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故김기철님에 대한, 법원의 조정권고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처분을 환영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故김기철님에 대한, 법원의 조정권고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처분을 환영한다.” 


○ 서울행정법원, “고인의 업무 내용, 진료기록 감정결과, 최근 대법원 판례, 소송이 장기화됨에 따라 유족이 겪었을 어려움 등 고려” 조정 권고 결정.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수용하여 산재승인 취지로 재 처분.

○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등 산재입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아 소송이 지연되는 사이, 고인은 백혈병 악화로 사망(만 31세)

○ 삼성 반도체·LCD 노동자의 26번째 직업병 인정. 법원의 조정 권고로 종결된 첫 사례


1. 서울행정법원(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은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 협력업체 소속 백혈병 피해자 故김기철님이 2015. 2. 4.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에게 종전 불승인 처분을 직접 취소하라는 조정 권고를 내렸다.


법원은 이러한 조정 결정의 이유에 대해, “망 김기철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 이 법원의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종양혈액내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의 방사선 노출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병 혹은 악화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고,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감정의도 망인의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생에 비직업적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비록 그 노출량이 작다 하더라도 화학물질(유기용제 등),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전리방사선 및 극저주파 자기장의 노출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기여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첨단산업분야의 특성과 관련하여,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어려움(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그와 관련한 증거신청의 회신 지연 등에 따라 이 사건 소송이 장기화 되었고, 그로 인하여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 소송수계인들이 겪었을 어려움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관련한 법률관계가 조속히 확정될 수 있도록 주문(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와 원고의 소 취하)과 같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수용하여, 2014. 3. 4.자 ‘요약불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2018. 3. 30. ‘요양승인 처분’을 하였다.


2. 고인은 만 21세이던 2006. 11. 30. 삼성전자 협렵업체인 크린팩토메이션(주)에 입사하여 약 5년 10개월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OHT(웨이퍼 자동 반송장비.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이용하여 반도체 웨이퍼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설비) 설비 유지보수 업무 등을 담당했다. 고인은 공장 곳곳에 퍼져있는 OHT 설비를 수리 및 관리하느라 반도체 제조라인에 속하는 모든 공정과 설비 사이를 구석구석 다니며 작업했고, 그 과정에서 전리방사선ㆍ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었다. 더욱이 고인이 근무했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고인이 업무를 중단한 그 다음해(2013년)에,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 무려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 곳이었다.


고인은 2012. 9. 경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같은 해 10월 반올림과 함께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2014. 3. 4. “유해물질 노출량이 특별히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고인은 다시 반올림과 함께 2015. 2. 4.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 이 사건 행정소송에서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자료 은폐는 특히 심각했다.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고인의 작업환경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요청하자, 1년 6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답변 독촉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보다 못한 재판부가 문서제출 ‘명령’을 내리려 하자, 그제서야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본부와 그 산하기관(경기지청, 안전보건공단)들도 고인의 작업환경 관련 자료들을 “삼성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화성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문서제출 ‘명령’이 있었음에도, 삼성의 영업비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요 내용이 삭제된 일부만 제출했다.


이러한 사유로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고인은 2017. 1. 14. 백혈병이 악화되어 만 31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말았다.


4. 고인은 생전에 제기했던 산재보상 신청을 사후에 승인받게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지 5년 5개월만이고, 소송을 제기한지는 3년 2개월만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이 법원의 조정권고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산재가 인정되어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부실한 역학조사에 기대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남발한 점과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영업비밀 주장을 무분별하게 수용하여 고인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한 점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5. 한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은폐문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작업환경 보고서’(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고 김기철 님의 소송을 지연시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재판부가 수차례에 걸쳐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기관들에게 이 보고서의 제출을 요청하고 명령하였음에도, 결국 보고서 전문이 제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주장 때문이었다.


최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2018.2.1. 대전고등법원 선고 2017누10874 판결)은 이 보고서의 공개여부에 대한 논란을 사실상 종식시키는 것이었다. 대전고등법원은 이 작업환경보고서의 내용이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생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또한 설령 그 내용 중 일부가 삼성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고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최근 직업병 피해자 측이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과 삼성반도체 기흥 및 화성 사업장의 측정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행정심판과 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작업환경 은폐에만 골몰하는 삼성의 태도를 보며, 그 많은 노동자들이 왜 죽고 병들어야 했는지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은폐를 중단하라.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공개하라.

*삼성은 고 김기철 님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라!


2018. 4. 9.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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