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노란 들판' /2017.06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노란 들판'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란들판 나해니, 조수안 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지난 5월 24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한다는 가치를 10년 넘게 실현해오고 있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노란들판에서 일하는 나해니, 조수안 팀장을 만났다.


-노들 야학에서 시작되었다는 노란 들판 설립과정이 궁금하다.

"노들 장애인 야학에서 수업 후 교사와 학생의 뒤풀이 자리에서 검정고시를 거치고 사회에 나가도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을 한탄하니, 이알찬 교사가 야학에 일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수막이라면 장애인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2006년 3월 노들 장애인 야학 자립작업장으로 시작했어요. 교사, 동문, 학생 세 명이 시작하며, 이 알찬 교사가 수원에 있는 바다의별 직업재활센터에서 일주일 동안 숙식하며 업무 흐름을 배워온 거죠. 


2006년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업으로 실사기계 한 대를 들여와서 일당백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너무 급한 상황이면 현수막 출력기 걸어놓고 기계 밑에서 자고 다음 날 새벽에 현수막 마감해서 들고 나가서 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10년이 흘렀는데 현재는 직원이 18명이고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하는 근로 지원, 활동보조인까지 합하면 22명이 일을 하고 있고, 이 중 장애인은 관악지역자활센터 인턴까지 8명이 일하고 있어요."


- 노란 들판에서 현수막이나 인쇄물이 제작되기 위해서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게 되나?

"먼저 홈페이지, 메일, 웹하드를 통해 주문접수가 되면 사무팀에서 고객 응대를 해서 납기일, 디자인 문구, 사이즈 등을 파악해 작업지시서를 적어 접수해놓으면 디자이너들이 자기 폴더로 가져가요. 그러면 서버로 소통하는데 디자이너가 가져가는 순간부터는 디자이너와 근로지원인의 몫이에요. 수정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면 작업팀 폴더에 넣어놔요. 작업팀이 출력 기계로 뽑고 작업지시서에 적힌 배송방법이나 기일을 지켜서 퀵이나 택배로 발송하는 시스템이에요. 인쇄 쪽도 마찬가지로 디자이너가 고객과 소통해서 최종 협력인쇄소로 넘기는 시스템이죠."


- 여러 작업과정 중 가장 힘든 과정은 어떤 것인가? 

"다들 힘든데 아무래도 출력, 마감, 시공, 배송, 포장을 하면서 몸을 많이 사용하고 서 있는 작업팀이 힘들 것 같고, 디자이너의 경우 목, 어깨, 허리, 팔 통증이 많이 있어요. 작업이 많을 때는 야근도 하게 되면서 장시간 앉아서 작업을 하니까 오십견 진단 받으신 분도 계세요. 뇌성마비 특성상 디스크가 많은데 디스크로 물리치료 받는 분들도 계시고요."


- 일하시다 아픈 거니 산재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시나?

"출퇴근 중, 사무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경우가 있어서 산재 처리를 했어요. 시공 나갔는데 강당 문이 닫혀 있길래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시공하던 중 갑자기 강당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사다리가 그대로 넘어간 사고가 있었는데,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다들 너무 놀랐었어요. 예방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우가 가끔 발생해요."


- 사고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누적되는 질환에 대한 예방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계시나?  

"아직은 안 하지만 일하는 중간에 스트레칭 체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작업팀에서 열 재단을 할 때 코팅된 원단이 녹으면서 유독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서 공기청정기를 계속 돌리고는 있지만, 걱정이 돼요. 그 부분만 국소 배기 장치를 설치해야하는데 건물구조상 고려를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여러 가지로 많이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2009년도부터 함께했다는 경영지원팀 나해니 팀장님의 역할이 궁금하다.

"사회적 기업 관련 사업보고, 지원사업 제안과 관련된 각종 보고, 사업비 신청 등 전반적 행정업무를 하고 있어요. 종이 인쇄물 견적 내고 초기상담을 하는 일이 매일 하는 업무고요. 고정적으로는 못하지만 해야 하는 일 영업,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 회의가 있을 때 참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외부 인터뷰를 많이 하는 이유가 노란 들판 대표님이 노란 들판 야학 상근을 하시고, 대표대행 하시던 경영 이사님이 성북구 마을 사회적 경제센터의 센터장을 맡으면서 노란 들판은 현재 팀장 공동운영으로 가고 있어요."


- 여러 가지 일을 맡고 계신데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5년 차까지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정부의 지원이 2011년에 끊기면서 노란 들판의 매출로만 운영을 해야 했어요.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데 노동력은 한계가 있으니까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이 몰렸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시기가 있었죠. 제 역량을 벗어나는 일을 책임을 지고 감당해야 했어요. 노란 들판의 가치에 공감해서 일을 시작했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드니 무력감이 오고, 정신적인 우울감도 오더라고요. 지난 3년간 5명의 청년을 채용하면서 일이 많이 나뉘어졌어요. 지금 가장 힘든 것은 물리적으로는 일이 많이 몰릴 때이고(일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정신적으로는 주문이 몰려서 디자이너들이 야근을 오래 해야 하는 상황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개인적으로는 팀장으로서 당연히 가져가야 하는 책임이지만 가끔 무겁게 느껴질 때에요. 이거는 어쩔 수 없이 지혜와 노력을 통해 계속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200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프로그램으로 참가하셨던 세 분이 모두 지금까지 함께하고 계신데 그 중 한 분으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조수안 디자인팀장의 역할과 힘든 점도 들어보았다.


"사무팀이 접수를 하고, 고객의 요청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잘하고자 노력해요. 근무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서 일해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세가 좋지 않아요.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아파요. 퇴근 후와 토요일마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 받아요. 일하다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잘 안 돼요. 일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디자인을 했는데 고객의 마음에 들지 두려움이 있죠. 그리고 어려운 점은 의사소통이 제일 어려워요. 디자인 수정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 쌓이는데요. 혼자 스트레스받아요. 회식이 몇 번 있는데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뭐 때문인지 물어보기도 해요. 그러면 반은 풀려요."


- 8시 30분부터 10시 30분 사이에 본인이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8시 30분에 시작한 사람은 5시 30분에 퇴근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근무하는 시간은 10시부터 7시까지에요. 10시 출근 7시 퇴근 근무 시간제를 시작한 이유는 장애인 직원이 많다 보니 9시 출퇴근 시간에 걸음이 늦으신 분도 있고 해서 대중교통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1시간을 더 늦췄어요."


- 다른 기업에서 보기 드문 내부프로그램이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초창기부터 10년 동안 일한 직원들의 체력이 방전 되고 있었어요. 초창기 멤버 중 일의 과부하로 지친 직원들을 대상으로 7-3-7 제도를 만들었어요. 7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3개월 전에 공지하고 회사와 같이 조정을 하면 7개월의 무급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예요. 직원들의 행복을 위한 행복위원회라고 있어요. 그달의 생일자 문화상품권 챙겨주기, 전반적인 간식거리, 사무용품, 소모품 등을 관리하고 구매하는 일을 맡는데요. 직원이 3명씩 두 달마다 돌아가면서 하니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연스럽게 알 게 돼요. 회식비용이 초과되면 다른 비용에서 줄여야 하는 걸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조금은 희생하는 경험을 해보면서 서로 챙겨주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 같아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어요. 


청각장애인과 소통을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 모시고 수화도 배우고, 전화를 받는 분은 점심시간에 30분을 더 쉴 수 있게 해드리고 있어요. 물리치료나 작업치료가 필요한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근무시간에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직원 내부역량 강화교육으로 디자이너 한겨레문화 센터 교육비 지원이나 통역이 가능하도록 노란 들판 디자이너에게 맞춤 교육계획을 짜서 4회 차 진행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물론 휴식시간도 가능한 보장하려고 해요. 샌드위치 데이에 쉬고, 생일에는 강제로라도 휴가를 써야 해요. 올해부터 1월 비수기에 5일씩 재충전 휴가를 팀원이 돌아가며 가졌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 이렇게 좋은 제도를 실현하려면 현실적으로 급여는 어느 정도 받는지 궁금해진다. 

"임금제가 직급수당이 있고, 업무의 힘든 정도에 따라 업무수당이 있어요. 기본급이 있고 년차가 올라갈수록 3만원씩 느는 게 있고요. 매년 초에 성북구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을 놓고 기본급을 책정해요. 생활임금에 가깝게 책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보통 일터의 노동자들보다 많이 받지 못해요. 풀타 임 근무자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이 약 180만 원 정도 돼요. 작년에 임금체계 논의를 하고 설문조사도 했었는데 60%는 만족하고, 40%는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 앞으로 노란 들판이 성장해 나갈 방향과 일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기 너무 힘들잖아요. 교육, 생활, 기본소득, 취업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 지금 시점에서 노란 들판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논의하며 고민해나가고자 해요. 내부적으로는 새로 들어온 청년들과 오래 일한 장애인분들이 서로 이해하고 어우러지면서 노란 들판이 지향하는 바를 잘 실현해가는 것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부설기관으로 장애인 노동상담센터를 만들어서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세미나, 취업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일에 대한 상담을 해보고자 하는 희망이 있어요. 


노란 들판 고객의 60%는 시민사회단체인데 노란 들판을 유지시키는 힘이에요. 그런데 노란 들판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대부분 잘 모르세요. 그래서 노란 들판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창구로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블로그에 들려주시면 좋겠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하는 일터가 어떤 모습으로 일이 굴러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청각장애를 갖고도 10년간 노란 들판에서 함께하고 있는 조수안 팀장은 장애인도 용기를 내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장애인이 자신감을 갖고 비장애인들과 평등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노란 들판의 물결이 세상 곳곳에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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