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자본이 호들갑을 떠는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2015.8

자본이 호들갑을 떠는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1990년대 이후 그간 통상임금의 범위는 계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 가운데 2012년, 2013년의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라는 교대제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그래서인지 자본은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에 따른 총노동 비용이 '38조 원'에 달한다는 위기론을 조성한다. '날벼락 같은 임금폭탄', '기업 간 임금격차 더욱 벌어져',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인상률이 높다', '노조의 무리한 떼쓰기', '통상임금으로 고용률 1% 줄어', '한국GM은 철수할 수 있어' 등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에 따른 '위기' 를 확대 재생산하고 그 원인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로 몰아세웠다.


자본의 '이유 있는' 볼멘소리

자본이 이렇게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통상임금 문제가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장시간 노동을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상임금은 한국 사회의 왜곡된 저임금 체계와 이를 매개로 한 기형적인 장시간 노동체제의 모순을 집약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총자본의 착취 체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고 맞서야 하는 투쟁인 것이다.

통상임금을 기업에 대한 비용부담 전략으로 활용해 주간연속 2교대를 보다 주체적으로 이행한 한 사업장의 경우,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를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통상임금을 매개로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보다 공세적일 수 있었으며 실천적으로도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임금 안정성을 동시에 구축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 논쟁이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에 긍정적인 지렛대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부품사들은 '특정한 가이드라인'에 매인 채 대응하였다. 부품사의 위치적 한계 즉 자본 위계와 생산 서열에 종속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통상임금 합의 현황을 보면, 특히 계열사의 경우, "자동차의 교섭결과에 따라 추후 특별교섭을 통해 재논의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부품사들은 교대제 개편안을 '일종의 가인드라인과 같은 자동차의 합의안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 맞춰야 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규명해야겠지만 일차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기업 간 구조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품사들의 제도 선택은 '강제적 동형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이 노동시간 단축의 방향으로 전개됐다기 보다는 노동 강도를 감수한 채 어느 정도 생산성 향상에 동의하면서 총액임금을 보전하는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테면, 한 사업장의 '선(先) 통상임금 (단계별) 적용'은 '자금 사정이 열악해 신규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사측에 유예를 주고 2교대로의 이행 속도를 늦추는 상황을 낳기도 했다. 


조합원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투쟁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임금 보전에의 매몰을 특정한 부품사만의 한계로 언급하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났던 근본적인 문제를 축소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물량을 절대화하고 노동의 필요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생산량 만회를 전제로 한 임금 보전' 프레임은 완성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등장했고 2000년대 중반 구체화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품사 지회들의 임금 보전에의 매몰을 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어쩌면 '가이드라인' 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제한적 상황에서 이뤄진 '차악' 의 선택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자본의 '물량보전-임금보전' 프레임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성과 연동형 임금체계 개편 같은 정부와 자본의 전 방위적인 유연화 기획들은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업체들은 편법으로 취업규칙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 '심야노동 철폐' 구호가 이전만큼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이다. 결과적으로 통상임금 카드를 '설비 투자'나 '일자리 창출' 및 '월급제 시행' 등과 같이 보다 공세적인 대안들과 연결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여기서 다시, 보다 주체적인 주간연속 2교대 등 근무형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언어, 다시 말해 오래되고 낡아서 쓸모없어져 버린 것 같지만, 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담지하는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요구를 새롭게 제기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임금 구조개선' 이다. 단순히 시급제에서 월급제로의 전환이라는 지불 형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임금을 매개로한 교대제 개편의 방향은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자본의 착취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요 투쟁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생활임금 쟁취라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은 물론 고착화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고리를 끊고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필요는 물론이고 총 노동의 지향을 자신의 것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편법과 꼼수로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사측의 시도들을 저지하는 동시에 총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임금체계 개편 시도의 본질과 정치적 의도를 꿰뚫고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투쟁과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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