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산업'이 지난 자리엔 '환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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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보낸 충남 보령의 시골 마을은 탄광촌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석탄산업 합리화 이전까지 강원도의 탄전지대 외에도 충청남도 보령과 전라남도 화순은 대표적인 탄광 지역이었다. 탄광이 한참 돌아가던 1980년대 중반, 그 시골 '깡촌'에도 내가 입학한 '국민학교'의 전교생이 600명을 넘었다. 아버지가 광부 일을 그만두고 참치 원양어선을 타러 나가 수 년을 아버지 없이 보냈다. 자주 놀러 간 친구들 집 대부분은 한켠에 탄가루 묻은 작업복과 장화가 널려 있었고, '칸데라'라 불리는 충전식 헤드램프가 놓여 있었다. 그 시절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장마당에서 아이들과 구슬치기를 하며 놀았다. '탄차'의 마모된 베어링에서 나온 쇠구슬이었다. 뜨내기들이 많다 보니 부모를 따라 이사 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우리가 쇠구슬로 구슬치기 하는 것을 신기해하곤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탄광 마을의 어두운 그늘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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