가먼지로 뿌옇게 되자 노동자들은 크게 당황했을 뿐 아니라, 공기가 너무 탁하고 불안하기도 해 작업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특근 중이라 노동조합 간부들이 없었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된 노동자들은 공장 외부에 있던 노동조합 간부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책을 물었다. 노동조합 간부가 전화로 일단 대피명령 내리고 사측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 <2014,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중, K 사업장>

 

이 사업장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작업중지권을 종종 내리는 곳이었는데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작업중지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했다. 말 그대로 위험이 무엇인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어떤 것인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 어느 정도의 위험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책 회의를 요구할 것 인지에 대한 기준을 노동자/노동조합 내부적으로도, 노사 합의사항으로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당연히 업종마다, 사업장마다, 작업마다 다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원칙을 함께 확인하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예외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고 원인이나 사고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적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단의 의미도 있고, 재해의 원인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공유하고 곧바로 대책을 토론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태

2010년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작업중지의 대상과 범위는 물론, ‘작업중지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기준과 대상은 법제도가 허용하는 최소의 기준과 근거이다. 물론 현장에는 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유해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법이 정해놓은 최소한만을 그 기준으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안전조치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재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작업중지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기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대상작업 선정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작업중지 대상 작업까지 적어두고 있다. 내용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가들도 본인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작업을 중지해야 할 때를 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대상작업 선정기준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행하는 작업

방호장치 미설치 또는 방호조치가 안된 위험기계·기구의 작동으로 주변에서 작업을 행하는 근로자가 재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면허·기능 또는 경험이 없는 자로 하여금 유해위험작업을 행하게 하는 경우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기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중량물·하역·운반 등 작업

안전기준 미준수 또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석면해체·제거작업

안전조치 미실시로 질식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미준수한 경우


[사례1] 작업장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 등 기본적인 환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풍기가 고장 났거나 냄새가 심해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서는 사업주가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처했던 상황은 이를 위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작업을 중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연휴 끝난 뒤 근무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경우 결국 작업 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했는데, 제 때 작업을 중단하고, 환풍기를 수리한 후 작업을 재개했더라면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례 2] 위험 기계·기구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위험 기계·기구에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방호장치를 해체한 위험기계·기구 및 설비를 사용하는 작업은 작업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예로 들어, 위험 기구의 센서가 작동되지 않도록 해 놓은 경우에는 작업 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2015251410분경 K사업장 노안부장은 현장 안전보건사항을 점검하던 중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해 멈춘 상황을 목격하였다. 작업자가 주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로 도어를 열고 로봇 안으로 들어가 불량제품을 꺼내는데, 다른 작업자가 지나가다 열린 도어를 건드려 닫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로봇의 안전장치와 작동여부 센서 부위에 자석과 테이프가 부착되어 안정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도어가 닫히면 별도의 리셋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였다. 로봇 펜스 안에서 불량 제품을 꺼내거나 고장이나 수리, 점검 중에 누군가 실수로 도어를 닫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작업 중지 6시간 만에 임시 산보위가 열려, 로봇관련 해당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실시 로봇관련 전 공정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 실시 등을 합의하고, 교육 시행 후 작업을 시작했다.


[사례 3] 추락 예방 조치가 안 돼 있는 경우

추락 위험이 있는데 난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조치가 된 이후 작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 요건, 노동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통로 설치, 계단의 난간이 갖춰야할 조건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현대제철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추락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추락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안전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제철공장의 사망 사고도, 제대로 안전 난간이 설치되고 추락 방지 조치가 완비된 후 작업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인재다.


201543, H제철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쇳물이 담긴 분배시설에 추락해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사고 당시 작업장에서 쇳물을 쇳물분배기 주입구에 쏟아 붓는 작업을 하다가 2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사고가 난 시설에 1500~2,000도가량의 쇳물이 담겨 있어 이씨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여년 경력의 정규직인 이씨는 제강공정을 통해 나온 쇳물로 철강 완제품의 중간 소재를 만드는 기계장치인 연주설비를 가동하는 일을 맡아왔다. 당시 사망 사고를 조사한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안전난간 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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