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안전의 사회적 가치 / 2017.5

안전의 사회적 가치 


권종호 선전위원



오늘날 한국의 노동 환경은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또다시 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도 한국 사회는 자본의 안전 경시로 인해 발생한 중대 재해의 책임마저 물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노동 안전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자본의 무한한 이윤 추구 하에 안전을 위한 투자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비단 노동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본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고비용 저효율의 항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쿠시마 사례에서 보더라도 아직도 방사능 오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의 예를 보자. 애초에 후쿠시마 원전 운영자인 도

쿄 전력은 사고 발생 5년 전부터 13.5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하면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이를 보강하는 작업에 25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고 결국 향후 10년간 발생할 피해 복구 비용만 250조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단순히 재산, 토지, 폐로 비용 등 을 추산한 결과만으로도 애초에 대비할 수 있었던 비용의 1만 배가 드는 셈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원전 제조사와 원전 운영업체의 배상액은 어느 정도나 될까. 놀랍게도 이러한 사고에 대한 배상 근거가 되는 ‘원자력손해 배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전 제조사의 부담은 전혀 없고, 운영업체인 도쿄전력만 전적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엄청난 규모의 배상액을 지불 할 수 없기에 현재는 국유화된 상태이며 배상을 위해 국가가 전기요금 인상과 세수 투입으로 이를 충당하고 있다.

(도쿄전력 국유화 결정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530021.html )

결국 자본의 이익 추구를 위한 안전 경시, 그리고 그 편의를 봐주던 정부의 규제 및 관리 감독 부실은 오롯이 수많은 피해자와 전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 것이다.


후쿠시마의 미래가 한국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원전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한국의 현 원전손해배상체계는 국민의 삶과 재산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까.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원전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일본과 대동소이하다. 즉 원전에서 사고가 나도 원자력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극히 일부분만 책임을 지고, 설계를 담당한 한국전력기술, 원전 주요설비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 원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한전 KPS,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주요 건설사들은 원전  산업에 참여하여 막대한 이득을 거둘 뿐, 손해배상금 은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http://www.greenpeace.org/korea/news/feature-story/3/2014/405045/ )


작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상황을 보면 그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규모 5.8 강진 발생하고 이후 547회 여진이 발생하는 동안 월성원전은 모두 수동 정지 상태로 있었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 관심이 집중된 틈을 타 지난 12월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안전운전에 영향이 없다며 재가동을 승인했다. 그때까지도 경주 지역 활성단층에 대한 상태 확인 및 지진에 대한 안전성 확보는 전혀 안 되어 있었음에도 사회적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생산성, 수익성만을 위해 재가동을 승인한 것이었다. 결국, 승인 1주일 만에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규모 3.3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고 이후 경주지역 활성 단층의 존재도 재확인되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부터 차이나는 한국 

얼마나 안전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기에 이러한 행태가 나타나는 것일까. 안전에 대한 비용지출은 절대로 효율성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불가피하게 안전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의 국제 비교를 위해 교통사고 사망자 1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수준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국제 비교를 해보면 교통사고 사망자 1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국 5.4억 원, 미국 100.6억 원, 영국 28.4억 원으로 한국은 미국의 1/18, 영국의 1/5 수준이다. 이를 다시 국가별 경제 규모를 고려하여 1인당 GDP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 1인당 사회적 비용의 배율을 비교하여도 우리나라는 약 17배이나 선진국(11개국)은 평균 63배, 개발도상국(13개국)은 평균 44배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현저하게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낮은 것은 사망으로 인한 손실의 포괄범위가 상당히 좁고, 특히 심리적 피해나 피해자와 직접 관련된 사람의 손실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거의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홍기 김혜란 2014. 안전의 사회적 가치와 비용부담에 관한 기초 연구. 국토연구원)


언제까지 고비용 저효율로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 한국 사회의 안전에 대한 가치 판단은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안전 문제는 늘 고비용 저효율 문제로 다뤄질 뿐이다. 심지어 안전 확보를 등한시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중대재해 처벌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데 어떤 자본이 안전을 위해 투자하겠는가. 정부는 사회적 안전의 확보를 위해 안전의 가치를 폭넓게 재설정하고 기업을, 자본을 철저히 관리 감독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처럼 안전 문제는 250억의 투자로 250조 이상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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