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에세이]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이나 우선 변경하길 /2017.2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이나 우선 변경하길 



김재광 노동시간센터

 


벚꽃 대선이 유력해지자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정치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중에는 노동시간에 대한 것도 빠지지 않는데, 주로 장시간 노동의 제약, 노동시간의 실제적인 단축을 거론하고 있다. 그 진의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어찌 되었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수년간 세계적으로도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고, IT 발달로 인한 숨겨진 노동시간의 연속이 문제가 되는 와중에 대선후보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리라.

 

한편,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버스광고, 영화광고 등에 열을 올리는 정부부처가 있다. 바로 고용노동부이다. 노동시간과 직접 관련된 부서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에 열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 어쩐지 미덥지 않아 가만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에 대하여 주 12시간 이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40시간+12시간, 52시간을 주 최대 노동시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요약하면 이렇다.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 조항이 말하는 1주는 7일이 아니라 5일이다.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최대 52시간의 노동시간은 7일이 아니라 5일에 해당한다. ‘나머지 2일’ 동안엔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나머지 2일’에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 추가로 일하는 건 위법이 아니다. 고로 현행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이 아니라 68시간이다. 정말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1주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니, 연장근로시간과 별도의 휴일근로시간이 존재해서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이라니.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해석으로 인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은 일주일을 7일로 본다는 사족이 달린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법정 노동시간 주 44시간인 시절에 나온 자신의 행정해석을 해괴하게 변형하여 따르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근로기준법 제49조의 규정에 의한 1주 44시간, 1일 8시간의 근로시간 한도는 원칙적으로 1주간 또는 1일의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의미함. 동법 제52조의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49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함. 따라서 1주 6일 근무체제하에서 일요일을 근로기준법 제54조의 휴일로 규정하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시간 연장근로를 하고 주휴일인 일요일에 9시간 근로를 하였다면 근로기준법 위반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사료됨.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1주간은 7일간을 의미함. 7일간의 의미는 주휴일부터 기산하여 7일간(일요일∼토요일)으로 하거나 또는 일정한 요일을 시기(始期)로 하여 7일간(수요일∼화요일)으로 하는 등 사업장 형편에 맞게 정하여 운용할 수 있다고 사료됨. 질의회시: 근기 68207-2855, 2000. 9. 19

 

위 행정해석에 따르면 주 44시간제 시절에는 최대노동시간이 64시간(주 44시간 +연장허용시간 12+휴일 8시간)인데, 오히려 주 40시간제에서는 최대노동시간이 68시간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1주는 7일이라는 자신의 이전 행정해석조차 따르지 않는 기형적인 왜곡해석을 하고 있다.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버리지 않아 노동현장의 혼란과 국회에서의 쓸데없는 법안발의를 양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근로시간을 단축합시다.’ 캠페인은 ‘실상 최대 주 68시간 할 수 있는데, 여러 문제 제기도 있으니 이를 최대 52시간을 줄이되, 한시적으로 최대 60시간을 주 허용노동시간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며, 노동시간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처럼 선전하며 국민 혼란스럽게 하고 결국 기만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의 법령에서 충분히 주당 최장노동시간을 52시간이라고 행정해석을 변경할 수 있으며, 이는 굳이 국회의 법안 통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새누리당의 입법안이 개혁입법인 것처럼 진실을 오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법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 규모에 따라 2020년까지 4단계로 나눠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한다. 노사합의가 있으면 2023년 말까지 휴일에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3년 이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수 있다.” 현행 법률에 따라 당장 최장 주 52시간을 강제하는 것이 당연하고 시급한데, 2023년까지 연장하고, 이 시한의 연장마저 고용노동부 장관이 허용할 수 있다니, 이것이 어떤 점에서 개혁입법이고, 노동시간 단축의 안이란 말인가. 앞서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허용 노동시간은 52시간으로 행정해석을 변경하면 된다. 지금 논의할 연장시간의 문제는 주 12시간까지 허용된 시간을 어떻게 더 줄일까가 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국민에게 법규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즉, 행정해석은 법이 아니며 부처 내부의 지침일 뿐이다. 국민에게는 효력이나 강제성도 없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는 법과 판결보다 더 큰 위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자 측이건 사용자 측이건 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근거와 명분이 되고 있고 이것이 노사기준으로 왕왕 통용되고 있다. 노사 양측 모두 이견이 있을 때 매번 실력행사나 소송을 할 수는 없으므로 행정해석은 서로의 논리를 강화하고, 설득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때문에 법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지침, 행정해석이 현장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당 최대허용 노동시간에 대한 행정해석 역시 마찬가지 지경이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인하여 노사분쟁이 확대 되고, 일부는 소송을 진행하여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국회는 노동시간에 있어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해야 할 것을 간과하게 되었다. 진정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면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국회 법안 탓하지 말고, 국민 정서 핑계 대지 말고,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꾸어 주 최장 허용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해석하면 된다. 


버스광고, 영화광고한다고 쓸데없이 예산 낭비 하지 말고 개정된 행정명령에 따라 현장을 지도하고 단속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시급히 할 일이다. 대선주자나 여야 정당 역시 이왕 노동시간 단축 법안을 만든다면 ‘주당 허용 노동시간이 52시간이냐 60시간이냐’로 다툴 것이 아니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 자체의 단축, 휴일을 포함한 허용 연장근로시간 12시간 자체의 단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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