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서 산나물을 만나다 /2017.3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서 산나물을 만나다

- 대안학교 교장 인터뷰 -

 


정경희 선전위

 


동네 할아버지께 길을 여쭈었더니 알려주신 곳은 가정집인 줄 알고 지나쳐 왔던 대문이었다. 교문에 붙어있는 ‘삼각산 재미난 학교’라는 간판을 보고서야 내 머릿속에 자리한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산나물이라 불리는 이상훈 교장을 인터뷰하는 내내 얼마나 좁은 교육관으로 아이들은 양육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학교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됐을까.

 

“이 동네에는 98년에 공동육아가 생겼고, 아내가 좋은 어린이집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2000년에 이사를 왔어요. 그때 저는 가끔 나타나는 동네 아저씨였죠. 한창 비정규직 조직화 활동으로 바쁠 때는 아빠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활동을 그만둔 후 그동안 외상값 갚는다는 심정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했는데 그러면서 일상에서 협업하고 연대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산나물은 95년 서울지하철 노조에서 활동 후, 99년부터 2006년까지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활동을 했다고 한다.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돼버린 요즘, 길고도 치열했던 그의 활동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여러 가지 울림을 받았다. 아쉽지만, 지면상 간단히 소개한다.

 

“월요일 아침에 나가서 토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왔어요. 전국의 투쟁 사업장들 농성에 파업에 구속되고 다치고 침탈당하는 일의 반복이었는데 그렇게 10년 가까이 살았죠. 동지가 제 눈앞에서 분신해서 죽고, 가정이 파괴되는 걸 보니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싸우다 보니, 자본이 이윤율 하락의 마지노선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등 끝내 양보하지 않는 걸 보면서, 비정규직 싸움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로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죠.”

 

현장에서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조직화를 시도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고, 투쟁현장과 일상에서의 괴리감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어깨너머로 학교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소비는 대자본 유통에 종속돼 있고, 일상은 피폐화돼 있는데 그런 것들을 협동하고 연대해서 공동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학교 또한 노동시장에 종속돼 있죠. 결국, 노동시장의 변화 없이는 학교가 변하지 않는 거죠. 대안학교도 노동시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불안하고 힘든 노동시장에 몸담고 있고, 거기서 번 돈으로 여기에 보내면서, 단지 제도권 학교 싫으니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생각은 근대화된 학교 틀에서 벗어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어요. 자식의 삶 문제 즉 일상의 먹거리, 생필품, 생활문화 변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아이들의 학교가 어른들의 삶을 변화시키다. 

2009년부터 시작했고, 삼각산 재미난 학교 출신 졸업생 부모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마을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배움은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가정을 벗어난 아이들이 만나는 사회는 이웃이고 마을이잖아요.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학교라던 간디 선생님의 실천을 시도하는 거죠.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믿을 수 있는 밥집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학부모와 교사, 마을주민들이 돈을 모아 친환경 농산물 마을식당을 만들었죠.

엄마 아빠가 늦은 일이 있으면 ‘마을식당 가서 밥 먹고 있어라.’고 믿고 말할 수 있는 곳. 학교는 일정 정도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보내지만, 마을식당은 문턱이 없잖아요. 먹고 싶은 사람들이 오면 되니까요.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긴 거죠. 그러다 보니 누구는 마을 카페, 누구는 마을 목공소를 만들고,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밴드를 해보자 이러면서 커뮤니티 공간이 생기고 관계가 만들어지더니, 여기서 생긴 또 다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확장되면서 공간과 관계의 변증법이 벌어진 거죠.“

 

아이들이 변하려면 결국 어른이 변해야 하니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만들었지만 결국 실제 어른들의 학교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각산 재미난 학교는 마을공동체 활동의 훈련소같이 예비활동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뜻밖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가 내부 갈등으로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죠. 학교 설립부터 함께 했던 선임 교사들은 상처를 받아서, 또 도의적 책임으로 떠나게 돼요. 교장도 책임을 지고 임기 중에 떠났지요. 마을활동의 핵심인 학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장 공모를 했어요. 이런 마을 형 대안학교의 교장은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거든요. 학교 경영도 해야 하고, 교육적 비전도 제시해야 하고, 추상적 수준이 높으면서도 구체적인 역할도 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더라고요. 아무도 안 오죠. 그때 제가 목공소 일하면서, 마을법인의 상임이사였거든요. 몇몇 부모들과 교사들이 마을법인에서 학교 운영을 책임질 수밖에 없으니, 저더러 교장을 하라고 하더군요. 거절할 수가 없었죠. 임기가 4년이니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모든 관계와 공간이 배움의 현장이다. 

한국의 교육이 실제 삶과 앎이 괴리되고 있는데, 학교 안에서 그렇지 않은 순환적인 배움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모든 관계와 공간이 배움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실천해보고자 노력 중이다.

 

“제가 직접 하는 수업은 목공 수업밖에 없지만 아이들과 관계 맺기, 부모와 파트너쉽을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면서 마을과 연결해나가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이 깊고 넓어지길 바라죠. 서울시의 다양한 지원 사업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고, 우리 활동이 강북구 외의 다른 구에도 확장되고 있죠. 마을공동체가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실은 매우 적극적인 반자본적 실천이죠. 대자본과 독립적인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실질적인 협력과 연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가지고 커뮤니티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정해진 교과서를 쓰지 않는 삼각 산재미난 학교의 일과는 8시 45분에 시작하여 3시에 마친다. 1시 반 이후에는 마을도서관이 되어 동네 아이들 누구나 올 수 있고, 오후 6시까지 아이들이 상주한다고 하니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까 궁금했다.

 

“도서관 사서 교사는 10시에 출근해서 6시까지 근무해요. 실제 아이들을 만나는 생활교사들은 회의나 행사로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아침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해요. 저희가 정해진 교과서를 쓰는 게 아니라서 교사들이 수업을 담당하지 않은 시간에는 계속 교과연구를 해야 해요. 마을의 다양한 공간과 관계들이 교육과정의 살아있는 재료가 되는 것이니까 사람들을 만나려면 활동에 직접 참여도 해야 하죠. 학생마다 다른 관심, 다른 흥미 모두를 교사가 다 채워줄 수는 없겠죠. 그러다 보면 서로 연결해 줘야 하기 때문에 늘 열려있어야 교재연구가 가능하죠. 6년 만근을 하면 10개월간 유급 안식 휴가가 있어요. 급식교사는 6년 만근에 5개월 유급 안식 휴가가 있어요.”

 

교사나 학부모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은 학부모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한다.

 

“아이들과는 소통이 잘 되지만 부모들은 다양하잖아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서로 생각이 다르면 인정해주고 평화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많지 않죠. 일상적인 협동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세대들이니까,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공동체적으로 모아나가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죠. 교사나 학부모들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늘 일상적인 자기 과제고 훈련의 내용이기도 하죠.”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이 대안 교육의 첫 출발

코흘리개에 오줌 지리던 애가 커서 술 사달라고 하면서 여자친구 얘기, 인생 얘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상훈 교장에게 마지막으로 대안학교나 대안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시간이 길잖아요. 고용관계가 불안정하고 늘 삶에 지쳐있죠. 자신의 삶, 자신과 가까운 주변을 차분하게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노동자들은 사람으로서 가장 소중한 이 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보수화되는 거거든요. 피곤하니까 자신의 삶을 생각하지 않아요. 자본가들이 원하는 것이죠. 어른인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먼저 스스로 물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안적 삶을 살고 싶은가? 그래야 아이가 대안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안 교육적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비싼 수업료 냈으니 내 자식 잘 키워주세요. 저는 기존대로 따로 살 거예요.” 라는 분들은 이중적인 것이죠. 대안적인 삶을 함께 일굴 것이냐. 그런 식구가, 가족이, 동지가 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대안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내 삶에서 대안은 무엇인지 질문해보고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아이는 그런 대안적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때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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