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콘크리트에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2017.5

콘크리트에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 부당해고 맞서 싸우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서울지회 정경철 지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은퇴할 나이가 훌쩍 지났지만, 턱없이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일터로 내몰리는 빈곤 노인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에 만난 강화실업, 호석교통, 서연교통에서 해고된 조합원들의 투쟁도 노년 노동자들의 생존권리 걸린 싸움이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이 투쟁 함께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서울지회장 정경철이다. 호석교통 해고자이기도하고, 지난 5월 4일부로 해고된 지 만 2년이 된다.”

 

어떤 이유로 부당해고 투쟁을 같이하게 되었고, 회사만이 아니라 도봉구청에서도 투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지회 11명의 해고자 중 3개의 회사에서 5명의 해고자가 나와서 함께 투쟁하게 되었다. 이 중 4명은 부가가치세 환급 문제로 회사와 싸우다 해고되었고 1명인 본인은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받다가 해고되었다. 도봉구청하고 싸우는 이유는 이 구청이 택시 회사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법 위반도 눈감아주고, 회사에서 제출한 서류만 보고 판단해서 다 믿어주는 문제가 있어서다."

 

부가가치세 환급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달라. 

“부가가치세 환급 문제가 뭐냐면 정부가 1996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주가 낸 부가가치세 세금 중 90%를 감면해서 이 돈으로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택시노동자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장에선 유명무실했다. 그러다 2004년 정호교통에서 일하던 조경식 동지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요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분신했다. 그때 바로 내 눈앞에서 분신을 해서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택시 노동자들이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한 달에 2~3만 원씩 임금에 포함해서 줬다. 국토교통부가 제출하는 자료, 사업주가 내는 세금을 따져보면 한 달에 약 25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돈을 줬다.”

 

부가가치세 환급 관련해서 2015년 2월 26일에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한다. (사건번호 2012두 22003) 판례에 내용은 부가세 경감세액이 최저임금 시행령 제5조의 2단서 2호에 따라 일반 택시운수종사자의 최저임금에 산입 시킬 수 없는 노동자의 생활 보조와 후생을 위하여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법을 안 지킨다. 강화실업은 지금껏 한 번도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받지 못하다 올해 2월 처음으로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문제제기로 20만 원을 받았다.”

 

그럼 이전까지 경감받은 부가가치세를 회사는 어디에 썼는가?

“그때까지 어용노조 간부, 회사 놈들하고 다 해 먹었다. 부가가치세를 주더라도 액수가 더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늘 이 돈을 임금에 포함해서 줬다. 그렇게 해야 회사는 시급을 낮추고 우리한테 줄 부가가치세 환급금으로 시급을 보전해서 월급을 맞춰준거다.”

 

그럼 이 문제에 도봉구청 역시 책임이 있어 투쟁하는 건가? 

“2주 전쯤에 도봉구청 교통지도과랑 면담을 했는데 자기들은 법대로 했다고 한다. 이 제도가 복잡한데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건 국세청이 하지만 관리는 국토부가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인력이 없어서 지자체에 이걸 위임하고 지자체는 관리/감독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부가세를 부당 사용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를 회사가 제출하는 서류만 확인하고 끝낸다. 당연히 회사는 서류에 1원도 틀리지 않게 쓸 텐데 정작 실태를 파악하지도 않고 본인들이 법대로 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편, 노동조합의 계속된 요구와 투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도봉구청에서 3개 회사가 지난 5년간 제출했던 자료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간 실태를 가장 잘 아는 노동조합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볼 수 있게 된 거다. 노동조합은 이 자료 검토 이후 도봉구청 교통지도과와 다시 면담하기로 했다. 이 전까지는 아무리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노동조합이 절대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부가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부산은 2015년 4월에 심정보 동지가 부산시청 앞 철탑에서 253일을 농성하면서 부산시 택시 회사가 부당 사용한 850억을 환급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택시 업계에서 정말 오랫동안 계속되는 문제다.”

 

또 이번 투쟁에서 택시발전법(택발법)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2조에 따라 전액관리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1994년에 이 법이 처음 만들어졌는데, 영업용 택시나 버스든 모든 기사는 나가서 벌은 운송수입금을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도록 했다. 그러면 사업주는 전액을 받고 노동자와 협의해서 어떻게 나눌지 배분율을 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3년 유예기간 거쳐 1997년부터 20년 동안 이 제도가 사문화되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도 전액관리제가 정당하다고 했는데 관리/감독하는 현실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만약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1년에 1회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 원, 2회는 1,000만 원, 3회는 벌금 +차량 50대 이하 회사에서 1대 감차하는 벌칙이 있지만 유명무실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사권이 있는 회사가 택시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사납금이 더 좋아요” 이런 연서명을 받아서 재판부에 제출하다 보니 법원도 사업주 편을 들어줬다고 한다. 그 결과 택시 노동자들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하루 약 15만 원의 살인적인 사납금을 회사에 내면서 모든 차량 유지비를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전액관리제와 택발법이 무슨 관련이 있나?

전액관리제가 무력화되고 살인적인 사납금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으니 택발법을 제정해서 택시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경우라도 운송경비를 부담할수 없게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인 1차제, 책임만근제 이런 걸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1인1차제는 서울시의 경우 적정한 택시 노동자가 지금 6만 5천 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노동자가 3만 7천 명밖에 안 된다. 이렇다 보니 교대할 사람이 없고 혼자 13~14시간을 일하는데 사납금은 사납금대로 내고 있다. 사업주는 한 사람 인건비 아끼고 차량 유지비 덜 들어가니까 돈을 벌게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만약 오전에 출근하면 사납금 12만 5천원, 오후 출근하면 사납금 14만 5천 원을 낸다. 만일 이걸 혼자 내면 하루 총 27만 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 그런데 교대자가 없으니 회사는 한 노동자에게 오전 사납금에 3만원만 추가해서 총 15만 5천 원을 받고 오후까지 운전을 시킨다. 얼핏 보면 회사가 오후 분 사납금을 못 받아서 손해일 것 같지만, 택시 장사가 안 되는 요즘 한 사람 인건비가 빠지고 차량 유지비가 일체 나가지 않다 보니 손해가 아니다.“

 

책임만근제는 또 어떤 문제가 있나?

책임만근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늘이 무너져도 한 달에 월 14만 5천 원 사납금을 26일 내야 하는거다. 병원을 가든 사고가 나든 부모님이 돌아가시든 만근을 하고 사납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도봉구청이 이러한 살인적 사납금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도봉구청 측에선 서울시가서 따지라고 늘 외면한다.

 

이 점에 대해 정경철 지회장은 노동조합이 서울시와 싸워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작년 택시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앞에서 82일간 투쟁하면서 서울시도 택발법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 이후 각 지역별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지침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해고 문제와 함께 도봉구청을 상대로도 싸움을 하는 건가?

“가장 근본적인 해고 문제는 회사에서 결단해야 하지만 도봉구청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현실이 바뀌지 않고 복직한다면 회사는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어떻게든 탄압해서 다시 쫓아낼 거다. 게다가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도봉구청까지 소홀히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인 데다 매우 절박한 싸움일 것 같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가?

“우리가 해고자 문제 해결 시한을 일단 10월로 보고 있다. 이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건데 걱정되는 게 다들 너무 분해서 그런지 매일 문제 해결 안 되면 분신하겠다, 죽겠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투쟁 한 달 정도 지나니까 더 억울하고 피가 끓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한다. 우리가 투쟁 시작할 때 도봉구청에서 플랑도 못 달게 하고 전기도 안 빌려줘서 장성곡을 1주일 내내 틀고 싸운 적이 있다. 그리고나서 도봉구청이 사과하면서 전기 빌려주고 하니까 조합원들이 이제는 싸움 끝날 때까지 매일 장성곡만 틀자고 할 정도로 악에 받쳐있다.“

 

마지막으로 일터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워낙 오랫동안 불법이 만연해있고, 택시 노동자들은 나이도 많고 회사는 철저하고 공무원들과 결탁도 되어 있고 어려움이 많다. 노조도 우리가 제일 큰 산별이라고 하는데 다들 바쁘고 어려운 상황이라 투쟁으로 돌파를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 잘못이 아니라 뾰족한 수가 당장은 없는 상황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일 콘크리트에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가보자 그러면 언젠가 씨가 뿌리를 내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니 동지들께서 많이 응원 해주시고 연대해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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