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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 2018.01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력 및 사..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연구소 리포트]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 2018.01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연구

김형렬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본 연구는 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건강실태 등에 대한 몇 개의 연구가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감정노동이나 작업 중 폭력의 경험, 이로 인한 건강 영향 등은 연구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시간, 휴식시간을 비롯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감정노동, 작업장 폭력 경험의 실태, 다양한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설문조사뿐 아니라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의 목적은 택시노동자들의 근무 현황과 폭력 및 사고 경험, 감정노동, 신체 활동도, 수면의 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신건강, 신체 건강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이를 근거로 택시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요인을 밝혀 그것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택시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본 연구는 서울 지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사업장 중 택시회사의 규모와 근무형태별로 11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사업장 소속 택시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 내용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 노동시간 및 근로조건, 폭력 경험, 감정노동 실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수면 건강, 교통사고 및 교통법규 위반 경험으로 구성하였다. 총 698명의 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근무형태별로 주야 2교대 3인, 야간고정 2인, 1인 1차제 2인 총 7명을 대상으로 생체지표 및 면접조사를 하였다.


2. 연구의 주요 결과


1) 택시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장시간 노동

이번 설문 결과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3%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며, 84%가 한 달 25~26일간 일하였다. 주간 근무, 야간 근무 시 휴식시간이 없거나 30분 미만인 택시노동자가 각각 84.8%, 85.5%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응답자가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67.4%의 응답자들이 야간근무 도중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29.2%는 잠을 자긴 하지만 택시 의자에서 잔다고 응답했는데, 택시노동자들은 근무 중 휴식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휴식 장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위 사항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도록 택시노동자의 충분한 휴게 시간 및 적절한 휴게 장소 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80%에 육박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심혈관계질환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운전 중 심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택시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택시노동자가 고령층이고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유병률이 높아 택시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 및 건강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2) 택시노동자의 흡연, 카페인 섭취 실태

택시노동자의 흡연율은 52.8%로 우리나라 일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인 39%보다 아주 높았다. 특히 1인1차제는 60%, 야간고정은 65.9%의 택시노동자가 흡연하였다. 야간 노동의 비율이 높은 노동자일수록 흡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카페인 섭취량도 매우높았는데, 전체택시 노동자의 75.5%가 하루 6잔 이상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보고하였다. 장시간노동, 야간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흡연과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2차적인 건강위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3)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

택시노동자의 폭력 경험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폭행 20.2%, 욕설 등 언어폭력 62.1%, 신체접촉 및 성희롱 13.5%, 위협 및 괴롭힘 38.3%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운행보다 야간 운행 시에 폭력을 당한 비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야간 운행 시 취객 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실을 반영한다. 택시 운행 중 폭력은 택시 노동자 본인에게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승객의 가해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대응 매뉴얼 배포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2013년 서울시에서는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 및 운전석 보호격벽 시범설치를 추진했으나 현재 법제화 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또한, 승객의 개인 생활보호의 문제와 충돌하여 많은 택시 법인회사에서는 차량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4) 택시노동자의 정신 건강 실태

이번 설문에서 택시노동자들의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실태에 관해 확인하였다. 우울증의 경우, 의사에게 진단된 우울증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높지 않았으나 본 설문지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문항을 이용하여 우울증 여부를 따로 확인한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16.7%가 우울증으로, 의사에게 진단받은 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택시노동자들이 실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진단받거나 의학적 관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과 교통사고를 경험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는 폭력과 교통사고가 택시노동자들에게 실제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 및 교통사고 등 정신적 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및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및 정신 상담 프로그램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3. 결론 및 제언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고 있는 사납금제도의 폐지,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는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도록 허용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를 폐기해야 하고, 실제 노동시간만큼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시간을 임의대로 계산하여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간주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8조의 폐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많은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 운전 노동에 대해 하루 최대 운전시간, 월 최대 운전시간 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택시노동자에게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택시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시간의 부족은 졸음운전과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이다.

택시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교육 강화 및 작업장 개선을 위한 노조 참여 보장 또한 주요한 개선과제라고 판단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알아야 문제를 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개별적으로 지역 각지에 흩어져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경우 공식적 정보 접근이 쉽지 않고, 개별적 노하우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에 맞춘 노동안전보건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택시노동자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예방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작업중지권을 발휘할 수 있게 하거나, 법적인 보호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를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진단하는 최우선 목표는 문제의 ‘개선’이다. 좀 더 나아지는 방향을 찾고, 실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는 대중교통으로서 택시업계를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운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