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호두과자 세 개 /2017.5

호두과자 세 개

- 화성시 방문건강관리센터 조미순 선임간호사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보건소 하면 청결하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더구나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는 여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문건강관리 사업이다. 화성시 보건소에서 방문건강관리센터 소속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조미희 선임간호사를 만났다.

 

- 다양한 간호의 영역 중 방문건강관리는 무엇이고,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방문건강관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에요. 병원은 치료와 처치 중심이라면 지역사회 방문건강관리는 질환관리와 합병증 예방, 재활을 목적으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 중 건강문제가 있는 분들이 주 대상이에요. 화성시는 방문간호사가 19명이에요. 한 간호사당 350가구를 관리하죠. 매주 방문 드리는 가구는 이 중 6~7% 정도 되고, 대부분 1~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만성질환이나 건강문제가 더 악화하지 않고 잘 관리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건강문제에 따른 질환 관리교육, 필요할 때 타 기관 연계를 주로 하고 있어요.”

 

- 방문간호와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여쭤봤다.

“간호대를 졸업하고 종합병원에 3년 정도 다녔는데 3교대 주기의 벽이 너무 크더군요. 신체 리듬이 깨지고, 그에 따른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그만두고 잠깐 일할 곳을 찾던 곳이 지역사회 보건소였어요. 처음에는 난임 지원 분야 10개월 기간제로 채용되었는데, 같은 시기에 방문간호 쪽에서 채용한 간호사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근무를 못 하게 되어 대신 방문간호 업무를 권유받아 시작하게 되었어요.”

 

- 그럼 졸업하고 3년 뒤니까 아직 20대였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방문 간호하면 은퇴하신 선생님이 하는 분야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제 나이가 스물일곱이었으니 주위에서는 만류하는 편이었죠. 시작할 때는 3교대가 아닌 규칙적인 패턴으로 일할 수 있는데 만족을 느꼈지만, 차츰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간호사들은 점차 좋은 자리로 올라가고 있는 것에 비해 열악한 취약계층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힘들게 일하는 것이 비해 보이는 성과가 없는 저 자신이 무척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스스로 이전 동료들보다 뒤처진 것 같고, 취약계층은 마음에 공허함이 많은 편이라 그런 부분을 껴안아줘야 하는데 젊은 패기만으로 방문간호에 임했던 저는 힘든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어요.”

 

분명히 필요한 손길이기에 그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10년째 방문간호를 하고 있고, 지금은 선임간호사로 열아홉 명의 방문간호사를 아우르고 있지만,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던 몇 번의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를 들어보았다.

“송산이라는 곳 아세요? 30분 넘게 차를 운전해야 갈 수 있는 외딴집 하나가 있었어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주기적으로 체크하면서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이곳은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아 방문간호사가 직접 찾아가 주기적으로 체크해 드려야 하거든요. 할머니께서 귀가 잘 안 들리시는 데다 아드님을 일찍 여의셔서 며느님과 함께 힘들게 생활하고 계셨어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 제가 갔을 때 근처 어르신 몇 분이 모여 민화투를 치고 계시더라고요. 여느 때와 같같이 건강 체크를 해드리고 건강교육을 하는데 할머니께서 자꾸 부엌을 왔다 갔다 하시는 거예요. 다른 어르신이 정신없게 왜 왔다 갔다 하냐고 핀잔해도 그냥 웃기만 하시고요. 업무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저를 배웅해주시려는지 할머니께서 쫓아 나오셨어요. 감기 드니 얼른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한사코 차 있는 곳까지 따라 나오시더라고요. 그리고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슬쩍 꺼내서 제 손에 꼬옥 쥐여 주시는 거예요. 뭔가 펴보니 호두과자 세 개였어요.

할머니께서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할머니께는 호두과자가 세 개뿐이라 다른 분 몰래 주려고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나오셨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또, 올게요.’하며 할머니를 꼬옥 안아드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화지만 그 호두과자 세 개로 그간 젊은 패기로만 임했던 방문간호업무에 대한 생각을 360도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또 올게요.’라고 약속한 말을 지키기 위해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다니게 되었어요. 마음으로 대상자를 대하게 되고, 함께 울고 웃었던 경험이 쌓여 10년 넘게 방문간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보통 방문간호 업무의 일과는 어떤지요.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하고 계시고 권역마다 사무실이 따로 있는데 10시~10시 30분까지 대상자와 연락을 하면서 방문스케줄을 짜요. 이후에는 권역 대상자의 가정에 출장을 나가서 업무를 하고,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복귀해서 대상자 서비스 제공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이나 서류 작업을 하죠. 보통 5~6시간은 외근을 한다고 보면 돼요. 하루에 방문하는 가정은 5~6가정 정도 되는데, 방문하면 그동안의 건강문제 점검하고 새롭게 생긴 문제는 없는지 그날의 활력 징후나 만성질환의 정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체크해요. 그리고 대상자에게 필요한 건강교육이나 투약관리를 하는데 보통 대상자의 건강문제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업무 일과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불안을 느낄 때 동행방문 필요해

- 방문간호에 있어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현장과 행정의 두 가지가 있는데, 현장 차원의 어려움이라면 아무래도 알코올 의존증이나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 취약가정을 직접 방문하다 보니 불안전성에 노출돼 있거든요.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침 수준이고 현장에서는 각기 다른 특이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런 경우 경험이 오래되신 선생님은 대처할 수 있지만, 신규 선생님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위험성을 달리 느끼기도 하지만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문제점이 확인되는 가정은 동행방문을 한다든지, 지침 차원에서 배제 대상자로 둘 것인지, 아니면 타 기관과 연계하여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서 어려워요.”

 

- 방문간호 업무 중 겪는 심리적 불안감, 감정적 소진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공식화되어 있는 건 없어요. 아직까지는 대상자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대상자가 키우는 개한테 물리거나 방문하면서 다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상해보험에 따로 가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감정적 소진은 분기별로 한 번씩 모든 선생님이 모여서 워크숍 형태로 동료끼리 서로 소통하고 힐링하는 기회를 만들고는 있어 도움이 되고 있어요. 대상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방문간호사가 먼저 심신이 건강해야 하므로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사항이죠.”

 

적절한 인원충원이 선행돼야 질적 서비스 유지 가능해

- 화성시의 경우 취약계층이 5만 명이라고 하는데 방문간호사 한 명당 몇 세대를 맡고 있고, 질적인 서비스를 위해 적절한 가구 수는 몇 세대나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에는 한 방문간호사당 500가구를 맡았던 적이 있어요. 그러면 건강 체크만 하고 돌아와야 해서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어요. 저희의 경우 현재 350가구로 맞춰놓은 상태지만, 사실 질적인 서비스로 대상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00~300가구 정도가 적절하고 이를 위해서는 방문간호인력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화성시는 점점 인구가 증가하므로 방문간호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년 1~2명 방문간호 인력을 증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죠.”

 

기간제,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가속화

- 일하실 때 느끼는 어려움 중 행정적인 어려움이라면 어떤 것인지요?

“지자체에서 모든 인력을 정규직화하기에는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나 봅니다. 그래서 연속적인 사업을 진행할 때 인력구성에 어려움이 있어요. 보건소뿐 아니라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등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특히 방문간호의 특성상 대상자를 1년만 관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건강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 관리를 해야 하죠. 방문간호가 처음에는 기간제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어 방문건강관리사업을 민간위탁체계로 바꾸게 되었어요. 사실 민간위탁체계가 연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인력고용체계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계약직 체계이긴 마찬가지죠. 등록대상자의 건강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지속해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고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업무 책임감이라는 게 상실되기 쉬워요. 하지만 저희 방문간호사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근무하셔서 존경스럽고, 어떻게 보며 안타까워요. 빨리 방문간호사의 노력의 대가가 고용안정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안정적 고용보장으로 방문간호 이루어지길 

- 급여책정이나 인상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민간위탁사업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지침 등에 따라 급여체계는 달리 이루어져요. 그래도 저희는 다른 시에 비해 급여체계가 좀 더 나은 편이지만 역시나 급여 인상의 한계점과 안정적인 고용보장이 되지 않아서 매년 이직이 발생되고 있어요. 올해도 두 분이 그만두셨거든요. 고용하는 입장이나 건강관리를 받는 대상자 입장에서는 매우 안 좋죠. 대상자의 건강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누구보다 잘 아시는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방문간호사가 그만두게 되니... 이런 부분들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더 채워져야 할 부분이에요.”

 

취약계층의 건강문제는 복합적인 해결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는 여러 기관과 기구의 구조적 인프라 구성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가능하므로 화성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총무를 맡으며 함께 하고 있다는 그녀를 만나니 우리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희망이 보여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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