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후암동에서 食(식)빵과 함께 - 빵 만드는 오너 셰프 이유나 님 인터뷰 / 2018.02

후암동에서 食(식)빵과 함께

- 빵 만드는 오너 셰프 이유나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가 만난 이유나 님은 서울 후암동에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오너 셰프였다. 이유나 님은 오래도록 좋아하는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 어떠한 노동과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은 없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2일 월요일 빵집 인근에서 진행하였다.


좋아했던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

“저는 원래 음악을 전공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여행을 다니다가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었어요. 제과에 관심이 많던 터라 대학졸업을 하고 한국에서 ‘르 꼬르동 블루’를 다니게 되었어요.”

르 꼬르동 블루란 프랑스 본교와 여러 나라에 분교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요리, 제과, 제빵 전문 학원인데 이유나 님은 여기서 제과 공부를 마치고 관련된 일을 하다가 좀 더 심도 있게 일을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러다 마침 다운타운의 큰 빵집에서 함께 운영하는 비스트로에서 일을 하면서 빵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빈손으로 영어 이력서만 몇 십장 준비해서 캐나다로 떠났어요. 그러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서 일자리가 있는지 물었어요. 정말 운 좋게 취직이 되었고 몇 번의 해프닝 끝에 집도 구했어요. 함께 일하는 빵팀, 제과팀, 요리팀 친구들 대다수가 퀘벡사람들이라 그런지 서투른 저의 영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했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지 힘든 건 없는지 걱정해주고 많이 챙겨줬어요.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국 가로수길 레스토랑에서 1년 넘게 막내 일을 해서 그런지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워킹비자가 끝날 때쯤에는 제가 원하면 취업비자를 알아봐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혼자 있기에는 외로워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그 시절 생각하면 내가 꿈을 꿨었나 싶어요.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유명한 빵집을 돌며 맛보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개인 빵집에 문을 두드려서 취업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빵집은 빵을 만들기 위한 준비부터 만드는 과정, 판매까지 한곳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그곳 직원들은 권위와 실력을 겸비한 셰프에게 빵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 판매 등 가게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된다.

“어디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과정이 다른데 제가 처음으로 일한 빵집은 저희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셰프가 있는 곳이었는데 취업하고 2년 넘게 빵은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오래토록 그 가게의 미래와 함께 성장할 사람이라는 검증을 마친 사람만이 주방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손님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했었죠. 그 당시 저희 직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다음날, 다 다음날까지 빵 예약은 넘쳐났고 판매는 맨투맨 시스템이라 손님 한 분 한 분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썼어야 했어요. 쉬는날에는 시장조사를 다니며 셰프님께 고서를 써 내야 했고 항상 모든 것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쏟아내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번아웃 된 직원들이 하나둘씩 그만두고 저 역시 그곳을 나오고 로테이션이 확실히 되는 빵집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유나 님은 두 곳의 빵집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낸 후에 2015년 5월 후암동에 [후암동 食빵]이라는 식사 빵을 만드는 빵집을 열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중에도 본인들의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후암동에서 꿈을 펼치다

“학창시절에 부모님께서 준비해주시는 밥만 받아먹다가 외국에 나갔을 때 직접 밥을 차려 먹어보니 삼시세끼 차려먹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거예요. 특히 한식이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아침식사로라도 빵으로 대신해보니 간편했어요. 그래서 저는 밥 대신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식사빵에 관심이 가고 만들게 되었어요.”

이유나 님은 다양한 맛을 연구하면서 후암동食빵 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식사빵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빵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치아바타 나 깜빠뉴(컨트리브레드) 등의 유럽 빵들을 조금 생소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친숙한 식빵 틀에 넣어서 치아바타食빵, 시골食빵 등등 이런식으로 개발했어요. 건강한 아침식사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를 하여 소화가 잘 되는 식사빵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후암동 동네는 어떤 곳인지, 주로 어떤 분들이 빵집을 찾아오는지 물었다.

“후암동은 남산아래 서울 한 중심에 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에요. 오래사신 터줏대감 같은 어르신들도 많고 교통편이 좋다보니 새로 유입된 젊은 가족들도 많고요.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세요.”


후암동에서의 하루

“일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요. 낮 12시에 가게를 오픈하려면 5시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되거든요. 전날 반죽을 해서 저온발효 해 놓은 빵도 있고요, 전날 계량해둔 재료들로 당일 반죽을 하는 빵도 있어요. 반죽을 하고 1차 발효, 2차 발효, 분할, 벤치타임, 성형, 최종발효 등등 중간 중간 짬날 때 크로와상 제품도 만들고 하면 12시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12시에 가게 오픈을 하고 손님응대를 하면서 최종 발효만 남은 빵들을 2~3시 까지 차례로 구워요. 빵이 다 나오는 3시부터는 식빵 틀을 닦고 발효실이나 오븐을 청소하고 다음날 계량과 프렙을 준비해요. 그러면 해가 지고 매장 청소를 하고 빵이 다 팔리면 바로 퇴근하고 빵이 남으면 늦게까지 손님을 기다리기도 해요. 보통 8시에 끝나는 편이에요.”

이유나 님은 쉬는 날을 제외하곤 보통 15시간씩 일했다. 직원을 채용해서 교대로도 일해 봤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에 문 열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제 생각에 2명이 교대로 일하면 될 것 같거든요. 이전에는 직원분이 있어서 제가 새벽에 나와서 빵 만들고 낮에 그분과 교대를 했는데 지금은 휴무를 늘리고 혼자 일하고 있어요."


허리에서부터 전해지는 고통

“일하면서 무거운 걸 많이 들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점이 가장 힘들어요. 제가 이쪽 일을 하면서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요 밀가루포대 라던가 무거운 걸 요령 없이 무조건 허리힘으로만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10여 년간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손목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이유나 님은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저처럼 결혼과 맞물려 있는 여성들이 1인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저한테는 후암동 食빵이 자아실현의 공간인데 주변에서는 올해 나이가 몇이냐, 애는 언제 낳을꺼냐 이런 거만 물어보고 관심을 가지세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가정을 꾸리게 되고 아이가 생기면 최소 몇 년은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일과 삶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

“쉬는 날도 바빠요. 밀린 빨래해야죠, 물리치료 받으러 병원도 다니고요, 은행일도 봐야하고요. 가게에서 사용하는 포장지에 도장도 찍어야 해요.”

이유나 님은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요즘 영업일을 주 4일(화~금)로 변경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저는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게를 오픈할 때 휴무를 정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다 말리는 거예요. 가게가 자리 잡을 때까지 하루도 못 쉰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요. 결국 그 얘기에 설득되어 첫해엔 주6일을 영업했어요. 사실 하루 쉰다 해도 영업을 쉬는 것이지 가게는 나와서 다음날 반죽과 프렙 등을 준비하고 들어가야 해요. 무튼 그러고 나서 가게를 운영해보니 손님이 없는 요일이나 특정 시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두 번째 해에는 주5일 영업을 했어요. 그 당시엔 후암동 食빵 이라는 책을 작업 중이라 판매는 직원과 함께 했어요. 그러고 최근에 날이 추워지면 손님도 줄고 해서 주4일 영업으로 파격 결정했어요.”

요즘 이유나 님은 소비를 줄이고 나에게 휴식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으로 휴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제가 몸을 혹사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결정을 했는데 사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까 가능 한 것 같아요. 만약 책임져야하는 자녀나 부모님이 계신다면 아무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선뜻 이렇게 쉬겠다고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오래도록 빵을 곁에 두었으면

인터뷰 마지막으로 이유나 님에게 이 일을 길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10년 뒤 후암동 食빵은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를 물었다.

“글쎄요. 저도 요즘 고민이에요. 요즘 들어 혼자 운영해 가는 것이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들어서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추상적으로 10년 후에 시골에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는 꼭 내 가게를 해야 되는 건 아니라서 좋은 곳이 있다면 하나의 구성원으로써 사람들과 복작대며 일하고 싶기도 해요.”

가게운영의 책임, 육체적인 부담, 여성으로서 결혼과 출산의 압박 등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래도록 이유나 님이 좋아하는 빵을 손에서 놓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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