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③ 업무적합성 평가의 고려점들송윤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작은 건설폐기물 수거업체를 방문해서 노동자 상담을 했다. 스물여섯 젊은 남자의 혈압이 190/110으로 나왔다. 병원 입원 상태라면 당장 정맥에 혈압강하제를 투여해야 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깜짝 놀라 더 자세히 상황을 물었다. 그는 혈압약을 먹은 지 두 달째였으나 하루 한 알 투약으로 조절이 안 되고 있었고 2조2교대제, 흔히들 말하는 ‘죽음의 맞교대’를 하고 있었다. 생활 습관도 엉망이었다. 혈압약을 먹고 있음에도 매일 소주 두 병에 담배 한 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건강해 보였다. 일하는 데 몸에 무리가 된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업무적합성 평가 대상인가? 맞다. 대상이다. ‘고혈압성 긴박’이라는 개념이 있다. 신체의 특이증상이나 병의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혈압이 높아(180/120 이상) 주의를 요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젊은 노동자는 의학적으로 이 범주에 속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사업장에 꺼내지도 않았다. 왜냐면 영세 사업장에서의 업무적합성 평가는 너무나 쉽게 해고, 혹은 자진 퇴사의 전 단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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