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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 2017.6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송홍석 향남공감의원, 회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부의 불평등은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강제된 이주노동을 낳았다. 한국도 내국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이주노동의 국내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2016년 등록된 이주노동자만도 58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꺼리는 위험한 일자리를 메우며 한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젊고 건강했던 이주노동자의 몸과 맘은 병들고 다치고 버림받고 있다. 전체 산재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6,728명이 산재를 당했고(재해율 0.87%), 88명이 사망했다(사망만인율 1.52). 같은 해 내국인의 재해율은 0.49%, 사망 만인율은 0.96%였는데, 강..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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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 2017.6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송홍석 향남공감의원, 회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한 부의 불평등은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강제된 이주노동을 낳았다. 한국도 내국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이주노동의 국내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2016년 등록된 이주노동자만도 58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꺼리는 위험한 일자리를 메우며 한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젊고 건강했던 이주노동자의 몸과 맘은 병들고 다치고 버림받고 있다. 전체 산재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6,728명이 산재를 당했고(재해율 0.87%), 88명이 사망했다(사망만인율 1.52). 같은 해 내국인의 재해율은 0.49%, 사망 만인율은 0.96%였는데, 강제귀국과 사업주 불이익으로 인한 광범위한 산재은폐 현실까지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현실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사업주의 이해만이 작동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 사업주의 안전 인지적인 경영인식의 부재, 국가적인 소규모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문제 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사업장을 회피할 권리는 사업장 변경 제한에 박탈당하고, 일하다가 산재를 당해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목숨을 내놓고 일하든지, 불법체류자가 되든지 불안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이하의 인건비에,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고강도·고위험 노동에도 군소리 없이 일하는데, 사업주는 안전보건 예방 의무를 알 필요도 이런 것에 돈과 시간을 허비할 이유도 없다.

2011년 외국인 이주노동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이동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는 62%에 달했고,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받은 노동자는 26.8%에 불과하였다. 2008년 이주노조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4%의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옮기고 싶다고 했으며 그 주된 이유는 더 나은 작업환경으로 옮기길 원해서였다.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의 문제 

고용허가제의 시행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산재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안 했거나 산재 신청과정의 어려움 혹은 산재 신청 후 강제 출국의 두려움 때문에 산재 치료와 보상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이주에서 오는 스트레스, 주거환경, 기후 등의 변화, 엄청난 노동강도, 휴식과 운동의 부족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성인병 질환, 위장장애, 근골격계질환, 정기검진을 통한 건강관리의 부재, 수면장애, 불안우울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빈발한다. 그런데도 아플 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하는데, 긴 노동시간, 의료비 부담, 언어소통의 문제, 단속의 두려움, 보건의료 관련 정보 부족의 현실 등이고, 이러한 내용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병들고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는 내국인과 이주민, 합법과 불법을 불문하고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업주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할 책무를 다 해야 한다.

먼저, 건강의 유해위험요인을 노동자 스스로 거부할 수 있도록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정주권과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정부는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한 지도와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입사 전의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아니라, 입사 후 사업장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서 거시적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여 경제적 장벽을 줄여야 한다. 산재 신청도 의료기관이 직접 해야 하고 신청 후 강제 출국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언어장벽 해소를 위한 통번역시스템을 구축하여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당장에 보건의료서비스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의료공제회와 같은 민간 차원의 지원이 활성화되고, 보건소나 공적 의료기관에서 사업장을 찾아가는 보건교육, 전염성질환 예방활동, 보건의료 관련 각종 정보 제공 등도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