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노동자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 내 놓으라 / 2017.4

사회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을 내 놓으라



김재광 소장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자 건강권 정책을 묻는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일하다 죽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다음 정책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같이 박근혜가 구속되고, 세월호가 올라왔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극적인 마지막 장면 뒤에도 삶은 계속 되고, 세상은 지속된다.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구속 이후의 삶과 세상을 얘기해야만 한다. 우리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앞 다투어 적폐 청산을 소리 높여 말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은 저마다 적폐 청산과 사회통합의 적임자라고 스스로를 포장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청산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의건 타의건 촛불의 무등을 타고 시작된 대선 레이스이기에 더욱 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는 ‘사람보다 돈’이라는 이데올로기 자체다. 박근혜 게이트의 시작과 끝의 본질이 이것이다. 이것을 흔들고 뽑아내지 않는다면 모든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는다. 청춘도 돈으로, 생명도 돈으로, 위험도 돈으로, 사람도 돈으로, 공동체도 돈으로 환산하고 그 가치의 순위를 정하는 적폐의 본질을 캐내지 않으면, 잠깐의 봄이 지나고 다시 박근혜와 이재용 무리가 득세할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다시 좌절할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사람보다 돈’이라는 생각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사람보다 돈’의 사회에서 인권과 존엄이 제대로 설 자리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인권과 존엄이 없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험하고, 공동체의 권력은 성원을 도구로 삼을 유혹에 쉽게 빠진다.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해야할, 노동안전보건 부문 역시 ‘사람보다 돈’이 우선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암물질인 석면이 발견된다. 전공과 관계없는 저임금 일자리에 고등학생들을 ‘현장실습’이라며 내몬다. 사용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노동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 만신창이가 되고,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는다. 기업의 영업 비밀은 ‘절대반지’처럼 행사되어 노동자는 자신의 현장의 위험을 제대로 알 수조차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자본과 한편이 되어 비호한다. 노동자는 각종 사고, 질병 그리고 과로에 시달리는데 정부는 이를 관리, 감독할 인력이 없다는 타령만 벌써 30년 째 하고 있다. 관리 감독은 영 부실하면서도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을 멈출 수 있는 권리 확대에는 기겁, 난색을 표한다. 위험은 낮은 곳,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욱더 확대되어, 하청, 계약직, 파견, 이주 노동자는, 세계 10위를 넘나든다는 경제 대국의, 소모품이 되어 쓰다 버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를 쓰고 산재를 숨긴다. 아니 굳이 숨기지 않아도, 원청 자본은 노동자가 죽어도 하청에 떠넘기면 그만일 뿐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


각종 재난과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고, 이러저러한 대책이 강구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이런 문제들은 여전하다. 시민사회, 노동계 스스로도 큰 관심과 여력을 쏟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 역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깊은 고민이나 뚜렷한 의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더 힘주어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살맛나게 하겠노라 호언하는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사회가 살맛나는 세상이 되겠느냐고. 이런 사회에서 당사자인 노동자는 불건강해지고, 그 가족과 사회가 불행해진다. 공동체와 사회 자체가 위협받는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할 주체적 시민의 성장이 심각하게 제약된다. 노동현장의 안전과 건강은 민주사회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분명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권력을 위임받겠다고 나선 자라면, 민주 사회의 분명한 필요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요구는 노동안전보건 부문의 전체를 포괄하고 있지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 요구는 인권과 존엄의 입장에 서 있으며, ‘사람보다 돈’의 사회를 지양한다.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하나씩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우리가 늘 주장했던 명제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란 기치에 서있는 이러한 요구가 이번 대선 시기에 대선주자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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