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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지난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 단축하고, 연장·휴일노동수당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으며,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며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촛불로 탄생한 현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노동자, 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개악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제한 연장노동을 조장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을 유지했다. 지난해 버스 졸음운전사고부터 집배 노동자, 게임개발 노동..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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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성명서] 

손 봐야 할 것은 손보지 않은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반대한다! 

-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하여


지난 2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 단축하고, 연장·휴일노동수당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으며,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며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촛불로 탄생한 현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노동자, 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 개악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무제한 연장노동을 조장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을 유지했다. 지난해 버스 졸음운전사고부터 집배 노동자, 게임개발 노동자, 방송 노동자, 병원 노동자 등 26개 특례업종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되면서 전사회적으로 특례업종 완전 폐지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폐지가 아닌 5종으로 ‘축소’하여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은 여전히 무제한 노동이 가능케 됐다. 근무일 종료 후 다음 근무 개시 전까지 연속 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이상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특례제도를 유지한 것은 앞으로도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되는 노동자는 이 세상에 없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보호되고, 벗어나야 한다.   

둘째, 마치 주 52시간이 기준처럼 다뤄지고 있다. 일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주당 최대 법정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당 법정노동시간은 주40시간이다. 사실상 1일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것 역시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1일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12시간 연장 근무가 당연한 것처럼 얘기 되고, 이것이 혁신적인 노동시간 단축인 것마냥 다뤄지고 있다. 이런 개악안을 두고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진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투쟁해온 노동자들의 역사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이다. 

이로서 전면시행 시기인 2021년 7월1일까지는 법정노동시간이 주40시간이 아니라 주52시간제이며, 동시에 주 68시간 체제가 유지되게 되어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 

셋째, 실제 법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대 법정노동시간 52시간의 적용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받지 못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이미 노동시간 외에도 안전 문제, 고용 문제 등이 취약하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용 범위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계적 시행기간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1년 7월1일로 정해져 3년 뒤에나 겨우 적용받게 된다. 관공서 공휴일 도입도 역시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에야 시행된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무제한 연장노동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시행일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 근로기준법 대상 확대와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 그 어떤 노동자라도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8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부칙에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근로시간제도 확대적용을 논의하게 되어있다. 예외 조항을 두어 주 60시간을 허용하는 법안은 즉시 삭제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그간 노동시간 문제와 관련해 지적됐던 간주노동을 가능케 했던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제58조)와 농업, 수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던 적용의 제외(제63조)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물론 그동안 요구해왔던 관공서 휴일을 일반 사업장에 적용한 것, 연소노동자의 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축소한 것 등은 진전된 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악화된 상황에서 이것만을 가지고 다행이라 여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핵심 노동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강행으로 처리된 여러 문제점을 담은 개정안을 우리는 개악안이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금 확인됐다. 현 환노위의 방향과 위치가 여전히 적폐의 대상에 머물고 있음을, 이번 개악안은 헌법적 가치를 심히 훼손할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근거한 노동시간 단축을. 


2018년 2월2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