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2016.1

중대재해 낮추기 위해, 기업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최민

 

 


‘2016년 노동안전보건활동의 주요 과제를 꼽아보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지만,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재구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2015년 정부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이라며 ‘제4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 (2015~2019)’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 혁신안의 목표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일터 구현’이라며, 이를 위해 사고사망 만인율과 중상해 재해율(휴업 90일 이상)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결과지표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산재 예방은 기본적으로 사측에게는 ‘비용’이다. 사측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력한 집행 체계가 동원되거나, 노동자의 견제와 참여, 힘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보건 주체별로 책임을 강화한다며, 안전보건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우리 사회처럼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고, 노사간 권력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개별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방기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여전히 노동자는 노동안전보건 실행의 주체가 아니라 계도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정책의 기본 방향이 아직도 ‘교육 강화와 인식 제고로 안전보건문화 정착’이며, 안전수칙을 위반한 노동자도 처벌하겠다는 것이 대책으로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정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이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음 두 가지를 정책 방향으로 세워야 한다.

 

 

몸통을 제대로 처벌하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과 그 실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3년, 7명이 사망한 노량진 지하철공사장 수몰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하청소장이 징역 2년, 원청인 서울시 상수도 관리본부공사 책임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호우로 인해 급격히 물이 불어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는데도, 처벌은 이 정도 수준이다. 

 

2008년 40명이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된 원청회사는 벌금 2,000만원 형을 선고 받았다. 원청 대표는 무혐의 처분되었다. 예방을 위해 쓰는 돈보다 사고가 난 뒤에 져야 할 책임이 크지 않은 경우, 산재 예방 활동에 투자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산재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게 하기 위해, 실제 책임자(경영 책임자와 기업자체, 원청기업)가 책임지고, 처벌 수위도 높은 ‘기업 살인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2015년에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결성되어 활동중이다. 제정연대가 제안한 법률안에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따라,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태만’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규정되어 있다.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기업에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업처벌법’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동자들의 관심과 행동, 압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사고 예방책, 작업중지권

 

정부도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에서 스스로 ‘근로자 참여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작업중지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어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이에 불응하는 경우, 노동자가 지방노동관서에 위험 상황을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적 실효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신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노동자가 이 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신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 문제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된 ‘작업 중지 요청권’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다.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로부터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로서 작업중지권이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사업장에서 각자 벌어지고 있는 작업중지권과 관련된 회사와의 다툼이 사회적으로 더 알려지고, 안전과 건강을 도외시하는 자본에 대한 공분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서비스업이나 감정노동자의 작업 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중지권 실천이 홍보∙장려돼야 한다.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안전일터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나서서 작업중지권 활용을 독려해야 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실천으로 지키고 확대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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