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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5 . 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2016.12 남영전구 수은중독사건 그리고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송한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지났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환경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수은 노출 위험 철거작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광주지방검찰청은 남영전구 광주공장 관계자 2명과 공사현장 책임자 1명을 구속했다. 생산설비 철거작업에 참여했던 21명 중 12명은 산재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이 사건은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수은중독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아직도 10명은 불면증, 피로, 불안, 감각이상, 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중 3명만이 겨우 직업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일하고 나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 더보기
월 간 「일 터」/[특 집]

특집 1-5 . 죽음 부르는 일터 괴롭힘 /2016.12

남영전구 수은중독사건 그리고 스타케미칼 폭발사고



송한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지났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환경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수은 노출 위험 철거작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광주지방검찰청은 남영전구 광주공장 관계자 2명과 공사현장 책임자 1명을 구속했다. 생산설비 철거작업에 참여했던 21명 중 12명은 산재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이 사건은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수은중독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아직도 10명은 불면증, 피로, 불안, 감각이상, 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중 3명만이 겨우 직업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일하고 나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면증과 피로는 그들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경북 칠곡군 구미국가산업단지 스타케미칼 공장의 폭발사고로 한 분이 사망하였다는 뉴스보도를 들었다. 다음날 외래에 오기로 했던 박영복(가명) 씨는 오지 않았고, 또 다른 수은중독 피해자로부터 스타케미칼 폭발사고로 박영복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건은 우연히 발생했을까? 화학 공장의 설비를 철거하는 업무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대부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1년 중 평균 8개월 정도 근무하고, 4개월 정도는 일을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로 지낸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험하더라도 그런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철거과정은 많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내포하지만, 안전한 철거를 위한 비용은 법과 제도로 강력하게 강제되지 않는다. 위험작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위험작업을 방치하는 사회적 조건이 있는 것이다.

 

군산에서 배를 만드는 목수였던 박영복 씨는 새만금 사업으로 포구가 없어지면서 철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설비철거를 하던 중 수은에 중독되었다. 그는 수은중독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보상을 병원을 방문한 날로 제한하였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그는 무리하게 일하러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박영복 씨의 동생을 외래에서 만났다. 짐작되는 바가 있어, 동생분에게 폭발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다.

 

“2명씩 2개 조가 일했었대요. 2명이 아래, 2명이 위에서 일했는데, 아래쪽에 사람이 필요해서 1명을 불렀대요. 그런데 형이 위에 남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했대요.”