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직업성 호흡기 질환 - 원인 찾기에서 보편적 보장으로 / 2017.7

직업성 호흡기 질환

- 원인 찾기에서 보편적 보장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는 직업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사업을 수행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기관이다. 폐질환구소는 이번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연구소의 전반적인 활동을 소개하며 직업성 호흡기 질환의 현황과 중요한 문제가 되는 직업적 호흡기계 유해인자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직업성 호흡기 질환은 크게 직업성 암, 기도질환, 폐실질 질환, 감염성 질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직업성 호흡기계 질환은 폐실질의 질환인 진폐증이다. 현재까지도 진폐 질환자의 규모는 1만 5천 명을 넘고 있으며 2012년까지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2년 이후 광산업 이외 제조업 근로자들에게서도 진폐가 진단되고 있어 다시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폐질환 연구소에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로 의뢰되는 사례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으로 신청된 사례 중 공단이 연구소에 다시 의뢰하는 사례들로, 진폐보다는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사례가 많았다. 2012년 호흡기계질환 관련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를 전담하기 시작한 이후 2016년까지 폐질환 연구소의 전문조사 내용 통계를 보면 폐암 431건, COPD 1,560건이 조사되었고 이 중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폐암의 경우 291건(인정률 67.5%), COPD의 경우 773건(인정률 49.6%)이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2013년 7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COPD가 포함된 이후 이에 대한 전문조사 의뢰가 2012년 3건, 2013년 6건이던 것에서 2014년 357건, 2015년 573건, 2016년 621건으로 크게늘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도167건, 249건, 35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직업적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에도 흡연 등 개인적 요인과의 관련성으로 배제되던 질환이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임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직업병으로의 인식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 인정률이 다소 낮다는 점 등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폐질환 연구소 발표에서는 중요한 직업성 폐질환의 유해인자로 실리카(모래 먼지 성분)와 디젤 매연을 꼽았다. 다른 많은 폐질환 유해인자들이 있지만, 실리카와 디젤 매연은 노동자들이 흔하게 접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잘 모른다는 점, 유해인자로서 가지는 중요성이 매우 과소 평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다뤄야 할 과제였다. 실리카는 흔하게 접하는 모래 먼지의 성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데 이미 1급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폐질환 연구소의 최근 역학조사에서도 실리카 관련 136건 중 120건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었으며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매년 수십 명의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하고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실리카에 의한 진폐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기존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들은 일반 대기 중 실리카 농도 0.002㎎/㎥에도 못 미치는 사업장 측정 결과를 제시할 정도로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며 제대로 된 측정 방법이 사용되지도 않고 있었다. 따라서 실리카 노출에 대한 제대로 된 측정과 실태조사가 절실하며 실리카 노출 고위험 업종에 대한 노출 저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디젤 매연은 심지어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작업환경 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유해인자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국내 노출 기준 자체가 없고 노출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어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류 창고 내 지게차 운전, 광산 및 터널 내 중장비 운전 등의 사례에서 측정된 디젤 매연 노출 수준은 심각하였고 이러한 디젤 매연 노출 작업자에서 폐암 발생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역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태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1급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음에도 측정 및 검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관리 소홀을 방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


폐질환 연구소의 이러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유해 인자에 대한 현황 파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업성 질환은 여전히 명확하게 설명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등장하는 물질들과 업무 환경,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가려진 유해물질, 노출 평가의 어려움 등은 직업성 질환의 원인을 더욱더 파악하기 힘들게 했다. 결국, 앞으로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판단은 원인을 찾는데 매몰될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보장의 개념으로, 같은 피해(결과)에 대해 같은 보상(책임)이 이루어지는 결과주의적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로 인한 보상의 확대가 자연스레 질환의 예방으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근로복지공단과 폐질환 연구소의 공통된 목적임을 이 세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